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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잃은 듯한 상실감과 슬픔... '기후우울증'입니다

[소소하고 확실한 실천] 기후 위기라는 지구 재난에 대응하는 열쇠는 '채식'

등록 2020.08.26 19:06수정 2020.09.0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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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전에 없던 순간을 매일 마주하고 있습니다. 나를 둘러싼 세계를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는 요즘,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요? 거대한 기후 위기와 예측할 수 없는 전염병 앞에서, 그저 무력하게 손 놓고 있어야 할까요? 그럴 순 없죠! 우리가 살아갈 지구를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찾아나서려고 합니다. 시민기자가 되어 같이 참여해 주세요. [편집자말]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 기후위기 전북비상행동에서 배포한 슬로건 이미지. 이 사진은 SNS에서 빠르게 확산되었고,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메신저 프로필사진에 자리하고 있다.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기후위기 전북비상행동에서 배포한 슬로건 이미지. 이 사진은 SNS에서 빠르게 확산되었고,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메신저 프로필사진에 자리하고 있다. 전북녹색연합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


유례없이 쏟아진 폭우에 외부 캠페인을 할 수 없게 된 기후활동가가 만든 캠페인 이미지의 문구이다. 기상 관측 사상 역대 최장의 장마였다. 50일이 넘는 장마로 지역 곳곳이 재난현장이 되었다. 

기후위기를 정면으로 맞닥뜨리고 있다.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기후위기'는 작년 5월 영국의 언론 가디언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정확하게 드러내기 위해 제시한 이름이다.

탁월한 이름에 감탄할 시간이 없었다. 지난 겨울은 이상고온현상으로 지나치게 포근했고, 겨울인지 봄인지 헷갈려하던 찰나에 코로나19가 전세계를 뒤흔들었다. 그리고 이어진 여름, 우리는 기록적인 폭우를 보았다. 기후위기의 증상을 나날이 확인하고 있고, 그 빈도가 더욱 잦아지고 있다.

지구는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도달하고 있다

기후우울이라는 증세가 있다. 기후슬픔(climate grief)이라고도 불리는 이 우울증은 기후변화가 심각하다고,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해야만 한다고 소리쳐도 꿈쩍도 하지 않는 사회에 무력감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기후우울증은 신조어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우울장애이다. 세계적으로 기후우울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고 미국의 심리학회는 2009년부터 기후변화 심리학 대책팀을 만들어 연구를 시작하기도 했다. 

"어떻게 감히!(How dare you!)"라며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꾸짖음의 연설을 한 청소년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도 기후우울증을 심하게 앓았다. 툰베리는 열한 살 때 기후 재난의 현실을 보여주는 영상을 접한 이후로 몇 달 동안 식음을 전폐했다고 한다. 기후우울증은 주로 청소년과 청년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증세이고, 미래를 잃은 듯한 상실감에 슬픔과 외로움, 불안을 느끼곤 한다.
 
그레타툰베리 전세계 청소년들의 기후 결석시위를 이끌어낸 기후활동가 그레타툰베리도 비건 채식을 실천하고 있다.
그레타툰베리전세계 청소년들의 기후 결석시위를 이끌어낸 기후활동가 그레타툰베리도 비건 채식을 실천하고 있다.그레타툰베리 인스타그램

나 또한 기후우울증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 중 한 명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또다시 초대형 산불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태국, 호주, 미국 등 해외의 대형 산불이 났다는 사실이 한국에는 이색 뉴스 정도로 알려지지만, 이것은 가십이 아니라 위기로 인식되어야 한다. 북극 빙하의 면적이 30년 사이에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지구온난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속도가 붙기 때문에, 나머지 절반이 사라지는 데에는 10년도 채 걸리지 않을 것이다.

지구는 이미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도달하고 있다. 시간이 없는데, 한국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를 더 짓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감히' 친환경, 저탄소를 표방하겠다며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나만 진심인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진지하게 대응하지 않는 거대한 구조를 마주하며 나는 자주 나동그라진다. 

하지만 손 놓고 있을 수가 없다. 기후위기 대응에 개인이 직접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게 있다. 바로 채식이다. 채식은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막고,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강력한 방법이다.

만약, 지구인이 모두 비건이라면

인간이 모두 비건채식(고기는 물론 우유, 달걀 등과 같이 동물을 착취하여 얻은 음식을 거부하는 실천)을 한다는 파격적인 가정을 했을 때, 음식생산을 위해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은 70% 정도 감소된다.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이 온실가스라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축산업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라는 것은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8%가량이 축산업에서 기인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유엔 식량농업기구, 2006). 15년 전 자료의 수치임을 유념해야 한다. 석탄이 30%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축산업의 책임이 결코 작지 않다. 

전 지구적으로 농지의 80%가 공장식축산에 필요한 사료를 공급하기 위해 단일작물로 경작되고 있다. 농지에 축사를 짓고, 숲을 밀어 가축을 방목하는 것은 사막화를 가속화시키고, 지구가 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을 잃게 하는 데에 원인을 제공한다. 

채식의 필요성은 기후변화 대응에 그치지 않는다. 공장식축산은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종을 초월하여 전파되는 병원체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병)이 확산되는 원인으로도 손꼽힌다. 열악한 축사에서 밀집된 채 사육당하면서 항생제로 연명하는 축산동물은 기본적으로 면역력이 약하다.

벌목과 간척 등의 개발로 야생동물과 인간의 거리가 강제로 가까워진 가운데, 공장식축산은 야생동물 사이의 감염병이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진화하여 인간에게 닿는 과정의 촉매 역할을 한다. 우리가 기억하는 신종플루, 메르스 그리고 코로나19 모두 인수공통감염병이었다. 

바로 지금 우리의 일상에 닥친 재난들이 모두 공장식축산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폭우, 폭염 등의 기후변화 그리고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감염병까지 말이다. 

채식주의자가 아니여도 채식을 말할 수 있다

지구의 시간이 정말로 얼마 남지 않았지만, 지금이라도 지구적 위기와 재난에 대응하는 것에 진심을 다한다면 희망이 있다. 기후우울증을 떨치는 방법은 절망을 동력 삼아 뭐라도 해보는 것이다.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동료가 많으면 많을수록 효과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것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채식을 오늘부터 시작해 보자. 일주일 중 하루는 채식하기, 혹은 하루 한 끼 채식하기. 덩어리 고기 없이 일주일 지내보기. 공식 행사, 회식, 뒤풀이 등 여러 사람이 함께 밥을 먹을 때 음식을 비건으로 준비하기. 사회생활에 지장이 있을까 우려가 된다면, 혼밥을 하거나 나의 신념을 이해해줄 가까운 사람들과 식사를 할 때만이라도 채식을 지향하는 '플렉시테리언'이 되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모든 끼니를 채식으로 먹지 못하더라도, 채식을 지향하면서 도전하고 실천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채식주의자도 아닌데, 내가 고기를 줄이자고 해도 되나?" 된다. 아주 된다. 한 명의 비건보다 백 명의 채식지향인이 기후위기 대응의 시간을 더 빨리 당길 수 있다고 믿는다. 백 명의 비건은 더욱 강력하겠지만. 
#채식 #기후위기 #기후우울증 #공장식축산 #인수공통감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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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가족, 그리고 채식하는 삶에 관한 글을 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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