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일부 보수단체 주최로 문재인 정권 부정부패·추미애 직권남용·민주당 지자체장 성추행 규탄 집회가 열린 가운데 광화문 일대가 일부 통제되고 있다. 이날 집회는 서울시의 집회금지명령으로 대부분이 통제됐으나, 전날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과 중구 을지로입구역 등 2곳에서는 개최가 가능해지면서 인파가 몰렸다.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만남이 걱정스러운 요즘, 일 때문에 부득불 외출을 다녀온 아내가 말을 꺼냈다.
"큰일이다. 길을 걷다가 노인들과 마주쳤는데 괜히 겁나데. 이러면 안 되는데. 어쩌지?"
"나도 무의식적으로 그렇더라. 버스나 전철을 탔는데 노인들이 옆에 있으면 슬쩍 피하게 돼. 다들 광화문 다녀온 것 같고."
그랬다. 요즘 밖에서 어르신들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흠칫 놀랄 때가 많다. 혹여 적극적으로 태극기를 흔드는 이가 아닌지 생각하게 됐다. 광화문에 다녀온 노인의 수가 전체 노인 인구의 5%도 채 되지 않는 걸 알고 있지만, 감정적으로는 모든 이가 의심스럽기만 하다. 내가 만난 어르신의 친구의 친구가 혹여 8.15 광화문 집회에 다녀왔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우리 부부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평소 코로나19(아래 코로나)와 관련해 오버한다고 말하던 지인들도 이번만큼은 아닌 듯했다.
"다들 그런가 봐. 페이스북 봤어? OO씨도 썼잖아. 자기는 상관없는 줄 알았는데 식당에서 옆의 할아버지가 박정희가 새겨진 시계를 차고, 성조기 붙은 핸드폰으로 극우 유튜브 방송을 보고 있으니까, 그제야 코로나19가 남일 아니라는 걸 체감했다고."
"예전에는 그래도 코로나가 먼 나라 일 같았는데, 이제는 바로 내 옆으로 다가온 느낌이야. 누가 걸려도 이상하지 않겠어."
"대학로의 내가 아는 선배들 중 코로나에 걸린 사람도 있다니까. 진짜 걱정이야. 우리는 앞으로 공연을 할 수 있을까?"
코로나와 관련된 엄마, 아빠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8살 막내가 한마디 거들었다. 자신도 뉴스를 본 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무서워졌다는 것이다. 마치 모든 노인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옮기고 다니는 듯 보인다면서.
다행히 12살 첫째와 10살 둘째는 막내와 달랐다. 자신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을 보면 겁이 날 뿐, 노인이라고 특히 무섭거나 두렵지는 않다고 했다. 그러나 이 역시도 불변은 아니었다. 매일 노인과 코로나 관련된 뉴스가 나오면 녀석들의 생각도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었다.
서글픈 동시에 등골이 서늘했다. 어린아이가 노인을 무서워하고 혐오하는 세상이라니. 이미 우리 사회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화 사회로 넘어가고 있는데, 노인혐오가 일상화된다면?
어르신들의 가짜 뉴스
문제는 상황이 이렇게 심각해지고 있음에도 어르신들의 인식이 안이하다는 사실이다. 아니, 오히려 그릇된 생각이 공고해지고 있다. 쉽게 접하는 유튜브나 단체 대화방 등을 통해 퍼지는 가짜뉴스는 상상 이상의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