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언경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 소장
이희훈
언론사들의 속보 경쟁과 어뷰징 뒤에는 네이버와 다음으로 대표되는 공룡 포털이 존재한다.
"포털이 생겨난 이후, 인터넷 매체나 기존 언론사들이 무한 경쟁을 하게 됐고 선정성 경쟁에서는 오히려 기성 매체가 뒤지는 상황에까지 왔죠. 언론사들은 더 먹고살기 힘들어졌고 미디어 환경은 나날이 변해가고 있습니다.
언론사들은 '포털 눈 밖에 나면 못 산다, 제일 무서운 게 포털'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해요. 기자들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언론중재위원회(이하 언중위) 제재는 소용없지만 포털이 감점하고 그 점수로 불이익을 준다고 나서면 제일 무서울 거 같다'고 그래요."
언론사들이 포털 플랫폼을 통해 독자를 끌어들이고, 그 조회수로 수익을 얻는 구조에 의존하다 보니 포털의 영향력이 그만큼 막대해졌다는 설명이다. 포털은 그 힘만큼의 역할을 하고 있을까? 김 소장의 답변은 "아니다"이다.
일단 "응답 책임에 있어서 그 책임을 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지난해 7월, 인천과 서울 문래동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오자 '이슬람 난민 소행일 수도 있다'는 보도가 올라왔어요. 이 기사는 포털에서 검색하면 떴습니다. 이럴 때 포털에 연락하면 기사 수정은 언론사 소관이니까 그쪽에 연락하라고 합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인터넷 언론사 기사이니까 언론중재위원회로 가야 하는 사안이라고 답했어요. 그런데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려면 당사자성이 입증되어야 하거든요. 우여곡절 끝에 당사자를 찾아 언중위 제소를 하더라도 최소한 1~2주는 지나서 사후 약방문을 받는 것이라서 답답한 상황이었어요. 이주민단체에서 한국신문윤리위원회와 인터넷신문위원회 등에 연락을 했지만, 관할이 아니라는 등의 대답을 들었어요.
코로나19 상황에서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하는 보도를 내놓은 언론사도 있었는데요. 당시 인권단체에서 포털에 이 보도에 대한 대책을 의뢰했을 때도 '포털은 언론사가 송고한 기사를 노출하는 역할만 하기 때문에 언론사와 먼저 접촉하라'는 답변만 받았습니다."
김 소장은 "만약 이런 상황에서 이슬람 난민이 테러 당했다면, 성소수자가 폭력에 노출되었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건가"라며 "사회적 소수자에 폭넓게 피해가 양산될법한 기사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너무 무방비하다, 이에 대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포털의 뉴스 서비스에 따른 여론 형성 기능은 분명히 존재한다, 여론 형성 기능으로 인해 개별 언론사들이 내놓은 혐오 보도의 악영향도 그만큼 커진다"라며 "포털은 이와 같은 문제를 신고하면 빠르게 판단해서 처리해 줄 시스템을 갖추고, 이를 성실히 안내해 줄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부적절한 보도에 대한 분명한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포털로 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강박

▲ 김언경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 소장
이희훈
포털에 대한 정부·여당의 개혁 의지나 대책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실감 나는 정책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김 소장의 평가다.
그는 "현 정부가 노무현 정부 실패의 큰 요인이 언론과 척을 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본다"라며 "(이 같은 인식 때문인지) 문재인 정부는 언론 개혁 부문에서 '아무것도 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정권 초기 조·중·동은 모든 사안에 대해 총공격을 가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대응은 '그건 오보'라는 식"이라며 "그런 역할은 민언련 같은 시민단체들이 해야 하고 청와대는 언론 개혁을 위한 한 방을 날려야 하는데 잽만 날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현 정부는 '중립을 지키고 있다'는 강박에 빠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소수자를 위해, 전국에 균형 있는 기사 유통을 위해, 다양성이 인정되는 언론 환경을 위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접근해야 하는데 '나를 공격하는 것에 통 크게 반응한다'는 태도로 가고 있어요. 언론을 개혁한다고 하면 조·중·동은 난리 나겠죠. 그런 비판이 무서워서 아무것도 못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요. 이를테면, 지역 언론사들 상당수가 포털에 진입하지 못하는 상황 등도 민주주의 측면에서 중요한 이슈인데 전혀 손대지 못하고 있어요."
포털 규제에 대해서는, 포털이 갖고 있는 뉴스 장악력을 기계적으로 뺏어야 한다는 주장은 아니다. 다만 "포털의 응답 책임성을 높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김 소장이 제시하는 안은 일단 "급속하게 변화한 미디어 환경을 반영한 미디어 정책을 논의할 수 있도록, 미디어개혁국민위원회를 만드는 것"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미디어로 돈을 버는 플랫폼의 실태를 명확히 조사하는 것부터가 출발점입니다. 포털은 '우리도 장사 안 되고 힘들어, 유튜브나 개혁해'라고 하는데, 이게 사실인지부터 검증해야 하는 거죠. 현황을 제대로 파악해서 포털에게서 일종의 발전 기금을 걷어야 합니다.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적시에 유통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떻게 판을 바꿀 것인가, 이걸 포털이 낸 기금으로 연구해야 하는 거죠.
포털이 가진 장악력을 제대로 드러내고, 그 힘만큼 책임질 구조를 정부가 만들어야 합니다. 현 정부는 미디어 상황에 대한 실태 조사와, 소비자의 미디어 이용 실태 등에 대한 정확한 조사 결과를 만들어 놓는 데 역할을 해야 합니다. 다음 정권 전에 연구를 마무리하고, 다음 정권 들어서자마자 위원회가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해 놔야 한다는 거죠. 지금 당장의 성과를 위한 섣부른 칼질보다는, 지금은 이렇게 나아가야 한다는 잘 정리된 'to do' 목록이 필요합니다."
언론개혁 나아가 포털 개혁을 위한 명확한 '상황 진단'이 1년 반가량 임기를 남겨둔 현 정부에게 요구되는 역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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