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가 오는 방법을 일러주는 아홉 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꼬마평화도서관이 고른 2020 뒷반기 평화 책

등록 2020.10.17 16:07수정 2020.10.17 23:09
2
원고료로 응원
안녕하신가요? 느닷없이 덮친 코로나19란 돌림 앓이를 맞아 갈팡질팡하다 보니 그새 시월 중순이에요. 어수선한 요즘 흔히 나누는 인사말이 "안녕하세요?"예요. 물음에는 답이 따르게 마련인데 안녕하냐고 묻는 말에는 "네, 안녕하세요?" 하는 물음이 되돌아갑니다. 물음일까요? 아뇨. 안녕하기를 빈다는 말씀이에요.

자주 쓰여 예사롭다 보니 스러져 가는 인사말 '안녕!'에는 마음 놓고 누리기를 바라는 가슴이 담겼어요. 지구별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이 다 안녕하기를 비는 마음에서 뉘엿뉘엿 넘어가는 2020년 마무리, 평화를 그리는 책들을 나눠 읽으며 가슴을 나누면 어떠실까요?


남과 북에 흩어져 오가지 못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우렁더우렁 어울려 살아가기를 바라며 '꼬마평화도서관사람들'이 2020년 뒷반기에 고른 평화 책은 모두 아홉 권이에요. 
 
2020년 평화 책 꼬마평화도서관사람들이 가려 뽑은 2020년 뒷반기 평화 책
2020년 평화 책꼬마평화도서관사람들이 가려 뽑은 2020년 뒷반기 평화 책변택주
 
전쟁이 일어나지를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고른 책으로 식구들이 남북에 흩어져 살아가면서 겪는 아픔을 그린 만화 <기다림>(김금숙, 딸기책방)과 병자호란이 일어났을 때 몰매를 무릅쓰고 항복을 하도록 해 나라를 살린 최명길 장군 속내를 풀어낸 <최명길 평전>(한명기, 보리) 그리고 베트남과 미국 전쟁당사자들이 만나 진작 속내를 털어놓았다면 전쟁을 그토록 오래 끌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하며 뉘우치는 이야기를 담은 <적과의 대화>(히가시 다이사쿠, 원더박스)입니다.

이어서 갈라진 지 70년. 결이 달라진 남북한 말들을 견주어놓은 책 <남북한 어린이 말모이>(정도상·장효진, 창비)와 들을 줄 아는 어버이에게서 태어났으나 잘 듣지 못해 손말(수어)을 하며 살아가는 남성 사진가와 들을 줄 모르는 어버이에게서 태어난 들을 줄 모르는 여성 사진가 부부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났으나 들을 줄 아는 아기가 어울려 살아가는 얘기를 담은 <서로 다른 기념일>(사이토 하루미치, 다다서재)이에요.

서로 살리며 어울려 사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으로는, 외톨이가 된 동무를 아울러 품어 활기차게 만드는 이야기를 담은 <나는 귀신>(고정순, 불광출판사)과 층간 소음으로 빚어지는 갈등을 풀어가는 동화 <쿵쿵 아파트>(전승배·강인숙, 창비), 먹이를 잡으려고 쓰는 힘 못지않게 죽어가는 이를 살리는 데도 쓰여야 한다고 일러주는 <모르는 게 더 많아>(윤구병 글·이담 그림, 휴먼어린이) 그리고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늙어가는 할머니 이야기를 담은 <우리 마을이 좋아>(김병하, 한울림어린이)예요. <우리 마을이 좋아>에서는 주인공 할머니가 열심히 농사를 지었는데 고라니를 비롯한 온갖 짐승들이 내려와 먹고 말아요. 안타까워하던 할머니는 "그래도 워쩍혀, 심어야지. 지들이 먹든지 내가 먹든지"하며 헤식게 웃어요.

그동안 다섯 권에서 여섯 권을 골라서 나라 곳곳에 있는 꼬마평화도서관에 모두 똑같이 보내드렸어요. 그러다 보니 도서관마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달라 어떤 책들은 한두 해가 지나도록 사람 손길이 가지 않은 책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도서 선정위원들이 고른 책 아홉 권 가운데서 꼬마평화도서관 관장님들이 위에 있는 책 가운데 꼭 받고 싶은 책을 세 권 고르도록 하려고 해요. 그 세 권에다 가장 많이 겹치는 책 두 권을 더해 다섯 권을 보내드리려고요. 어떤 도서관에서 어떤 책을 고를지 무척 궁금해요. 

이 책들 가운데 저를 아찔하게 만든 책이 있어요. <서로 다른 기념일>이 그것인데요. 듣지 못하는 남편과 아내가 따로따로 자전거를 타고 가요. 그런데 뒤따라가던 아내가 나뒹굴어 턱뼈가 깨질 만큼 크게 다치고 말아요.
 
그 사고를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할퀴듯이 아팠다. 길바닥에 쓰러진 미나미를 발견한 순간, 나는 '듣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절감했다.

아무도 없는 심야의 주택가. 무척 조용했을 것이다. 턱이 골절될 정도로, 자전거 바퀴가 알루미늄캔처럼 구겨질 정도로 큰 충격이 일어났다. 금속이 지면에 세게 부딪치는 소리가 났을 것이다. 바로 곁에서, 그야말로 바로 곁에서 목숨이 걸린 큰 소리가 났는데 나는 눈치채지 못했다. 전혀 몰랐다.

얼어붙은 아스팔트 위에서 타는 듯한 아픔을 느끼며 올려다봤을 것이다. 도와달라고 간절히 바랐을 텐데 나는 멀어져 갔다. 힘차게 페달을 밟으며 순식간에 멀어졌다.
 
소리는 마땅히 들리는 것이라고 여기는 여느 사람들은 듣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곧잘 놓쳐요. 제 아내도 소리를 잘 듣지 못해요. 누가 말하는 뜻을 입 모양을 보고 어림할 때가 적지 않대요. 뒤에서 말을 건네거나 전화로 하는 말은 알아듣기 어려워하죠. 그래도 그러려니 했어요. 이 책을 보면서 아내와 얘기를 나눌 때 표정이나 손짓을 크게 해야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책에 이런 말도 나와요.
 
무슨 느낌인지 알겠어. 통역해주면 고맙지… 많이 고마운데 날것 그대로 느낀 '말'과 비교하면 통역된 '언어'는 뭐랄까… 시간을 두고 의미가 분명히 정리되어 있잖아. 어쩐지… 좀 차갑게 식은 느낌이야.

차게 식은 꼬치구이를 먹는 느낌이랄까? 그 정도는 아닌가. 그럼 차게 식은 닭튀김?
 
여기서 '말'은 손말(수어)를 가리켜요. '언어'라고 한 것이 입말과 글말이고요. 이 말씀을 듣고 보니 표정이나 몸짓이 담기지 않은 입말은 저이 말마따나 식은 음식을 먹거나 국도 없이 마른 음식을 먹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듣는다는 것을 짚어보니, 위에 가려 뽑은 아홉 권 모두 이웃이 하는 말(뜻)을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데서 평화가 온다는 것을 일러주는 책이더군요.

다름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다르거니 하면서 그저 살아가는 걸 일컫는 게 아니라, 네 처지에 맞춰 나를 바꾸어 가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평화는 바로 이 말씀을 잘 받아들여 서로 어깨동무하며 살아가는 데서 피어오르지 않을까요?
#꼬마평화도서관 #적과의 대화 #서로 다른 기념일 #모르는 게 더 많아 #나는 귀신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꼬마평화도서관사람들 바라지이 “2030년 우리 아이 어떤 세상에서 살게 하고 싶은가”를 물으며 나라곳곳에 책이 서른 권 남짓 들어가는 꼬마평화도서관을 열고 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이러다 12월에 김장하겠네... 저희 집만 그런가요? 이러다 12월에 김장하겠네... 저희 집만 그런가요?
  2. 2 [단독] 쌍방울 법인카드, 수원지검 앞 연어 식당 결제 확인 [단독] 쌍방울 법인카드, 수원지검 앞 연어 식당 결제 확인
  3. 3 "무인도 잡아라", 야밤에 가건물 세운 외지인 수백명  "무인도 잡아라", 야밤에 가건물 세운 외지인 수백명
  4. 4 "윤 대통령, 매정함 넘어 잔인" 대자보 나붙기 시작한 부산 대학가 "윤 대통령, 매정함 넘어 잔인" 대자보 나붙기 시작한 부산 대학가
  5. 5 악취 뻘밭으로 변한 국가 명승지, 공주시가 망쳐놨다 악취 뻘밭으로 변한 국가 명승지, 공주시가 망쳐놨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