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문학상> 폐지를 위한 학술세미나 자료집젊은 소장학자들 중심으로 김동인의 문학작품이 안고 있는 특징과 친일 성향을 연구한 자료집 표지
늘샘 김상천
10월 31일 열린 '동인문학상' 비판 세미나에서 배포한 자료집 '친일문인기념문학상 이대로 둘 것인가'에서 연구자 김춘규(서울대)는 그런 작품 경향을 이렇게 분석했다.
"점차 약자로 변모해 가던 1930년 초중반에서 진정으로 약자가 되어버린 이 순간, 그가 자신을 의탁하기 위해 달려간 장소가 조선총독부라는 것은 일제에 대한 그의 인식 변화를 극단적으로 반영한다. 당시 김동인이 여러 모로 궁지에 몰렸다고는 할 수 있으나 그가 도움을 청하고 의탁할 수 있는 장소가 일본 정부밖에 없었으리라고는 믿을 수 없다. 그의 선택은 강자-약자라는 이분법적 세계의 질서 속에서 과거 자신이 추구하던 강자의 모습을 당시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발견했기 때문이다. 김동인은 서양의 제국주의에 맞서 아시아의 대제국을 건설하자는 일제의 이상으로부터 한때 자신이 꿈꾸던 강자의 환영을 발견했던 것이다." - 김춘규(2020) '김동인 소설의 변화와 제국주의 욕망의 동일화 과정' 14쪽.
김동인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친일의 길을 걸었던 시기는 중일전쟁(1937) 이후이다.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1938. 2. 4)에 기고한 '국기'(國旗)라는 산문에서 일장기를 극찬했다. 나아가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인과 조선인은 지금은 합체된 단일민족이며 일본신민"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직 어린 자식들에게는 '일본과 조선이 별개의 존재'라는 것을 애당초부터 모르게 하겠다"고 다짐하며 "대동아전쟁(태평양전쟁)을 인류 역사를 재건하는 성전(聖戰)"으로 미화했다(김동인(1942) '감격과 긴장' <매일신보> 1942. 1. 23).
계속해서 김동인은 '문학인의 책무'가 크고 중대하다며 "대동아전쟁(태평양전쟁)을 좌우할 수 있는 중차대한 열쇠를 잡았노라는 자각과 긍지 아래서 우리의 무기인 문필을 가장 효과 있게 이용할 것"을 역설했다(김동인(1944). '총동원 태세로-決戰下 文壇人의 決意' <매일신보> 1944. 1. 1).
한 마디로 제국주의 일본에 대해 문필보국으로 충성을 다하겠다는 논리였다. 강자인 제국주의 논리를 내면화함으로써 김동인 스스로 돌이킬 수 없는 친일의 길을 거침없이 걸어갔다. 이런 변절과 전향의 배반된 모습을 두고 '동인문학상' 비판 세미나에서 배포한 자료집 '친일문인기념문학상 이대로 둘 것인가'에서 문학평론가 김영삼(전남대)은 이렇게 분석했다.
"전쟁이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으로 확대되면서 조선을 대륙병참기지의 중핵적 지위로 격상하고 대동아공영권에서 조선인을 황국신민으로서 지도적 지위에 놓게 한다는 제국주의의 권력 작동 방식은 '식민지적 전향자'들이 일본 제국주의에 편승하면서 제국의 논리를 내면화하기에 충분히 달콤한 인식적 유혹이었을 것이다. 김동인은 이에 일본인과 조선인 사이의 종족적 차이를 거세하고 동아시아제국 건설이라는 파시즘적인 국가주의 동일화의 전략에 근거하여 '단일민족'임을 선언한 것이다." - 김영삼(2020) '제국과 친일의 생명정치 논리' 22쪽.
근대문학의 형식을 개척한 선구적 인물로 한국문단사에선 김동인을 단연 높게 평가한다. 그의 자연주의 문예사조가 일본 명치학원 유학 시절 스승 시마자키 도손의 작품과 그의 영향 하에 형성된 것임은 독립연구자 늘샘(김상천)의 연구에서 이미 밝혀졌다. 카프의 수장 임화의 표현대로 한국 근대 문학이 일본으로부터 이식된 '이식문학'이었음을 김동인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놀랍게도 김동인은 해방되던 날 오전에, 조선총독부를 찾아가 더 친일적인 문인단체를 만들어보겠다고 나섰던 인물이다. 사회적 약자를 경멸했던 문인으로 자신이 설정한 세계관과 강자의 논리 앞에 약자에 대한 연민이나 연대의 손짓을 보이질 않았다.
어떤 측면에선 당대 지식인들 세계에서 지배적 세계관으로 통용된 사회적 진화론에 기초해 있었다. 다시 말해 강자의 논리를 자신의 인격 속으로 내면화한 인물로 그 자신의 작품 속에 그대로 투영시킨 작가였다.
그런 연유로 민족문학작가회의(한국작가회의 전신)와 민족문제연구소에선 김동인을 친일문인 42명의 명단에 수록한 것이다.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도 김동인은 무려 4쪽에 걸쳐 그 반민족 행위의 죄악상이 서술돼 나온다.
이렇듯 비루한 김동인의 작품세계를 두고 '동인문학상' 비판 세미나에서 배포한 자료집 '친일문인기념문학상 이대로 둘 것인가'에서 임명선(<오늘의 문예비평> 편집위원)은 "소설 속 하층계급의 인물의 존재가 김동인이 자신의 계급적 지위를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함을 반증한다면 여성 인물들은 김동인 자신의 뒤틀리고 문제적인 남성성을 잘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자라나는 다음 세대의 건강한 문학적 감수성을 위해서라도 '동인문학상'은 '미당문학상'처럼 폐지돼야 한다. 그리고 조선일보는 창간 주체인 '대정친목회'가 친일반민족 단체였음을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성찰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도덕적으로도 진정한 1등 신문은 한국 사회의 귀감이 되는 신문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민족을 배반한 자를 기리는 문학상은 더 이상 한국 사회에 필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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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원으로 가입하게 된 동기는 일제강점기 시절 가족의 안위를 뒤로한 채 치열하게 독립운동을 펼쳤던 항일투사들이 이념의 굴레에 갇혀 망각되거나 왜곡돼 제대로 후손들에게 전해지지 않은 점이 적지 않아 근현대 인물연구를 통해 역사의 진실을 복원해 내고 이를 공유하고자 함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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