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싱어게인 찐무명 가수 조
JTBC
시민기자들은 어쩌면 '무명기자'들이다. 소속도 없고, 알아주는 사람도 없다. 생업도 따로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저마다의 간절함을 가지고 기사를 써서 올린다. 그중에서는 내가 상상도 못할 일을 하며 글을 쓰는 분들도 많다. "도대체 왜 이제야 오신 거예요!"라고 말한 <싱어게인> 심사위원 가수 이선희의 심정과 같은 마음일 때가 나도 있다.
가장 최근 기사를 활발히 쓰는 분들 중심으로만 언급하면, 싱가포르의 속사정을 그 어떤 해외 특파원보다도 더 디테일하게 알려주는 이봉렬 시민기자, 스위스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김나희 시민기자, 캐나다에서 패러메딕(응급구조사) 일을 하는 김준일 시민기자, 양민학살에 대한 관심으로 글을 쓰는 박만순 시민기자, 1990년대 대중문화에 대해 쓰는 양형석 시민기자, 넷플릭스 리뷰를 쓰는 김형욱 시민기자, 만년필을 수리하며 기록하는 김덕래 시민기자, 직접 요가를 가르치며 글을 쓰는 최성연 시민기자, 교통에 관련한 모든 것을 쓰는 기차 덕후 박장식 시민기자, 쿠팡 일용직 2년을 기록하는 김상현 시민기자 등 오로지 그들만이 쓸 수 있는 콘텐츠를 오마이뉴스라는 무대에 선보인다.
이들이 각자의 경험을 기반으로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이야기들. 그 이야기에서 독자는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고 나아가 글을 쓰게 만드는 선순환을 만들어가는 곳이 바로 오마이뉴스의 20년이 아니었을까.
실제로 무명기자에서 시작해 찐반란을 일으킨 사람도 여럿이다. 산문, 인터뷰 등 논픽션을 쓰고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는 집필 노동자 은유 작가가 그렇고, 오소희 작가가 그렇고(지금은 성인이 된 아들 중빈이와 세 살부터 함께 여행한 이야기를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바 있다), 탐사보도 전문매체 <셜록> 대표 박상규 기자도 그렇다.
박상규 기자는 2002년 6월 첫 기사를 시작으로 그의 개인 홈페이지 '개천마리네집에서 잡글을 끄적이다(본인 표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 2004년 우연한 계기로 오마이뉴스 기자가 됐고 10년 후인 2014년 사표를 냈다. '매체가 아닌 기사로 말하고 싶어서'.
이후는 많이 알려진 대로다. 2015년부터 박준영 변호사와 함께 '재심 프로젝트 3부작'을 진행했고 2017년 진실탐사그룹 셜록을 만들었다. 급기야는 계획에 없던 드라마 작가로도 데뷔했다. 그가 쓴 대본으로 만든 드라마가 바로 권상우, 배성우 주연의 <날아라 개천용>(SBS 금토드라마)이다. "무명기자전은 어디 없나?"라는 말에, "여기 있다"라고 꼭 대답하고 싶었던 이유다. "이걸 왜 아직도 모르시는 거예요!"
내가 모르지만, 오마이뉴스와 시작을 함께 한 지금은 무명이 아닌 기자나 작가들, 혹은 다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분들이 훨씬 많을 거다. 또 아직 베일에 가려진 무명기자들도 많을 거고. 한때 기자 일을 해보았거나, 글과 관련된 일을 해본 사람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겠는가 말이다(수많은 이유로 꿈을 포기했거나, 경력이 단절된 지금 이 글을 보는 바로 당신들 말이에요!).
해마다 생기는 가수 지망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서, '세상에 이렇게 노래 잘 하는 사람이 많나' 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 편집할 때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글 잘 쓰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나'라며 내 짧은 글 실력을 감추고 싶을 때가 많았다. 질투가 날 때가 많았지만 언제나 그들의 등장을 환영했다. 찐무명 기자들의 출현을 진심으로 바랐다.
레전드 가수도, 잘 나가는 아이돌 가수도 무명가수들의 무대와 목소리에 환호하는 프로그램 <싱어게인>처럼, 어떤 매체에서도 볼 수 없는 고유한 사는이야기, 일상을 바탕으로 한 칼럼을 쓰는 무명기자들을 <오마이뉴스>에서 자주 보고 싶다. 무명가수에 버금가는 무명기자들의 찐반란을 보고 싶다. 언젠가 이런 포부의 말도 들어봤으면 좋겠다.
"나는 오늘부터 '기사 OOO를 쓴 기자'로 알려질 시민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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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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