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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자격증 없으면 무자격? 독일-일본은 '자격증 자체'가 없다

교장승진제 혁신 토론회, 미국-영국-독일-핀란드 등 대부분 나라 교장공모제가 주류

등록 2020.12.24 15:06수정 2020.12.2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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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수진 서울연구원 연구원이 만든 교장 임용제도 해외사례 종합 분석표.
은수진 서울연구원 연구원이 만든 교장 임용제도 해외사례 종합 분석표. 은수진
 
영국, 독일, 핀란드, 일본 등 상당수의 나라들이 교장자격증 제도가 없거나 교장 임용에서 교장자격증을 의무적으로 요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일부 보수 교육계 인사들이 내부형 교장공모제에 대해 '무자격 교장제도'라고 폄하하는 상황에서 나온 분석내용이어서 눈길을 끈다.

교장 임용제도 해외 선진국 사례 살펴봤더니, "한국만..."

24일, 은수진 서울연구원 전략연구실 연구원은 국회 교육위 강민정 의원실 의뢰로 연구한 '교장 임용제도의 해외 선진국 사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과 일본은 교장 자격증제도가 아예 없었다. 교장 승진점수를 채워 교장자격증을 딴 이들을 교육청이 학교 교장으로 보내는 방식의 승진제도가 주를 이루는 우리나라와는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독일은 교장자격증제도가 없는 대신 교장 임용에서 3~5년간의 교사 경력을 요구한다. 교감 또는 팀장(부장)을 맡았을 경우 임용에 유리하다. 독일은 학교 교사협의회에서 그 학교의 신망 있는 교사를 뽑은 뒤 교육청에 추천하는 방식이나 교육청에서 교직 자격을 갖춘 이를 교장공모를 통해 뽑는 방법 등 2종류의 교장 임용 절차를 갖고 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두 임용 방식의 공통점은 교육청과 교사 대표, 학부모 대표, 학생 대표 등으로 구성된 학교협의회의 협력으로 교장이 선출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일본도 별도의 교장자격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일본은 교사자격증과 최소 5년 이상의 교육관련직 종사자를 대상으로 공개 선발을 통해 교장 임용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 시대부터 이어져온 점수에 따른 교장자격증 승진제도가 거의 그대로 유지된 반면, 일본은 교장자격증제도 자체를 없앤 것이다.


영국은 교육부 인증 39개 기관에서 개설한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면 국가교장자격증을 준다. 하지만 영국은 이런 국가교장자격증마저도 2012년 2월부터 신규교장 임용의 필수 요건에서 제외했다. 교장은 해당 학교 학교운영위원회 주도로 공모를 통해 뽑는다.

핀란드는 일정한 교직 경력과 교장 양성 프로그램 이수자를 대상으로 교장을 학교 또는 지역 교육당국에서 공모제로 뽑는다. 이때 교장 응모자는 핀란드 국가교육위 발행의 행정 자격증, 대학교육 리더십 프로그램 수료, 교육행정 경력 등 3가지 가운데 최소 한 가지 요건을 충족하면 된다.


미국은 교장양성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교장자격증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전체 50개 주 가운데 39개 주는 이런 교장자격증을 대체하는 다른 경로를 허용하고 있다. 임용방법은 교육청에서 교장을 공모하는 방식이다. 경력 교장의 경우 교육청에서 임명하기도 한다. 
 
 24일, ‘교장 승진제 혁신을 위한 온라인 대토론회’가 온라인으로 열리고 있다.
24일, ‘교장 승진제 혁신을 위한 온라인 대토론회’가 온라인으로 열리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이 보고서에 대해 24일, 국회 교육위 소속 강득구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강민정 의원(열린민주당)이 연 '교장 승진제 혁신을 위한 온라인 대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설진성 홍길동교사당 정책위원(서울도봉초 교사)은 "세계 교장제도의 흐름을 보면 교장임명제가 아닌 교장공모제가 표준이며 학교장 진입장벽이 낮다"면서 "교장자격증은 학교 구성원이 공모과정에서 참고할 부분일 뿐 (의무사항이 아니다)"이라고 지적했다.

혁신학교학부모네트워크 대표 "일면식도 없는 교장 출현 제도 고쳐야"

박은진 전국혁신학교학부모네트워크 대표도 발제에서 "교사 출신 교장들에 대해 일부에서 교장자격 미소지란 용어를 쓰고 있는데 맞지 않다"면서 "학교보다 더 규모가 큰 단체장들이나 심지어는 대통령도 자격증이 없는데 왜 교장자격증이 필요한 것이냐"고 짚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일면식도 없는 교장이 3월에 갑자기 나타나는 교장임용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윤소영 교육부 교원정책과장은 이날 토론에서 "지금 우리나라는 교장자격증을 받으면 곧 교장승진을 의미하는 제도를 갖고 있다"면서 "교장자격증을 교사 1정, 2정 자격증 주는 것처럼 더 많이 주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회 교육위 일부 의원실은 교장자격증을 폭넓게 주되, 교장은 학교구성원이 뽑아서 임용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장공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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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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