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트앤박스
스위치
도트 앤 박스(Dots and Boxes)도 자꾸 손이 가는 게임이다. 학생 때 이미 수도 없이 해 본 게임이었다. 수능을 치고 난 고3 2학기, 가장 한가하다는 시기에 교실은 조용했다. 학생의 반은 담요를 뒤집어쓰고 잠을 자기 바빴다.
심심했던 찰나, 친구와 눈이 마주쳤다. 우리는 펜을 들고 종이에 점을 여기저기 찍었다. 그리곤 번갈아 가며 선을 그려 삼각형을 많이 만드는 대결을 했다. 그러다가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면, 펜과 종이를 버리고 급식실로 질주했다.
그 단순한 게임이 이 게임팩에 들어 있었다. 심지어 그때는 우리가 발명했다 생각했는데, 발명가는 따로 있었다. 19세기 프랑스 수학자 에두아르 뤼카다. 원래 이 게임은 삼각형이 아닌 사각형을 그리는 게임이다.
번갈아 가며 직선을 그려 정사각형을 많이 만든 사람이 우승이라는 단순한 게임이지만, 오묘한 수학적 법칙이 들어 있다. 격자가 상자 고리로 채워졌을 때, 더블크로스 개수 합에 격자의 점 개수를 더한 값을 알면 승패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조금의 법칙만 알면, 무조건 이길 수 있는 패턴이 있다는 얘기다.
당연히 우리는 그런 수학적 계산은 전혀 몰랐다. 하지만, 작은 영역 싸움을 하며 색칠한 도형들은 나중에는 제법 멋진 하나의 예술적인 그림이 되어 있었다. 수많은 점과 상자 속에서 내 영역을 색칠해 나가는 이 게임은, 나의 학창 시절과도 닮아 있었다.
▲보드게임
정누리
보드게임은 마치 인생의 축소판 같다. 당장 부루마불처럼 게임머니가 오고 가는 게임도 그렇고, 장기와 체스처럼 전쟁의 역사를 담아 놓은 게임도 있다. 더 단순하게 들어가자면, 어릴 때 나뭇가지 하나를 모래 성에 꽂고 나뭇가지가 쓰러지기 전까지 모래를 뺏아가는 게임도 그렇다. 처음엔 과감하게 모래를 확보하다가, 위기 상황이 닥치면 너도나도 신중하게 적은 자원을 최대한 긁어낸다. 나뭇가지가 쓰러지면 한쪽은 탄식하고, 한쪽은 환호한다.
게임만큼 단순하고 솔직한 것이 있을까. 삶도 때로는 게임처럼 과감하게 주사위를 던질 필요가 있다. 어차피 전진만 하는 말은 없기 때문이다.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긴장감을 느끼는 것도, 삶의 묘미가 아닐까.
부모님께 보드게임 하는 모습을 사진 찍어 보냈더니, 웬일로 관심을 보이셨다. 저거라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아, 엄마아빠는 게임을 싫어하는 게 아니었다. 할 수 있는 게임을 찾지 못한 것이었다. 코로나가 끝나면 부모님과 보드게임부터 한번 해야겠다. 영원하라, 클래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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