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활동을 '입문 단계→몰입 단계→도약 단계→성숙 단계'로 나눠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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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문 단계' 증상은 가입기간 1년 남짓한 남희한 시민기자가 보내주셨다.
- 내 글을 이렇게 많이 읽어 본 적이 없다.
- 이렇게 많은 '최종, 최종_최종, 최종_최종_진짜최종' 파일을 만든 적이 없다.
- 네이버 국어사전 서비스가 왜 있는지 이제야 알게 됐다.
- 분명 고백이 아닌데 누군가의 '좋아요'에 설레버린다.
- 아직 멀었음을 알지만 자꾸 글 욕심이 생긴다.
'몰입 단계' 증상은 역시 가입기간 1년 남짓이지만 올해 기사로 가장 많이 만난 장순심 시민기자가 보내주셨다.
- 메인면 오름 기사로 배치되면 당황스럽다. '이런 글이 올라가도 되나?' 생각한다.
- 오름 배치가 반복되면서 주요하게 올라가는 기사의 특징을 스스로 알게 된다.
- 매일 하루 두세 시간은 기사를 쓰는 데 소비한다.
- 자주 쓰는 만큼 소재 고갈을 항상 느끼기에 감이 올 때 바로 메모한다.
- 일상의 소재가 고갈되면 읽던 책이나, 영화를 가지고 쓰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 다른 시민기자 기사를 보며 소재를 발견하기도 한다. 찜해둔 시민기자를 보며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쓰게 된다.
- 기사가 쌓이다 보니 조금 더 기사다운 기사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 무엇보다 가족이 시민기자 활동을 인정해주어 삶의 보람을 느낀다.
'도약 단계' 증상은 역시 가입기간 1년 남짓이지만 올해 '2월 22일상'을 받은 조영지 시민기자가 보내주셨다.
- 내가 쓰고 싶은 글과 원하는 기사의 틀 안에서 고뇌한다.
- 전문가들의 평과 심사에 민감해진다.
- 나의 잠재능력을 시험해보며 어디까지인지를 확인하고 싶어진다.
- 원고료보다 점진적 자기발전을 우선시 한다.
- 주요기사 채택 비율이 전성기보다 후퇴하기도 한다. 타 기사를 유심히 살펴보며 나의 기사와 비교 분석한다.
- 기사, 에세이, 인터뷰 등 장르를 아우를 수 있는 글들을 찾아보고 공부한다.
- 글쓰기의 기쁨과 슬픔을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는 동지를 찾기 시작한다.
- 신예보다, 노장들의 글들을 찾아 본다.
- 흥미의 답보에 따른 슬럼프, 좌절의 가능성도 있으며 잠적하기도 한다.
- 꾸준히는 쓰지만, 그게 '잘'로 이어지지 않아 주저앉기도 한다
- 개인적인 글쓰기에서 공적인 글쓰기로 시야와 관심사가 넓어진다.
이 구역의 최고봉 '성숙 단계' 증상은 가입한 지 20년차이자 '올해의 뉴스게릴라상'을 수상한 이봉렬 시민기자가 보내주셨다.
- 거리를 걷다가,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책을 읽다가, 뉴스를 보다가… 아무튼 이게 언젠가 기사로 쓸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되면 일단 메모를 한다.
- 그렇게 모은 단편적인 정보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직조하여 하나의 기사로 만드는 과정을 즐긴다.
- 좋은 기사가 된다는 확신이 들면 취재 과정에 시간이나 돈을 많이 써도 아깝지가 않다.
- 독자들의 댓글에서 옥석을 고를 줄 안다. 악플은 가볍게 넘기고, 조언은 고맙게 받아들인다.
- 톱기사 배치나 댓글, 조회수보다 공유 건수와 독자 원고료에 좀 더 마음이 간다. 독자의 마음을 얻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 기성언론의 기자들이 쓰지 않는 다양한 방식의 글쓰기를 시도해 보려 한다(인터뷰이가 혼자 말하는 방식의 인터뷰 기사, 독자들의 댓글에 답하는 방식의 부가 설명……)
- 기성언론의 기사를 읽으면서 그 속에 감춰 뒀을 이야기를 유추해 보는 취미가 생긴다.
보내주신 글을 보면서 15년 전에 선배가 적어놓은 글의 내용과 정확히 일치하진 않지만, 묘하게 겹치는 게 신기했다. 그런데 혹시 눈치 채셨는지? 어느 단계에 있는 시민기자든 이거 하나는 같았다는 걸. 바로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다.
'글 욕심이 생긴다', '조금 더 기사다운 기사를 쓰고 싶다', '개인적인 글쓰기에서 공적인 글쓰기로 관심사가 넒어진다', '기성언론의 기자들이 쓰지 않는 다양한 방식의 글쓰기를 시도해 보려고 한다'가 그 증거다. 지금보다 나아지고 싶다는 마음. 도전해 보고 싶은 시민기자들의 마음이 여러 번 읽혔다.
그들에게 <오마이뉴스>가 '샌드박스' 같은 곳이었으면 좋겠다. 아이가 그네를 타다 넘어져도 다치지 않도록 푹신한 모래를 깔아둔 아빠의 마음을 담아 만든 곳. '초기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위험 리스크를 줄여주는 지원을 통해 스타트업의 도전을 응원하는 역할'을 했던 드라마 <스타트업> 속 회사 샌드박스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입주사(시민기자)들의 좋은 멘토가 되어야 할 텐데... 과연 그럴 수 있을지. 2020년이 딱 이틀 남았다. 끝까지 '안전한' 연말 보내시길.
ps. 2020년 7월부터 매주 연재한 '에디터만 아는 TMI' 마지막 기사입니다. 읽어주시고 격려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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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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