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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이 되면서 생긴 비극

[코로나19와 의료공백 ②] 공공의료 자원과 정보전달체계의 부재

등록 2021.01.11 10:11수정 2021.01.1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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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과정에서 치료와 진료가 거부되거나, 적절하게 의료적 조치를 받지 못하는 의료공백의 상황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기고 '코로나19와 의료공백'을 통해 의료공백의 문제점을 인권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평등하게 치료받고 진료받을 권리에 대해 짚어 보고자 합니다.[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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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노동시민단체가 2020년 11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공공의료 강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병상 확충 예산 마련, 감염병 대응을 위한 공공병원 설립, 공공의대 신설대책 마련 등을 주장하고 있다. ⓒ 이희훈

 
코로나19로 인한 공중보건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매일 코로나19 양성으로 확인된 사람과 사망환자가 몇 명인지 미디어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이러한 통계들 속에서 매일 사회구성원들은 존엄한 삶을 유지하고 존엄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경험하고 있다.

아플 때 병원에 갈 수 있고, 적절한 때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일상적인 일들이 비극적일 수 있다는 것을 코로나19 의료공백 피해사례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이런 의료공백 상황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가장 큰 문제는 첫째 공공의료 자원의 부족 문제, 둘째 정보전달체계의 부재이다.

공공병원이 사라졌다? 사회적 약자의 의료공백 피해 

우리나라의 전체 의료자원은 많지만, 의료체계가 민간의료중심이라서 공공의료 자원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공공의료 자원의 부족 문제는 5년 전 메르스 사태를 통해서도 이미 확인된 사실이며,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이로 인한 의료공백 피해의 대상 폭도 훨씬 넓으며 그 피해 정도도 심각하다.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공공의료 자원 부족으로 인한 의료공백 피해는 2020년 3월 초 대구의 사례를 보면 그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대구지역으로 확산되었을 때 코로나19 양성으로 확인된 사람들 중에서 약 1천 6백여 명의 환자들이 병상이 없어 집에서 입원대기만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입원대기를 하다가 사망한 환자들도 있었다. 

대구의 이러한 사례는 지금 서울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2020년 12월부터 공공병상 부족으로 코로나19 양성으로 확인된 사람들이 집에서 기다리다가 사망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정부는 뒤늦게 국립대병원의 병상 일부를 공공병상확보 하는 등 조치하고는 있지만 공공병상 확보는 여전히 빨간불이다.

그런데 적은 수이지만 그나마 있던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공공병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쪽방 주민, 노숙인, 이주민, HIV 감염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에게도 의료공백 피해가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


장애를 갖고 동자동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 주민은 2020년 7월경 다리 염증으로 고열에 시달리다가 119를 불렀으나 원래 다니던 공공병원은 응급실이 폐쇄되어서 다른 3곳의 민간병원을 방문했지만 결국 고열 때문에 진료를 거부당했고 해열제로만 집에서 며칠을 버텨야만 했다.

HIV 감염인 한 사람은 직장에서 기계 조작 중 엄지손가락에 크게 부상으로 입어 급히 봉합수술이 필요해서 국립대병원(국립대병원도 공공병원에 포함)을 비롯한 민간병원 등 10여 곳의 료기관에 방문과 문의를 해봤지만 HIV 감염인임을 밝히자 코로나19를 핑계로 대거나 HIV는 치료가 어렵다는 이유로 모두 거절당하고 사고당한 엄지손가락은 영구장애 진단을 받았다.

이러한 의료공백 상황은 계층을 가리지 않고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특히 만성질환으로 병원에서 신장투석 등의 치료를 계속 받아야 하고, 병원에서 처방받아 매일 약을 먹어야 하며, 시급하게 수술을 받아야만 그나마 덜 아프게 살 수 있는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더욱 가혹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공공의료 자원이 부족한 현재의 의료체계에서 평상시에도 취약했던 이들의 건강권은 코로나19로 인한 공중보건위기 상황에서 더욱 취약해지고 있다.

정부의 역할, 개인에게로 책임 전가돼 

많은 의료공백 피해사례들의 공통적인 문제점 중의 하나는 일관되고 신뢰할 수 있는, 필요한 정보의 제공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공공병원이 문을 닫으면 어느 병원을 가야 하는지', '어디 선별 진료서를 가야 하며 몇 시까지 하는지', '응급상황에서 진료 가능한 병원은 어디인지', '1339와 보건소에서조차 명확한 정보를 주지 못하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이는 필요한 정보가 없어서 제공되지 못한 것과 마련된 정보들은 있었지만 취합되어 가이드라인이나 지침 등의 형태로 제공되지 못한 것, 정보도 있고 취합된 자료도 있었지만 정보전달체계가 부실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공공병원을 주로 이용하던 기초생활수급자 쪽방 주민은 코로나19로 문을 닫으면서 위급할 때 어느 병원으로 갈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고, 미열(37.3도)인 환자 한 분은 1339를 통해 진료가 가능한지 확인을 받고 근처 의원에 방문했으나, 정부 지침과는 다르게 의료기관 자체적 기준 때문에 진료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1339에 재차 확인 전화를 했지만 환자 본인이 알아서 결정하라는 식의 애매한 답변에 집으로 돌아간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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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의료현장 실태에 대한 '의료현장 증언을 통한 교훈' 토론회에서 경북 경산시에서 코로나19 환자로 오인되어 진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한 고 정유엽 군의 부모 어머니 이지연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아버지 정성제씨. ⓒ 이희훈

 
응급 상황에 반드시 필요한 정보와 이에 대한 의료전달체계의 부재로 인해 발생된 비극적인 사례도 있다. 고 정유엽씨의 경우 정부의 권고지침에 따라 하루 이틀 지켜보다 상태가 위급해지자 근처 큰 병원으로 갔지만 고열을 동반한 상태에서 진료 거부를 당했다. 1339와 지역보건소 연락을 했지만 검사 가능한 선별진료소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했다. 무엇보다 방문했던 병원이 바로 국민안심병원(A형)임에도 불구하고 검사 없이 바로 격리 입원 조치 가능한 병원(국민안심병원 B형)으로 이송되지도 그에 대한 정보도 안내받지 못했다. 이후 정유엽씨는 3월 18일 급성 폐렴으로 사망했다. 

엄지손가락 사고를 당한 HIV 감염인의 경우 수술 가능한 병원을 환자와 환자 보호자, 119가 일일이 의료기관에 전화하고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의료전달체계의 연결자 역할을 하는 119마저 제대로 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한 상황이었다.

정보 부재는 의료인들에게도 혼란을 가져왔다. 정부의 지침은 수시로 변경되어 내려왔고 종합적이고 충분한 정보가 없었으며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지침도 없었기 때문에 민간병원에서 자체적인 기준을 만들어 운영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결과적으로 정보전달체계가 없었던 것이나 마찬가지다. 의료공백을 예상하고 그에 필요한 필수 정보를 마련하고 관리하고 통제해야 하는 정부의 역할이 공백으로 남아있고 사회구성원들이 스스로 알아서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병원을 찾아가야 하는 상황에 방치된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역할 공백에 대해 고 정유엽씨의 유가족은 "아픈 사람 가족이나 아픈 사람이 직접 알아서 찾아가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것은 결국 HIV 감염인의 경우나 고 정유엽씨 유가족의 경우 모두 의료공백 상황에서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 개인에게 전가되었다는 의미이며, 의료공백 피해의 결과가 어떤 구조적 책임이 아닌 개인의 책임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대유행으로 인한 공중보건 위기 상황은 과거나 지금이나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공공성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증명해 주고 있다. 공공성의 부재로 인한 문제점은 의료영역뿐만 아니라 돌봄과 복지 영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본질은 정부의 역할과 의지가 공백이라는 것이다. 사회구성원이 건강하고 존엄하게 삶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가 어떤 체계를 설계하고 실행하는 데 있어 '공공성'이란 개념이 중요한 기본개념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각인해야 한다.
#의료공백 #공공의료자원 #정보전달체계 #공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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