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매장 용기내 첫 성공 사례
이준수
실패해도 괜찮다, 사례를 남길 수 있으니까
용기내의 성공 경험이 늘어갈수록 자신감이 붙었다. 다들 적극적으로 표현을 안 해서 그렇지 속으로는 환경을 염려하는 동질감을 느꼈다고나 할까. 내 경험 범위 내에서는 일회용품 줄이기의 취지에 공감하고 기꺼이 도와주려는 분들이 다수였다. 물론 실패하는 날도 있다.
가령 오늘은 동네 만두집에 국 끓여 먹을 만두를 사러 갔다. 김밥집에서 먹혔던(?) 다회용 용기를 들고서. 한 달 전에도 고기만두와 김치 만두 스무 개를 담아온 선례가 있기에 한결 느긋한 마음이었다.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찐만두와 달리 만둣국용 만두는 미리 익힌 상태에서 냉동 보관을 하기에 스티로폼 접시에 랩이 씌워져 있었다. 내가 부탁해서 가게 안쪽 냉장고에서 꺼내 오신 만두를 돌연 안 사겠다고 취소할 수가 없었다. 사장님은 내 손에 들린 다회용 용기를 보고서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포장이... 얘(만둣국용 만두)는 어쩔 수 없어요. 만두는 다 익은 거니까 처음부터 넣고 끓이지 말고, 끓는 물에 넣으세요."
사장님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죄책감과 조금의 짜증이 섞여 있었다. 어쩐지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만두 가게의 생존을 위해서는 손님이 편리한 방향으로 물건을 팔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더군다나 이 만두집은 테이크 아웃 전문이라 포장이 기본이다. 나 같이 소수의 별난 고객을 위해 기존의 영업 방침을 바꿀 필요는 없다. 오히려 만두집에서 친환경 포장을 표방했다가는 값비싼 천연 포장 용기를 구입하느라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더 크다. 사장님을 여러 차례 곤란하게 만드느니 내가 다른 가게를 찾는 게 더 합당한 선택일 수 있다.
그렇지만 나는 예의 바른 태도를 잃지 않고 계속 동네 음식점 사장님들께 용기를 내 볼 생각이다(꼭 만두 가게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하면 적어도 세상에 일회용품을 거부하는 신념을 구체적인 형태로 요구하는 사람도 있다는 사례를 남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그렇다. 뜻이 맞는 사람이 함께해 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욕심이다. 그래도 우선 시도는 해 볼 예정이다.
사족으로 덧붙이자면, 아저씨들의 '용기내'를 권장하고 싶다. 나도 아저씨 중 한 명으로서 어디 뭐 사러 가서 뻘쭘하게 인사만 드리고 오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용기내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대화의 물꼬가 트인다. 때때로 공감과 칭찬을 듣고 올 때도 있다.
보통 아저씨들은 말주변이 없다, 귀찮은 걸 꺼린다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사소한 변화 하나로 동네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친근감이 든다. 지역 화폐 카드로 결제하고 10% 할인받으면 금상첨화고. 그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 용기를 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