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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만원 빼돌린 복지관, 용산구청은 무얼 했나

[시민이 바라본 용산 지방자치 4] 용산장애인복지관 회계 비리 사건

등록 2021.02.08 12:52수정 2021.02.08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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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권익위원회 이첩[송부]사건 조사결과. 법인과 복지관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7년 동안 5000만원이 넘는 후원금을 빼돌려 왔다.
국민권익위원회 이첩[송부]사건 조사결과. 법인과 복지관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7년 동안 5000만원이 넘는 후원금을 빼돌려 왔다.국민권익위
 
2019년 12월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조사결과를 통지받았다. 내가 제보한 '용산장애인복지관에서 축제를 통해 마련한 후원금을 빼돌리고 있다'는 비리에 대한 회신이었다. 조사결과 복지관 축제로 발생한 후원금이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대한성공회 유지재단' 계좌로 송금되었다는 것과 7년간 송금액이 5021만 9000원이라는 점이 드러났다.

2019년 가을, 서울 용산장애인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노동조합을 준비하고 있던 나에게 '비자금'에 대한 익명의 제보가 왔다. 누가 나에게 제보했는지는 지금도 모른다. 제보 내용은 몇 년동안 복지관 축제 때 강매한 티켓비용과 이 돈이 법인으로 흘러들어간다는 것이었다.

복지관 축제는 내가 속한 팀에서 진행했기에 축제에 대한 여러 문건을 살펴봤고 그 결과 석연치 않은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부 수익이 예상되는 내용을 실제 서류에서는 발견하지 못한 것과 회계 담당자와의 대화 등 나름의 조사를 통해 비리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다.

우리 팀을 중심으로 하는 이 행사를 통해 법인과 기관의 비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듯했다. 이를 근절하지 못하면 다음해에는 내가 비리의 주체가 될 것이 분명했다. 내 양심과 지역주민을 속이는 것보다 비리를 신고해 받을 불이익을 감수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지난 몇 년간의 비자금이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다.

그 이후에 내가 어떻게 직장을 떠나게 되었는지는 복지관이나 내 이름을 검색하면 여러 언론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이유는 따로 있다. 법인과 기관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그동안 문제제기를 했지만, 이 사건에 책임이 있었던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에 대해서는 충분히 풀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많은 기자들이 좋은 기사를 써주었지만, 지자체가 민간위탁 시스템을 보다 책임 있게 운영해야 하는 과제는 남아 있다. 분명히 용산장애인복지관 후원금 비리는 복지관의 투명성을 믿은 후원자들을 기만한 결과이자 장애인복지관이라는 공공기관에서 벌어진 복지비리였다.

대부분의 사회복지시설은 민간위탁으로 이루어진다.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조사한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시설의 민간위탁 현황 및 개선과제'에 따르면 사회복지 시설의 민간위탁은 사회서비스 제공의 근간을 이루는 운영방식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또한 지도·감독 및 성과평가 등 운영과정상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민간위탁 운영법인의 서비스 질 강화를 위한 여러 방법 중 하나로 사회복지시설의 적정한 지도·점검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입법조사처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시설의 민간위탁 현황 및 개선과제'에는 민간위탁 서비스 질 강화에 있어 지도점검에 대한 필요성이 언급되어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시설의 민간위탁 현황 및 개선과제'에는 민간위탁 서비스 질 강화에 있어 지도점검에 대한 필요성이 언급되어 있다.국회 입법조사처

용산구청의 공무원들은 아무 책임이 없을까?


민간위탁 서비스에 있어서 적정한 지도점검의 주체는 지자체다. 7년 동안 후원금을 빼돌리는 비리가 장애인복지관에서 일어나고 있었으나 등잔 밑이 어두웠던 용산구청의 지도점검은 부실했다. 업계 블랙리스트에 이름 올릴 각오로 공익제보를 한 필자의 신고를 통해서야 세상에 드러날 수 있었다.

구청에서 지도점검만 충실히 했다면 밝힐 수 있었던 비리였으나 힘없는 사회복지사가 업계에서의 입지악화를 감수하고 제보에 나서서야 이 비리는 끝이 났다. 제보를 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많은 후원금이 지금까지 빼돌려졌을까.


필자는 공익제보 후에 얻은 것이 없다. 최선을 다해 바꾼 기관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퇴사하게 되었고 이러한 이력은 나를 계속 따라다닐 것이다. 이 모든 사태가 있기까지 책임져야 할 당사자는 한 명의 사회복지사였을까, 아니면 지도감독의 주체였던 용산구청이었을까.

서울 용산구 유일의 장애인복지관인 용산장애인복지관의 회계비리는 지역 장애인 복지의 공공성과 안정성에 불신을 주는 사건이었다. 사회복지시설은 엄연한 공공기관이다. 하지만 한 부도덕한 종교법인의 장기간 위탁운영으로 인해 복지관은 후원금을 뽑아먹는 곳으로 사유화되었다.

위탁시설인 사회복지시설에 문제가 생기면 대부분 위탁법인의 도덕성과 전문성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위탁법인이 비판받아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위탁을 맞긴 지자체가 이러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최근까지 이슈였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떠올려보자. 국회 심사 과정에서 삭제된 '부실한 관리·감독 등으로 중대재해를 야기한 공무원'에 대한 처벌규정을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비리를 저지른 법인과 기관도 문제지만, 지도·감독의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의 해당 공무원들은 아무 책임이 없을까? 직무유기는 물론이고 위탁의 인허가권을 가진 공무원 역시 이러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중대재해뿐만 아니라 '문제'에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우리 사회의 많은 병폐들을 양산해 냈다.
덧붙이는 글 다음 글에서는 '민간위탁의 책임'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복지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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