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창고를 떠나던 시기 찍은 출근 버스 사진.
김상현
나는 선택하라는 문자에 '퇴직하겠습니다'라고 보냈다. 그러자 담당자는 '퇴직하고 싶은 날에 언제든지 와서 말하면 된다'라고 답했다.
퇴직 날짜를 잡고 나는 평소 같이 일했다. 사람들에게는 떠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내가 다른 노동자를 떠나보냈던 것처럼 똑같이 대했다. 앞으로의 행운을 빌어주고 수고했다고 다독여줬다. 그리고 나와 그들은 물건을 나르는 일에 집중했다.
퇴직 당일, 긴장이 풀렸는지 하마터면 출근 버스를 못 탈 뻔했다. 출근 버스가 오지 않아서 다른 수단으로 출근한 적은 있어도, 늦어서 버스에 타지 못할 뻔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는 숨을 헉헉대며 겨우 버스에 탑승했다. 버스는 평소와 같이 달리고 노동자들을 실었다. 창고에 도착하자 노동자들은 일렬로 긴 줄을 섰다. 체온을 측정하기 위함이었다.
모든 것이 이전과 똑같았다. 출근 수속을 하고, 사물함에 가방을 넣고, 300원짜리 음료수를 마시고 아는 사람들과 인사한다. 잠시 휴게실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현장에 올라가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 다른 노동자들과 함께 올라간다.
창고에 올라가자마자 일하던 파트에 가서 이름을 적고 장갑을 받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용했던 창고는 다시 사람들로 찬다. 관리자들은 올라와 노동자들에게 안전교육을 한다. 그러면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뛰지 않는다" 같은 구호를 외친다.
그리고 일을 시작한다. 물건을 나르고 정리한다. 거대한 집게처럼 생긴 쟈키를 써서 가득 찬 파레트를 지게차가 가져갈 수 있게 옮긴다. 이것을 계속해서 반복하다가 누군가 권하는 커피를 한 잔 마시며 한숨 돌린다.
퇴직을 신청하다
점심시간은 달랐다. 나는 사무실로 내려가 "퇴직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영어 닉네임을 가진 직원이 종이 몇 장을 주며 적으라고 했다. 통장 사본도 보내라고 덧붙였다.
나는 즉각 통장 사본을 그가 알려준 휴대폰 번호로 보낸 다음 사무실 밖에서 그가 건네준 종이를 작성했다. 퇴직 절차와 관련된 문서들이었다. 설문 조사도 있었다. 나는 솔직하게 내가 원하는 개선책들을 적었다. 그것들이 잘 반영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잘 알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다.
다 적고 나서 나는 담당자에게 퇴직 서류를 주었다. 그는 "수고하셨다"라고 짤막하게 말했다. 나는 "감사합니다"라고 말한 다음 오후 작업을 하기 위해 다시 현장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오전과 같이 일했다.
마지막 선물
나는 다시 한번 친했던 노동자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언제 다시 볼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물류창고로 복귀하는 시점을 정해두지 않았고, 이 창고로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하지도 못했다.
일하면서도 인사할 사람에게 전부 인사했다. 오늘 출근하지 않은 노동자들에게는 따로 안부 인사를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일을 마무리하고 퇴근 버스에 올랐다. 곧 떠날 창고를 바라보며 그동안 있었던 많은 일을 떠올렸다.
그러던 중 누군가가 나를 급하게 찾는다는 소리를 들었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쿠팡 물류창고에 일용직으로 들어와서 지금은 계약직 고참으로 일하던 노동자였다. 나를 찾은 이 노동자는 "벌써 떠난 줄 알았다"라며 "이걸 전해주게 되어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쇼핑백 하나를 건네받고 그녀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나중에 쇼핑백을 살펴보니 각종 빵과 마카롱이 들어있었다. 이 선물들을 가족들과 나누어 먹었다. 이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