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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팔아 자금 지원... 미얀마 제자들이 싸우고 있다"

[인터뷰] '미얀마 커피'로 민주화 항쟁 지원 나선 권태훈 <사람예술학교> 이사장

등록 2021.03.15 17:27수정 2021.03.15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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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 불복종 운동'이 연일 벌어지고 있는 미얀마의 3월 11일 모습. 현지 사진기자 모임인 'MPA(Myanmar Pressphoto Agency)'가 미얀마 중부의 만달레이에서 찍어 보내온 사진이다. ⓒ MPA

 
"미얀마에서 수천 명의 아이들을 만나고 가르쳤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친구들이 거리에 나와 목숨 걸고 싸우고 있어요. 제가 어떻게 가만히 있겠어요?"

'사람예술학교' 이사장인 권태훈씨가 "미얀마 민주주의 항쟁을 직접 지원하는 이유"라면서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밝힌 말이다.

"사람예술학교를 도왔던 미얀마 선생님들이 지금은 시위현장에서 리더가 돼 싸우고 있어요. 선생님들에게 '무엇이 필요하냐' 물었더니 주저 없이 자금이라고 하더라고요. '충분한 자금이 있어야 계속 싸울 수 있다'고. 그래서 사람예술학교 설립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쿠데타 전 미얀마에서 들여온 커피를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판매수익금 전액을 보낼 예정입니다."

온라인에서 입소문 탄 미얀마 커피 

커피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탔다. 권 이사장 스스로도 "일일이 응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판매 개시 1주일도 되지 않아 1000개가 넘는 커피가 판매됐다"라고 설명했다. 금액만 따졌을 때 2000만 원이 넘는 돈이다.

권 이사장은 "정말로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데 온라인에서 메시지로 연대하는 것 이외에는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커피를 통해 직접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기니 시민들의 연대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모인 수익금은 미얀마 현지 시민조직인 시민불복종운동(Civil Disobedience Movement) 만달레이 지부에 전달돼 투쟁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당장은 시위 참가자들이 사용할 헬멧과 식료품 구입 비용 등으로 사용될 겁니다. 의료품도 구입해야 하고요. 이번 시위에는 군부의 행정력을 마비시키기 위해 공무원과 준공공기관 노동자들이 함께 하고 있어요. 이로 인해 이들은 생계유지가 불분명한 상황이죠. 이들이 시위를 지속할 수 있도록 생활지원금도 일정 부분 전달될 겁니다. (제2도시) 만달레이뿐 아니라 사가잉과 카친 지역에도 지원할 예정입니다."
 

사람예술학교 권태훈 이사장 ⓒ 권태훈

 
권 이사장이 속한 사단법인 <사람예술학교>는 지난 2013년 설립돼 '예술교육을 통해 공동체 인간을 양성한다'라는 목표 아래 미얀마 난민 아동 등을 대상으로 교육활동을 진행한 단체다. 2019년 미얀마 만달레이 지역 자우 민트 마웅(Zaw Myint Maung) 수상 등을 직접 만나 직업훈련학교인 전문대학 설립을 위한 협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학교 설립을 위한 부지도 마련했다. 


그러나 지난 2월 1일 발생한 군부 쿠데타로 모든 것이 무기한 연기됐다. 학교 수립을 위해 애썼던 자웅 민트 마웅 수상은 군부의 습격으로 체포돼 가택 연금됐다.

11일 유엔 미얀마 특별보고관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지난 2월 1일 이후 현재까지 미얀마 민주주주의 항쟁으로 최소 70명이 살해됐고 2000명 이상이 불법적으로 구금됐다고 알려졌다. 사망자의 절반 이상은 25세 이하 청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군부, 제재 신경 쓰지 않는다... 연대해야 항쟁 성공"

권 이사장은 통화에서 "미얀마 민주화 투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얀마 시민들과 글로벌 시민이 '원팀'이 돼야 한다"라는 입장을 수차례 강조했다.

"다들 아시겠지만 미얀마 안에서의 운동만으로는 결코 이번 항쟁이 성공할 수 없습니다. 이미 미얀마 국민들은 '8888항쟁'을 통해 실패의 쓰라린 경험을 했어요. 당시 3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죽었고, 1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행방불명 됐어요. 당시엔 미얀마 안에서만 투쟁이 이뤄졌고 확산되지 못한 게 실패의 가장 큰 이유죠."

권 이사장이 언급한 '8888항쟁'은 1988년 8월 8일에 촉발한 항거로, 1962년부터 이어진 군부독재에 맞선 민주화투쟁이다. 수천 명 시민이 목숨을 잃었지만 군부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시위 과정에서 미얀마 독립영웅 아웅산 장군의 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군부의 대척점 인물로 올라선다. 이후 군부는 수치 고문에 대한 구금과 가택연금을 반복했지만 2015년 총선에서 NLD(민족민주연맹)가 승리했다. 2020년 총선에서 NLD가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다시 한 번 받았으나, 지난 2월 쿠데타를 계기로 군부가 다시 전면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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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 불복종 운동'이 연일 벌어지고 있는 미얀마의 3월 11일 모습. 현지 사진기자 모임인 'MPA(Myanmar Pressphoto Agency)'가 미얀마 중부의 만달레이에서 찍어 보내온 사진이다. ⓒ MPA

 
권 이사장은 "지속적이고 직접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미얀마 국민은 다시 한 번 쓰라린 실패의 아픔을 겪게 될 것"이라면서 "미얀마 민주화 항쟁이 성공할 때까지 원팀으로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평화적 시위대에 사람을 죽일 수 있는 힘과 위협, 공격을 가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 미얀마 군부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군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엄령을 선포하며 시민들을 향해 총부리를 겨눴다.

미얀마 군부가 국제사회의 경제적 제재와 군사적 압박 등을 무시하는 이유에 대해 권 이사장은 "미얀마는 경제 자체가 미얀마식 사회주의 체제로 이뤄진 농업기반"이라면서 "전체 경제 인구 중 70%가 농민이다. 대외경제 의존도 역시 전체 경제 중 10% 미만이라 경제적 압박이 큰 효과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 이사장은 "유엔의 평화유지군 파견 역시 중국 등 상임이사국의 반대로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태"라면서 "설사 평화유지군이 파견된다 할지라도 파견까지 국가 간 의견 조정 등으로 시일이 오래 걸린다. 그 사이 미얀마 국민들은 죽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화적 제재 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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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 불복종 운동'이 연일 벌어지고 있는 미얀마의 3월 3~4일 모습. 현지 사진기자 모임인 'MPA(Myanmar Pressphoto Agency)'가 찍어 보내온 사진이다. ⓒ MPA

 
권 이사장은 "커피(구매)를 통한 직접 지원 이외에 미얀마 시민들을 위해 지금 당장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서 "미얀마 군부를 향한 문화적 제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말한 '문화적 제재'란 무엇일까? 

"미얀마 민주화 운동이 이어질 수 있도록 각국의 셀럽 등이 나서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민주화를 지지하는 여론이 지속적으로 형성되고 여론에 민감한 각국의 대통령이나 권력자들이 행동에 나서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그럼 우리 시민들은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제가 '아미(BTS 공식 팬덤)'라면 저는 지금 당장 BTS에게 메시지를 보내 연대를 호소할 겁니다."

권 이사장의 이러한 바람은 실제로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당장 미얀마 안에 있는 K팝 팬들은 한글로 "우리 미얀마를 도와주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세이브 미얀마(#SaveMyanmar)', '미얀마 쿠데타(#Myanmarcoup), 군부를 거절한다(#Reject_the_Military)', '미얀마는 민주주의를 원한다(#Myanmar_wants_Democracy)' 등 해시태그를 달고 어려운 인터넷 상황에도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 꾸준히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이에 대해 권 이사장은 "미얀마 시민들에게 현재의 상황은 군부에 대한 도전이자 싸움이지만 우리 글로벌 시민들 입장에서 이번 쿠데타는 인류 문명이 구축한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면서 "이번 사태를 단순히 동남아 한 국가에서 일어난 일로 봐서는 안 된다. 광주(민주화항쟁)를 겪은 우리가 보다 적극적으로 미얀마 민주주의가 회복되는데 역할을 하고 동참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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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 불복종 운동'이 연일 벌어지고 있는 미얀마의 3월 11일 모습. 현지 사진기자 모임인 'MPA(Myanmar Pressphoto Agency)'가 불교 수도원이 많은 사가잉에서 찍어 보내온 사진이다. ⓒ M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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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 불복종 운동'이 연일 벌어지고 있는 미얀마의 3월 11일 모습. 현지 사진기자 모임인 'MPA(Myanmar Pressphoto Agency)'가 불교 수도원이 많은 사가잉에서 찍어 보내온 사진이다. ⓒ MPA

 
권 이사장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군부에 잡혀가지 않은 인사들 중 일부가 임시정부(CRPH/연방의회의원 대표위원회)를 구성했다"면서 "청년들의 시위에서 CRPH를 인정해 달라는 피켓이 늘고 있다. 이것은 무슨 뜻이겠나. 미얀마에서 군부가 수십년동안 통치했지만 민주주의의 맛을 본 청년들은 군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의미다. 청년들은 결코 민주주의를 놓지 않는다. 미얀마가 민주주의로 회복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죽음을 줄이기 위해 우리가 원팀으로서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나서야 한다"라고 재차 호소했다.

사람예술학교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지지합니다", "미얀마의 봄을 응원합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미얀마 시민들의 민주주의 항쟁을 상징하는 세 손가락 사진이 게시됐다. 세 손가락은 '군부 독재 저항', '군부 반대', '복종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영화 '헝거게임'에서 민중들이 독재에 대한 저항으로 사용한 사인이다. 해당 페이지에서 미얀마 민주화 투쟁을 지원하는 사람예술학교의 커피 구입도 가능하다. (www.facebook.com/goodvoiceschool)
#미얀마 #쿠데타 #아웅산 #사람예술학교 #권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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