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바나 센트로의 거리
이희동
점심을 먹은 뒤 따로 일정은 없었다. 6시에 맞춰 아바나의 일몰을 보기 위해 카사블랑카 언덕 옆에 있는 모로요새에 가는 것이 전부였다. 그곳은 몇해 전 드라마 <남자친구>에서 송혜교와 박보검이 만난 곳으로 한국인들 사이에서 유명해진 곳이었지만, 원래부터 아바나 시내를 배경으로 하는 아름다운 일몰로 유명한 곳이라고 했다.
갑자기 붕 떠버린 시간. 여느 여행 같았으면 일정이 따로 없어도 1분1초가 아까워 혼자라도 빨빨거리며 돌아다녔을 테지만 그만 숙소로 들어가 쉬기로 했다. 시차적응을 못해 졸리기도 했지만 적도에 가까운 쿠바의 2월은 겨울인데도 너무 더웠다. 도대체 여름엔 어떻게 살 수 있는지.
침대에 누워 로비에서 산 인터넷 와이파이 카드로 쿠바에서 처음으로 인터넷과 접속했다. 보통 쿠바에서는 인터넷을 하려면 국가에서 운영하는 국영 통신사 '에텍사(ETECSA)'에서 와이파이 카드를 구매한 뒤 와이파이 존을 찾아야 했지만, 호텔 투숙객은 호텔에서 와이파이 카드를 산 뒤 호텔 내부에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인터넷이 연결되자마자 가족에게 안부를 전했다. 아내는 내가 말할 틈도 주지 않고 다짜고짜 쿠바에 잘 들어갔냐고 물어왔다. 한국은 난리라고 했다. 우리가 출국한 날짜가 2월 19일이었는데 그 다음날 코로나19 31번 환자가 등장하면서 온 나라가 쑥대밭이 되었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언론을 살펴봤더니 과연 그랬다. 잠잠해지던 국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31번 확진자의 등장과 함께 신천지 교회 구성원을 타고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한국인 여행객을 받아들이는데 주저한다고도 했다. 우리가 아무 일 없이 쿠바에 들어온 건 정말 재수가 좋은 경우였다.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이렇게 심각해질 줄이야. 설마 한국인이라고 쿠바에서 돌아다니거나 출국할 때 문제가 생기진 않겠지?
2+2=5?

▲ 2+2=5?
박종삼
코로나19 때문에 앞으로 여행하는데 제약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자 가만히 쉬고 있을 수 없었다. 부랴부랴 짐을 챙긴 뒤 호텔에서 나와 무작정 혼자 거리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해외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올드 아바나를 걷는 대신 쿠바인들이 실제 거주하고 있는 아바나 센트로로 향했다. 그래도 여행의 백미는 그 지역 사람들이 사는 공간 아니던가.
아바나 센트로는 아침에 잠깐 돌아다닌 올드 아바나와 느낌이 완전 달랐다. 올드 아바나가 유네스코에 등재될 만큼 고전적이고 관광지의 느낌이라면 아바나 센트로는 쿠바의 날 것을 보는 느낌이었다. 아이들은 집 앞 골목에서 공을 차고 있었고, 어른들은 골목에 옹기종기 모여 더위를 식히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완전한 이방인이었다.
낯선 동양 남자를 바라보는 경계의 눈빛들. 그래도 위협을 느끼진 않았다. 쿠바는 체 게바라가 사랑했던, 아직까지도 전 세계 인민 해방을 이야기하는 낭만이 살아있는 국가 아니던가. 내게는 그런 쿠바인들이 인종차별을 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실제로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본 쿠바의 인종분포는 흑인에서부터 백인까지 다양했다. 원주민 역사에서부터 스페인의 식민지, 미국의 반식민지를 거치면서 온갖 인종이 섞인 탓인데, 그들은 비교적 평등해 보였다. 다른 인종끼리 사귀고 있는 경우도 많은 듯했다. 물론 깊숙이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의 차별은 있겠으나 그 정도의 차별은 어느 사회나 존재할 것이다.
돌아다니며 본 광경 중에 가장 궁금한 것은 거리 곳곳에 그려져 있는 2+2=5?라는 그라피티였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지만 너무 다양한 형태로 빈번하게 보였다. 도대체 저게 무슨 뜻이지?
▲ 아바나의 까삐똘리오
이희동
궁금증은 이틀 뒤 올드카 기사 마리오 덕분에 풀렸다. 그것은 현재 쿠바 공산주의 정부에 반대하는 쿠바인들의 표식이라고 했다. 2+2가 어떻게 5가 되느냐는 반문처럼 공산주의 정부가 옳다고 하면 그 모든 것이 옳으냐는 반문이었다. 그러면서 마리오는 그런 쿠바인이 전체 인구의 30%는 된다고 했다.
놀랐다. 공산주의 정부를 공공연히 반대하는 쿠바인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그런 사실을 그라피티를 통해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에 또 놀랐다. 같은 공산주의 국가지만 쿠바는 북한과 비교해서 차원이 다른 자유를 허용하고 있구나. 어쩌면 그와 같은 자유가 자본주의의 본국이라는 미국 옆에서 공산주의 쿠바가 버틸 수 있는 힘이리라.
미국 국회의사당과 똑같이 생긴, 과거 쿠바의 국회의사당이었던 까삐똘리오를 끝으로 여행자의 거리라는 오비스포 거리를 통해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자, 이제 그 유명한 아바나의 노을을 보러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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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원이, 2026년에는 서울시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20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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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아바나에서 본 '2+2=5?' 이 그림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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