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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조합장의 허베이조합 이사 '겸직 허용'한 해수부… 법적근거 물어보니

협동조합기본법이 아닌 행정규칙기본법 사례로 들어 지구별수협 정관 인가해 줘

등록 2021.03.24 17:39수정 2021.03.2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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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범위 완화해서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은 하위법령에서 가능" 입장
 

충남 태안군 태안읍에 위치하고 있는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 '다른 조합의 임원을 겸직할 수 없다'는 협동조합 기본법 조항에도 불구하고 해양수산부는 수협정관 개정 인가를 통해 수협조합장의 허베이조합 임원 겸직을 허용해 논란이다. ⓒ 김동이

 
「수산업협동조합법 제55조 제3항에 의하면 수협의 임원은 다른 조합의 임원 등을 겸직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는 서산수협, 태안남부수협 및 안면도수협의 정관을 수산업협동조합법에 위반되게 정관변경인가를 해줘서 해당 수협의 임원이 협동조합기본법에 의해 설립된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의 임원을 겸직할 수 있도록 했다.

즉, 해양수산부는 수산업협동조합법 제55조 제3항과 그 하위 행정규칙으로 고시된 지구별 수협정관 제58조 제2항을 위반하면서 위 3개 수협의 정관을 변경해준 것이다. 따라서 위 3개 수협의 임원은 엄연히 다른 조합인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의 임원을 겸직하게 되었고, 이는 수산업협동조합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다. 또한, 위 3개 수협의 임원이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의 임원을 겸직함으로써 기존의 수협운영에 많은 관리상의 문제가 나타났다.

위 3개 조합에 대하여만 행정규칙(고시)을 위반하여 변경인가를 해주었던 해양수산부는 해당 변경인가의 모순점을 인식하고 수산업협동조합법에 위반되도록 행정규칙 자체를 개정했다. 즉, 처음에는 고시에 위반되는 변경인가를 해주었고, 지금은 법에 위반되도록 고시 자체를 개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양수산부의 행동은 농업협동조합법 제52조 제3항 및 산림조합법 제41조 제3항의 '임원은 다른 조합의 임원 또는 직원을 겸직할 수 없다'와 같은 타 법령과 명백히 모순된다.

그리고 수산업협동조합법 제44조 제4항에 의하면 수협대의원의 경우는 여전히 다른 조합의 임원 겸직이 불가하다. 즉, 수협임원은 타 조합 임원겸직이 가능하고 수협대의원은 겸직이 불가한 상황인 것이다. 이는 명백하게 특정 소수인에게 특혜를 주기 위하여 법령위반 및 법령개폐가 이루어진 것이다.」


457명의 유류피해민 이름으로 감사원에 감사청구된 청구서에는 그동안 해양수산부가 유권해석을 달리 해 혼선을 준 수협조합장의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 임원 겸직 문제도 포함됐다.

'다른 조합의 임원을 겸직할 수 없다'는 협동조합 기본법 위반과 함께 수협운영의 관리상 문제와 이해상충 우려까지 여전히 수협조합장의 허베이조합 임원겸직은 논란인 가운데 해양수산부는 왜 수협조합장의 겸직을 허용한 것일까.
(관련기사 : 파행운영 '허베이조합' 결국 감사원행... 유류피해민 457명 청구)


또한 해양수산부가 수협조합장의 겸직을 허용한 법적 근거는 무엇일까. 그리고, 수협조합장의 허베이조합 겸직을 허용해줌으로써 수협조합장이 73%의 수협조합원, 즉 유류피해민을 위해 허베이조합에서 한 역할은 무엇일까.

수협조합장의 허베이조합 임원 겸직 허용한 법적근거는… 해수부, "어업인 대표라서"
 

사진은 지난 1월 20일 허베이조합 태안지부의 임원선거를 앞두고 내건 현수막. 임원선거를 통해 태안지부장과 태안지부 몫의 허베조합 이사 6명, 감사 1명을 선출했고, 이사에 현직 수협조합장이 선출돼 현재 허베이조합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 김동이

 
기자는 수협조합장의 겸직을 허용해 준 해양수산부에 정책질의와 추가 인터뷰를 통해 허베이조합의 이사를 겸직하게 허용해 준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따져 물었다. 그리고 겸직을 허용해 준 허베이조합 현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을 전해 들었다.


기자는 수협조합장의 허베이조합 이사 겸직을 허용해 준 해양수산부에 이같이 물었다.

「수산업협동조합법 제55조 3항 지구별수협의 임원은 다른 조합의 임원 또는 직원을 겸직할 수 없다고 되어 있는데, 상위법이 바뀌지도 않은 상황에서 수협의 정관만 변경해 겸직을 가능토록 한 법적 근거는 어디에 있나. 무보수에 한해 허용 법적근거도 제시해 달라.」

해양수산부의 답변은 어땠을까. 해수부 답변의 골자는 유류피해민의 73%가 어업인이고, 피해어업인들의 입장을 체계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지역어업인들의 대표격인 수협조합장을 허베이조합의 이사회 구성원 참여 필요성이 인정돼 겸직금지를 예외적으로 허용했다는 것이다. 해양수산부의 답변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수협법 제37조 제2항 및 지구별수협정관(예) 제37조 제2항에 따라 정관의 변경 사항은 해양수산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태안남부수협 등 3개 수협으로부터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른 사회적협동조합의 임직원 겸직을 허용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인가 신청이 있었으며 그 타당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수협법 제55조 제3항 및 지구별수협정관(예) 제58조 제2항에 따라 이 조합의 임직원은 다른 조합과 중앙회의 임직원을 겸직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임원이 직무수행 과정에서 얻은 정보 등을 이용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여 조합의 이익을 해하는 것을 방지하고, 임원 개인과 조합의 이해상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은 태안지역 유류피해민들이 삼성중공업 출연금 운영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한 조합이며, 태안지역 유류피해민의 대부분이 어업인(73%)이고, 동 피해어업인들의 입장을 체계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지역어업인들의 대표격인 조합장이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의 이사회 구성원 참여 필요성이 인정되었다. 다만, 임원의 겸직금지 규정의 입법취지를 고려하여 사회적협동조합 전체가 아닌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으로 한정하여 겸직금지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되, 어업인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겸직을 허용한다는 취지를 고려하여 "무보수 봉사를 원칙"으로 한다는 단서를 추가하여 겸직을 허용한 것이다.」


이같은 해수부의 답변에 대해 전직 유류피해대책위원회 위원장 출신 A씨는 "피해 어업인들의 대표격인 수협 조합장이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의 이사회 구성원 참여 필요성이 인정되어 무보수 봉사를 원칙으로 임원을 겸직 할 수 있도록 했다면 겸직했던 수협 조합장들은 피해 어업인들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 밝혀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는 사실상 허베이조합의 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현직 수협조합장이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있음을 에둘러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수부, "3개 수협 정관변경 인가신청 들어와 무리 없다고 판단해 겸직 인가"

 

법은 그대로... 겸직허용한 수협정관 개정 인가한 해수부 해수부는 서산수협 뿐만 아니라 안면도수협, 태안남부수협에 대해 정관 개정인가를 통해 3개 수협장의 허베이조합 임원 겸직을 허용해줬다. ⓒ 김동이

 
법적 근거가 아닌 단지 어업인들의 대표격이라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댄 해양수산부의 답변에 기자는 전화를 걸어 추가로 질의했다. 겸직을 허용해 준 법적 근거를 밝히지 않은 해양수산부 측에 법적 근거가 무엇이냐고 재차 물었다.

이에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행정규칙기본법에 따르면 상위법에 제한할 수 있는 행정규제가 있다면 구체적인 범위나 상세한 내용은 행정규칙이나 하위법령에 담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나 그 규제의 범위를 완화해서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은 하위법령에서 가능하도록 되어 있고, 우리법(수협법)에서는 각 지구별수협에 정관예시를 두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 예시를 기본적으로 따르면 별도로 인가를 받지 않아도 되고, 예시와 달리 정할 경우에는 해양수산부의 인가를 받도록 되어 있다"며 "행정규칙기본법에 하위에 상세하게 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가능하기 때문에 (3개 수협에서) 인가신청이 들어왔고, 구체적으로 적시해준 내용들을 토대로 허베이협동조합을 그 범위에 포함시켜줘도 무리 없다고 판단해서 인가를 해 준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수협과 허베이조합간의 '이해상충' 논란이 발생한다면 겸직을 허용해 준 해양수산부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지 않겠냐는 추가 질의를 던졌다. 이에 대해 해수부는 구체적인 이해상충이 예상되는 부분을 소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허베이조합과) 이해상충하는 부분이 있다면 수협쪽에 감사나 감시, 관리를 요구한다든지, 허베이조합의 이해상충에 대해 어떤 부분이 구체적으로 예상되는지 명확한 이해상충에 대한 내용을 규정해서 소명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른 사회적협동조합들이 (정관 변경) 인가 검토 요청이 있다면 검토해서 하겠지만 지금까지 인가검토요청을 해서 다른 조합 범주 안에서 제외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협동조합이 허베이조합 밖에 없었다"면서 "만약에 다른 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고, 수협의 겸직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주고, 해당 수협에서 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한 성격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서 인가요청을 하면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고도 했다.

최근에 허베이조합 뿐만 아니라 사회적협동조합의 비상임임원의 조합 임직원 겸직 허용을 골자로 한 수협법 관련 행정규칙 개정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입을 열었다.

그는 "과거에 (협동조합기본법의) 다른 조합의 범주를 어떻게 설정하는 게 합리적인지 고민했었고, 최근에는 그런 부분들을 협동조합에서 예외하는 것으로 정관예시도 바꿔놨다"며 "이제는 인가를 받을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확인결과 해양수산부가 올 1월 18일자로 수협중앙회를 통해 시달한 '수산업협동조합법 관련 행정규칙(고시 5건) 개정 알림' 공문에는 "이번 개정고시는 사회적협동조합 비상임임원의 조합 임직원 겸직 허용, 대의원회에서 임원선출 시 조합장에게 선거권 부여, 비상임이사 선출시 선거규정에 지역, 성별 등 명시 및 위탁선거법상 선거운동 방식의 반영 등을 포함하고 있어 총회 의결로 정관 및 임원선거관리규정을 조속히 개정하기 바란다"고 명시했다.

수협조합장은 겸직 허용... 수협대의원은 다른 조합 임직원 겸직 불가

한편, 해양수산부는 수협조합장의 허베이조합 임원 겸직은 허용하면서도 수협법상 대의원은 다른 조합의 임직원 겸직을 불가토록 했는데 그 이유를 묻는 본지 질문에는 "대의원회는 조합장과 대의원으로 구성되나, 조합장에 대해 허베이조합에 한해 겸직을 허용한 것은 대의원 겸직금지와 별개의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수산업협동조합법 제44조 대의원회 중 4항에는 「대의원은 해당 지구별수협의 조합장을 제외한 임직원과 다른 조합(다른 법률에 따른 협동조합을 포함한다)의 임직원을 겸직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되어 있다.
덧붙이는 글 태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 #수협법 #협동조합기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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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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