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4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 열린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 많은 교회 중 왜 하필 그 교회를 갔을까
서울시 서초구 반포대로 121에 있는 사랑의교회 건물은 신축 당시부터 특혜 시비에 휘말렸다. 현재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인 박성중 의원이 서초구청장으로 재임 중이었던 2009년, 사랑의교회는 서초구로부터 신축 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이 지하부지 1077㎡(약 325평)를 10년간 사용할 수 있도록 점용 및 건축 허가를 내어준 게 '특혜'라는 지적이 구의회 등을 중심으로 나온 것. 서울시는 법률 검토를 통해 2012년 해당 도로 점유가 도로법 위반이라 결론 내리고, 도로 점용 허가를 취소하라고 서초구청에 통보했다.
하지만 당시 진익철 서초구청장(민주당)은 교인들의 반발을 의식한 듯, 법원 확정판결 때까지 처분을 미루겠다며 해당 통보에 따르지 않았다. 그리고 오랜 기간에 걸친 법정 공방 끝에, 2019년 10월 대법원은 사랑의교회에 내준 도로점용 허가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서초구는 대법원 판결 직전까지 별다른 행정집행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조은희 서초구청장(국민의힘)은 그해 6월 사랑의교회에서 "이제 서초구청이 할 일은 영원히 이 성전이 예수님의 사랑을 열방에 널리널리 퍼지게 하도록 점용허가를 계속 해드리는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되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해당 발언이 비판을 받자 뒤늦게 "부덕의 소치"였다며 의례적 덕담이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대법원으로부터 '불법'이라는 확정 판결이 나온 이후에야 서초구는 사랑의교회에 "2022년 2월 10일까지 도로를 복구하라"라는 행정명령을 내린다. 그러나 사랑의교회는 이에 대한 행정소송은 물론 헌법소원까지 제기하며 불복에 나섰다. 신축 초기 '391억 원'을 들여 원상복구가 가능하다던 입장에서 선회한 셈이다. 서초구는 사랑의교회의 이러한 움직임에도 별다른 행정집행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애초 국민의힘 소속 전임 및 현임 서초구청장이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고, 2012년 전례에서 보듯 서울시의 행정 방향 및 의지와도 맞닿아 있는 지역 사회 현안이다. 그런데도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기자 질문에 "모른다"라며 답을 피했다. 알았는데 몰랐다고 해도 문제이고, 진짜 몰랐다면 더 문제이다. 민주당과 박영선 후보 역시 개신교회의 표를 의식해 법과 원칙을 등한시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무언의 메시지
선거 때만 되면 정치인들은 종교계를 앞다퉈 찾아가 표를 부탁한다. 직접적으로 '도와달라'고 하지 않아도, 그저 덕담만 주고 받아도 정치권과 종교계는 이심전심의 관계로 묶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지역사회 커뮤니티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개신교회 눈치를 살피는 일이 잦다.
<뉴스앤조이> 보도에 따르면, 이날 사랑의교회에 모습을 드러낸 이들은 박영선·오세훈 후보뿐이 아니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국회조찬기도회장인 김진표 민주당 의원(경기 수원시 무), 부회장을 맡고 있는 송기헌 민주당 의원(강원 원주시 을),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경기 이천시), 사랑의교회 장로인 김회재 민주당 의원(전남 여수시 을), 서초구가 지역구인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서울 서초구 갑)·박성중 의원(서울 서초구을) 등 여야를 망라했다.
예배에 참석한 거대 양당의 유력 서울시장 후보들과 정치인을 바라보며, 이들이 순수하게 신앙심을 위해서만 교회를 찾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해당 성전은 '불법 교회'로 확정 판결이 났음에도 세속의 '법과 원칙'을 존중하지 않고 '교회법'을 들먹이며 "영적 공공재"와 같은 말까지 창조해내면서까지 불복하고 있다.
유력 서울시장 후보자들이 이 공간에서 열린 예배에 직접 참여했다. 비록 교회에서 마이크를 잡지는 않았지만, 두 후보는 이름이 불리자 일어나서 신도들에게 인사했다고 한다. 교회의 카메라도 이들을 수차례 비췄다. 그 자체가 사랑의교회 지도자들과 신도들에게 이런 무언의 메시지를 준 셈 아닐까. '안심하라. 강제 행정 집행은 없다.'
그것이 아니라면, 법과 원칙에 의거해 서울시정을 이끌 시장 후보들이 기자들 질문에 명확한 답을 회피한 채 교회로 달려갈 일이 무엇인가. 소송의 한쪽 당사자가 지방자치기구임에도 불구하고, 그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하겠다고 나선 후보들이 말이다.
이처럼 유력 정치인들에게 종교계와 맞물린 현안은 유독 '성역'처럼 취급되며, '신중함'을 발휘하게 된다. 보수 개신교계가 사활을 걸고 막고자 하는 차별금지법이 그렇고, 때만 되면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퀴어 퍼레이드가 그렇다.
보수 개신교 눈치 살피는 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