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 개표상활실에서 물의를 빚었던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송언석 의원은 7일 개표상활실에서 본인의 자리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직자들에게 욕설과 폭언, 발길질 등 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취재사진
"소리만 좀 있었지, (폭행은) 없었다. 사실과 전혀 다르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재선, 경북 김천)이 당직자 폭행 논란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연합뉴스>에 "좌석 배치 때문에 이야기를 한 것이고 그 이상은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기자가 지난 7일 오후 8시께 현장에서 직접 본 장면은 대체 뭐였을까? 당시 기자는 국민의힘 당사에 마련된 4.7 재보궐선거 개표상황실에 있었다. 정확히는 기자실로 쓸 수 있도록 준비된 대회의실에서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대회의실 안쪽에서 "XX놈아!"라는 거친 욕설이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대회의실 안쪽의 열린 문을 통해 얼굴이 상기된 송언석 의원이 한 당직자에 발길질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관련 기사:
잔칫집에서... "XX놈아!"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당직자 폭행).
어떤 상황인지 궁금해진 기자 몇 명이 그쪽으로 다가갔다. 현장 상황을 목격한 기자만 최소 서너 명이었다. 송 의원은 막무가내였고, 다른 당직자들이 황급히 그를 만류했다. 송 의원과 당직자들은 더 안쪽 복도로 향했고, 다른 당직자가 기자들이 보지 못하도록 문을 닫으려고 했다. '무슨 일이냐'라고 묻자 그 당직자는 곤란한 표정으로 "왜 그러시는지 저도 잘 모르겠다"라고 대답했다. 닫힌 문 너머로 몇 차례 고성이 더 울려 퍼졌다.
그럼에도 송언석 의원은 "폭행은 없었다"라고 한다. 발로 타인의 정강이를 걷어찬 정도는 물리적 폭행이 아니라는 뜻일까? 혹시 국민의힘 승리 세리머니라도 하고 싶었던 걸까? 발길질을 한 사람이 송언석 의원의 도플갱어이거나, 현장에 있던 기자들이 단체로 헛것을 봤을 수도 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관측되기 이전엔 존재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슈뢰딩거의 조인트'일 수도 있겠다.
실체적 진실이 궁금해 기자는 송언석 의원에게 몇 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하고 문자를 남겼다. 송 의원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지도부
다른 관계자에 따르면, 송언석 의원 건은 개표상황실 현장에 앉을 자리가 없어서 송 의원이 당직자에게 항의하다가 벌어진 사고란다. 자리가 없자 당직자가 맨 앞줄 끝에 의자를 마련해줬는데, 나경원 전 의원이 도착하면서 한 칸씩 밀리자 그마저도 일어나야 하는 상황이 된 것. 자기 자리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데 대해 당직자에게 항의했고, 이에 대한 당직자의 응대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욕설과 함께 폭행이 발생했다는 후문이다.
국민의힘 사무처 당직자들은 즉각 '당직자 일동' 명의의 성명을 내고 "공식적인 공개사과를 요구한다"라며 "모든 당직을 사퇴하고 탈당할 것을 요구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위와 같은 사과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사무처당직자 일동은 폭력갑질 송언석 비서실장의 국회의원직 사퇴를 요구할 것임을 밝힌다"라고도 압박했다.
하지만 8일 오후 현재까지 송 의원의 공개적인 사과는 없는 상황. "사실과 다르다"라는 <연합뉴스>와의 통화 이후 침묵을 지키고 있다. 당 자유게시판에는 송 의원을 제명하라는 당원들의 요구가 줄을 잇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현재까지 조용하다. 송언석 의원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비서실장도 맡아 왔다. 하지만 임기를 마치며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마지막까지 언급조차 없었다.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도 마찬가지다. 당 윤리위원회 회부라든지, 진상조사 등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은 없다.
이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 직후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피해자의 업무 복귀를 돕겠다고 이야기한 것과 대비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지지자들의 2차 가해를 가장 강도 높게 비판해온 것 역시 국민의힘이다. 그런데 정작 자당 당직자의 물리적 '폭력갑질 피해'에 지나치게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노조 "송언석, 공식 사과문 보내... 당사자들도 선처 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