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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앞둔 태안동학농민혁명기념관… 초대관장 추대 움직임에 태안군은 난색

원로들 중심으로 “상징적 인물” 추대 움직임… 군 “관장 채용계획 없다”

등록 2021.04.25 13:34수정 2021.04.2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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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 개관을 앞두고 있는 태안동학농민혁명기념관 태안군민의 영산인 백화산 기슭 아래 동학농민혁명기념탑과 인접해 건립 중인 태안동학농민혁명기념관. 오는 7월 개관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초대 관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정인물에 대한 추대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태안군은 관장 채용계획이 없다고 못을 박고 있다. ⓒ 김동이

 
"내포 지역 동학농민혁명 최후의 결전지 백화산 기슭에 아담한 태안 동학농민혁명기념관이 드디어 개관을 앞두고 있다. <중략> 이제 태안동학농민혁명기념관의 개관을 앞두고 누가 태안 동학농민혁명기념관의 초대 관장이 되어야 하는가 하는 점에 관해서도 군민들의 관심이 적지 않다. 태안의 동학혁명정신선양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위해서는 그 선임이 폭넓고 깊이 있게 고려될 것으로 믿어진다. 아울러 우리 태안군민의 여망도 감안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최문환 전 태안부군수는 충남 태안지역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의 특별기고에서 초대 태안동학농민혁명기념관장에 대한 자격과 함께 '태안군민의 여망도 감안'되어져야 한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같은 우려가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오는 7월 개관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태안동학농민혁명기념관의 초대 관장을 상징적인 인물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

하지만, 일각에서는 태안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를 중심으로 상징적인 인물을 추대하기 위한 서명운동이 특정인물을 겨냥한 추대 움직임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도 보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서명운동을 추진하던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등 지역원로들은 여전히 "태안의 문화예술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서는 초대 관장만큼은 태안을 대표할 수 있는, 동학을 대표할 수 있는 상징적인 인사가 맡아야 되지 않겠느냐"는 의도로 서명운동을 벌였을 뿐 "특정이름을 지칭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취재가 시작되자 서명운동은 일단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추대 움직임에 대해 태안군은 특정인물을 관장으로 채용하기 위해 자격요건을 완화한다면 특혜 시비는 물론 외부인력을 관장으로 채용시 투입되는 인건비 예산부담 등을 이유로 아직까지 태안동학농민혁명기념관 관장 채용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추후 기념관 운영이 안정화되고 군민 공감대가 형성되면 정식 '상근관장'이 아닌 비상근 '명예관장'은 위촉할 수도 있다고도 했다.

충남도내 18개 공공박물관 중 관장 채용한 곳은 단 2곳 뿐… 이유 알고 보니


그렇다면 태안군은 왜 초대 관장의 추대 움직임에 대해 난색을 표하는 것일까. 취재를 종합하면 우선 충남도내 공립박물관을 빗대 볼 때 상근관장 채용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기자가 확인한 충남도내 공립박물관은 모두 18곳. 이중에는 충남 태안군의 공립박물관인 고남패총박물관도 포함됐다.

18곳 중 관장을 채용해 운영하고 있는 곳은 공주시에 위치한 충청남도역사박물관과 천안박물관 등 단 두 곳뿐이다. 충청남도역사박물관은 위탁운영기관인 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을 관장으로 채용하고 있고, 천안박물관은 지난해까지 관련 부서장이 관장을 겸직하다가 올해부터 개방형직위로 5급 임기제 관장을 채용했다.

나머지 공주 석장리박물관, 보령석탄박물관, 부여 정림사지박물관, 당진시 기지시 줄다리기 박물관, 예산보부상박물관, 윤봉길의사 기념관, 유관순열사 기념관, 청양 백제문화체험박물관, 홍주성 역사관 등은 지자체에서 직영하거나 지자체장이나 관련 부서장 또는 시설관리공단소장, 관련부서 팀장 등이 겸직해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공립박물관이 관장을 채용하지 않고 직영을 하는 이유는 일정 자격요건을 갖춘 전문가를 채용하기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격요건을 완화해 채용할 경우 특정인에 대한 특혜 논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공립박물관의 박물관장의 자격요건을 보면 관련분야 박사학위 취득자이거나 석사학위 취득 후 1년 이상 또는 학사학위 취득 후 5년 이상 관련분야 실무경력이 있는 사람 등을 채용하고 있다.

하지만 특정인을 채용하기 위해 이같은 자격요건을 완화해 채용할 경우 특혜 논란이 예상된다는 게 태안군의 우려다. 인천시립박물관이 대표적이다. 1, 2차 공모에서 적격자가 없어 자격기준을 완화했다는 인천시의 해명에도 인천경실련은 '인천 정체성 상징 시립박물관장, 선거 후 낙하산인사 희생양 안돼' 제하의 논평을 통해 특정인에 대한 특혜의혹을 주장했다.

당시 인천경실련은 "인천시가 특정인을 시립박물관장으로 임용키 위해, 관장 자격기준을 완화해 다시 공모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라고 전제한 뒤 "만일 인천시가 1·2차 공모과정에서 단독 응모, 자격기준 미달에 따른 서류전형 탈락 등으로 관장 자격이 검증된 인사를 3차 공모에서 임용시킨다면, 그간의 내정설과 맞춤형 공모 의혹을 재확인시켜주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경실련은 이어 "인천시립박물관장은 300만 인천시민의 역사문화 인식을 대변할 수 있는 대표적인 인물이어야 한다. 관장은 타 지역 박물관과도 거침없이 소통할 수 있는 박물관에 대한 운영철학과 향후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실제로 학예실에서 감당하는 박물관 전시기획, 유물 전시 및 구입, 교육 및 행사는 물론이고 조사연구 등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자문할 소양이 있어야 한다."는 자격조건도 제시했다.

만약 초대 관장을 채용한다면 상징적인 인물만을 내세우는 태안군동학농민혁명기념관 초대 관장의 자격요건에도 적용되어야 하는 대목이다.

태안군 관계자는 고남패총박물관의 사례도 빗댔다. 패총박물관 건립당시 유품도 기증하면서 패총박물관 건립에 지대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최용환 안남중학교 이사장을 모델로 제시하며 "최용환 이사장은 패총박물관 건립당시 유품도 기증하고 박물관이 건립되는데 큰 기여를 해 명예 패총박물관장을 지낸 바 있다"면서 "현재도 패총박물관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고도 했다.

태안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에 몸담았던 한 인사는 "태안동학농민혁명기념관을 유치하는데 있어서 기념사업회와 유족회의 공로와 노력은 인정하지만 초대 관장은 별개의 문제"라고 전제한 뒤 "관장을 채용하려면 자격조건이 있을 텐데, 관장은 행정은 물론 조직관리 능력도 필요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풀어서는  된다"면서 "관장을 채용할 생각이라면 원칙대로 자격기준에 맞는 인사를 뽑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혜논란 외에도 예산부담, 국비지원 불이익 우려도 제기한 태안군
 

둥근 추모공간이 특징인 태안동학농민혁명기념관 태안군민의 영산인 백화산 기슭 아래 동학농민혁명기념탑과 인접해 건립 중인 태안동학농민혁명기념관. 오는 7월 개관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초대 관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둥근 원통형 공간은 추모마당이다. ⓒ 김동이

 
태안군은 한편으로는 예산부담도 호소하고 있다. 관장을 채용해 운영하고 있는 충남역사박물관과 천안박물관의 경우 수당을 제외한 5천~7천만원 수준의 연봉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또한, 2년마다 실시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박물관 평가 시 박물관장의 전문성도 평가 항목으로 포함돼 있어 전문성이 부족한 관장을 채용할 시 평가인증을 통과하지 못하면 국비 지원이 중단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태안군 관계자는 "태안동학농민혁명기념관이 건립되기까지 태안지역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을 이끌어온 기념사업회와 유족회의 공로는 매우 크고 그 공은 충분히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동학농민혁명기념관은 현행 조례와 같이 운영하고 향후 관장 필요성에 대한 군민 공감대가 형성되면 관련 조례('태안군 태안동학농민혁명기념관 설치 및 운영 조례')를 개정해 비상근 명예관장으로 위촉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태안군 태안동학농민혁명기념관 설치 및 운영 조례'에 따르면 기념관에는 기념관장과 소속직원을 두도록 되어 있으며, 관장과 소속직원에 대한 자격기준 등에 필요한 사항은 태안군수가 따로 정한다고 되어 있다. 또한 관장은 직제가 별도로 구성될 때까지 문화예술과장 또는 담당 학예연구사가 업무를 겸임한다고 되어 있다.

고창군의 '제14회 녹두대상'에 선정된 '동학농민혁명 태안군유족회'
 

제14회 녹두대상에 선정된 동학농민혁명 태안군유족회 (사)고창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는 ‘제14회 녹두대상’ 수상단체로 동학농민혁명 태안군유족회를 선정했다. 심사위원회는 동학농민혁명군 추모제를 매년 거행하면서 태안동학농민혁명기념관 건립에도 많은 기여를 한 공적 등을 높이 사 태안군유족회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 동학농민혁명 태안군유족회 제공

 
한편, (사)고창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는 '제14회 녹두대상' 수상단체로 동학농민혁명 태안군유족회를 선정, 25일 무장기초지에서 열린 ''동학농민혁명 무장기포기념제'에서 시상했다.

'녹두대상'은 동학농민혁명 정신선양사업의 일환으로 학술·연구·문화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함으로써 동학농민혁명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 나가는데 기여한 단체 및 개인에게 2008년부터 제정해 시상하고 있다.

제14회 녹두대상 심사위원회는 '동학농민혁명 태안군유족회'가 1960년대부터 동학농민혁명 정신선양사업을 추진한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고, 4대(증조부 문장로-조부 문병석-부친 문원덕-문영식 유족회장)에 걸쳐 정신선양사업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왔으며, 특히, 동학농민혁명군 추모제를 매년 거행하면서 태안동학농민혁명기념관 건립에도 많은 기여를 한 공적 등을 높이 평가했다고 선정 배경을 전했다.
덧붙이는 글 태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태안동학농민혁명기념관 #동학농민혁명 태안군유족회 #백화산 #태안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녹두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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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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