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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부산시장도 "미 세균실험실 주민투표 불가"

기존 부산시 입장 되풀이... 시민단체 “주한미군, 법원 뒤로 숨어버렸다”

등록 2021.05.10 13:19수정 2021.05.21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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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부산시장이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 주민투표에 대해 "행정적으로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10일 취임 한 달 관련 언론과 간담회를 연 박 시장. ⓒ 김보성


"행정소송 결과를 기다리겠습니다."

지난달 취임한 박형준 부산시장이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 주민투표에 대한 공식 견해를 내놨다. 박 시장이 취임한 지 한 달, 부산시청 로비 농성 90여 일 만의 답변이었다.

박형준 시장은 부산시민 19만여 명이 찬반 주민투표에 동의했더라도 "행정적으로 불가하다"고 말했다. 그는 농성 92일째인 지난 7일 주민·시민단체와 면담 자리에서 이러한 생각을 전달했다. 그는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부산시는 공식기관으로 중앙정부의 공식의견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면서 "31차례에 걸쳐 의견을 요청했고 이에 기초해서 조처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해당 주민투표는 지방사무가 아니라 국가사무"라는 기존의 부산시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박 시장은 시민단체와 가진 만남에 대해서도 "부산시가 가진 정보와 그분(추진위)들이 생각하는 정보에 서로 이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세균실험실의) 실체에 대해 부산시가 확인할 만한 것이 없고, 이것으로 주민투표를 결정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했다. 세균실험실의 존재를 사실상 부정한 셈이지만, 다만 박 시장은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충분히 듣겠다"고 밝혔다.

"정말 무능하고, 무책임합니다."

200여 개 단체로 꾸려진 부산항 미군세균실험실 폐쇄 찬반 부산시 주민투표 추진위는 "부산시장이 주한미군과 법원 뒤에 숨어버렸다"고 반발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부산시청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연 추진위는 "주한미군 등의 주장만 되풀이하면서 시장의 책임있는 행동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지난해부터 주민투표 서명을 받아왔던 손이헌 추진위 대표는 실망감을 표출했다. 손 대표는 "새로운 시장과 면담 신청 한 달 만에 대화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며 "중앙정부나 국방부의 일로 세균실험을 하는 증거가 있다면 가져오라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더는 시를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12월 주한미군의 부산항 8부두 센토(CENTAUR) 실험 관련 현장설명회 내용도 언급한 손 대표는 "미군 스스로 세균 반입과 실험을 인정했다"라며 박 시장의 시각에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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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부산시장이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 주민투표에 대해 "행정적으로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200여 개 단체로 꾸려진 부산항 미군세균실험실 폐쇄 찬반 부산시 주민투표 추진위가 이에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10일 시청로비에서 열고 있다. 추진위는 이날을 끝으로 대응을 전국화하겠다며 95일간의 부산시청 농성을 종료했다. ⓒ 김보성

당시 미군 측의 스티븐 윌리엄스 참모장은 "한반도 내 생물방어체계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것(시설)"이라며 "사멸화를 거쳤지만, 한미동맹 강화와 신뢰회복을 위해 센토의 샘플 반입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수년간의 논란 끝에 미군이 처음으로 관련 시설을 인정한 자리였다.

손 대표는 "2018년 조지아 공화국에서 실험 중에 7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부산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어떻게 장담하느냐. 전국적 행동에 돌입하겠다"고 말했다.

95일간 시청농성은 종료... 추진위 "전국적 대응"  

추진위는 이날로 로비농성을 종료하고, 평택·대구·경남·서울 등 미군기지 관련 시설이 있는 지역과 연계한 대응을 본격화한다.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은 시민들의 서명지가 담긴 서명 박스를 직접 들고 시청 밖으로 옮겼다.

오미선 미세균무기실험실 남구대책위 공동대표는 "앞으로 부산시는 물론 이 문제를 야기한 주한미군 사령관과 국방부 등의 책임을 반드시 따져 묻겠다. 내년 선거에서도 중요한 쟁점이 되게 만들 것"이라고 추가 대응 계획을 전했다.

주민투표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추진위의 소송도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법원은 내달 14일 주민투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교부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한 판결을 내린다. 추진위는 민심이 반영된 정의로운 판결을 기대하고 있다. 전위봉 추진위 상황실장은 "재판부가 시민의 입장에서 결론을 낼 것이라고 본다. 설사 1심에서 패소하더라도 2심, 3심까지 간다는 계획이고, 소송과정에서 나오는 자료들을 정리해 공개하는 작업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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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부산시장이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 주민투표에 대해 "행정적으로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200여 개 단체로 꾸려진 부산항 미군세균실험실 폐쇄 찬반 부산시 주민투표 추진위가 이에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10일 시청로비에서 열고 있다. 추진위는 이날을 끝으로 대응을 전국화하겠다며 95일간의 부산시청 농성을 종료했다. 19만여 명이 참여한 서명지를 들고 시청 밖으로 나가는 남구 주민 등 추진위. ⓒ 김보성

#미군 세균실험실 #부산항 8부두 #박형준 부산시장 #주민투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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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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