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타이어의 두 번 째 여행
노란 상상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의 당나귀는 어땠을까? 당나귀가 터덜더털 걸어가는 길, 그런데 어느덧 혼자가 아니다. 김치 한 통을 가진 바둑이씨와 남은 삼각 김밥을 싸들고 온 야옹이씨, 팔다 남은 두부를 가진 꼬꼬댁씨가 함께 걷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더는 '도둑질'조차 하지 못하게 된 도둑들을 만난다.
그럼 이제 우리는 뭐하지?
낙담한 마음으로 모여앉은 이들, 그런데 배가 고프다. 당나귀가 가져온 참치 통조림에, 바둑이가 싸온 김치, 그리고 꼬꼬댁씨의 두부를 넣어 김치찌개를 끓여 함께 먹는다. 맛있다! 그러지 말고 우리 이걸로 장사를 하면 어떨까?
책 제목처럼 당나귀씨, 바둑이씨, 야옹이씨, 꼬꼬댁씨는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 아니 가지 않았다. 하지만 대신 당나귀씨는 친구들과 김치찌개 장사를 분주하게 준비한다. 낡은 타이어도 원하던 세상 구경을 맘껏 해보지 못했다. 낡은 타이어는 비록 예전처럼 신나게 굴러가지는 못하지만 많은 친구들과 함께 변하는 계절에 맞춰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
나이듦이란 세상 구경을 하고 싶지만 커다란 바위에 부딪쳐 바닥에 드러누워 버린 타이어와 같은 처지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두 권의 그림책 속 주인공들은 더는 예전과 같은 삶을 살 수 없는 처지에서 새로운 삶이 열린다.
무엇보다 새로운 '벗'들을 만나게 된다. 나이를 차치하고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 두 권의 그림책이 말해주고자 하는 건 바로 이 지점이 아닐까?
직장에서 밀려난 당나귀가 만난 바둑이씨, 야옹이씨 그리고 꼬꼬댁씨를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자리에 누워버린 타이어에게 찾아든 작은 동물들을. 예전처럼 달릴 수 없는 나이듦의 시간에서 우리는 누구와 함께, 어떻게 이 시간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그림책은 '우문현답'을 주고 있다.
나이듦의 시간, 더는 예전처럼 사회의 주류가 되어 활기차게 생산적 활동을 할 수도 없고, 그만큼의 체력도 따르지 않는 나이, 과연 우리의 삶을 누구와 함께, 어떻게 꾸려나가야 '브레멘'에 연연하지 않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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