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형 적정기술, 밀레니얼 손을 거쳐 밝게 빛나다

[밀레니얼은 참지 않지 4] 지구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하는 '핸즈' 박범준 님

등록 2021.07.06 11:38수정 2021.07.0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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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나갈 때 마스크 꼭 챙겨! 뉴스에서 오늘도 미세먼지가 많다고 그러더라."
"아휴… 오늘도요? 알겠어요."

코로나19로 외출 시 필수 아이템이 된 마스크. 하지만 전부터 마스크를 쓰는 건 그리 낯선 일이 아니었다. 그 이유는 바로… 미.세.먼.지. 이름 그대로 크기가 매우 작은 미세먼지는 그 몸집과 다르게 사람에게 굉장히 치명적이다. 호흡 기관인 코와 목으로 침투해 온몸으로 구석구석 퍼질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위협적인가! 미세먼지는 자연적으로 발생하기도 하나, 이는 일부일 뿐이다. 대부분은 석유, 석탄 등의 화석연료를 태우거나 자동차 매연가스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로부터 비롯된다.(출처: BBC News 코리아-미세먼지: 당신이 알아야 할 6가지 사실) 말인즉슨, 우리가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를 쓰는 것 자체가 우리 인체에 직간접적인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늘 사용하던 자동차를 타지 않고, 환경만 생각하며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생활이 가능키나 할까? 환경을 보전하는 동시에 우리가 쓸 에너지를 직접 생산할 방법은 없을까?

인터뷰 '밀레니얼은 참지 않지' 시리즈에서는 불편하고 답답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에너지 뿜뿜하는 파크 밀레니얼 세대의 이야기를 담았다. 밀레니얼은 사회 문제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을까? 네 번째로 마을과 공동체를 살리기 위한 인간적이고 따뜻한 기술을 추구하는 '마을기술센터 핸즈(handz)' 의 박범준 님을 만나보자! - 기자 말

 

공동체와 환경을 위한 따뜻한 기술을 추구하는 기업 '마을기술센터 핸즈(handz)'의 범준 님 ⓒ 서울혁신센터

 
- 공동체와 환경을 위한 따뜻한 기술을 추구하는 기업 '마을기술센터 핸즈(handz)'를 소개해 주세요.
​"마을기술센터 핸즈(*아래 핸즈)는 '환경과 에너지'에 대해 고민하는 단체예요. 내 손으로 에너지를 만들고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체험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교육하면서 다양한 학생과 시민을 만나고 있어요."

- 현재 운영하고 있는 핸즈의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핸즈에서는 '적정기술'을 이용해서 사람들이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더 쉽게 알 수 있도록 돕고 있죠. 프로그램을 소개하기에 앞서 '적정기술'이란 단어가 생소하신 분들을 위해 적정기술을 자전거에 비유해서 쉽게 설명해 드릴게요. 자전거는 첨단기술인 자동차보단 느리지만 걷는 것보다는 편리하고, 빠르죠. 게다가 조금만 공부하면 어느 정도 내 손으로 고칠 수 있고, 환경 오염도 적은 친환경 기술이에요. 이렇듯 적정기술은 주변 자원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기술이에요.

핸즈는 사람들이 이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여러 아이템을 이용해 워크숍을 진행해요. 예를 들어 설명하면, 핸즈의 아이템 중에 '나무 LED 스탠드'를 만들 수 있는 키트가 있어요. 초등학생도 1시간이면 만들 수 있죠. LED를 직접 다뤄보면서 원리와 구조를 배울 수 있어요. 원리와 구조를 알고 나면 나중에 고장 나도 직접 고칠 수 있고, 그 원리를 이용해 새로운 모양의 스탠드도 만들어볼 수 있겠죠. 또 LED는 전기도 적게 쓰고 수명도 길어 오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 햇빛을 이용한 햇빛 저금통, 태양광 전기자동차 모형도 있고, 인간 동력을 통해 에너지를 만드는 자전거 발전기, 줄넘기 발전기를 만들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IoT(사물인터넷)를 이용한 에너지 모니터링 수업도 시작했어요. 이런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핸즈는 평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재생 에너지가 생활 속에서도 충분히 이용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어요. 더불어 이러한 기술이 미래에 필요한 이유도 설명하고 있답니다."
 

핸즈의 교육용 제작 키트 ⓒ 서울혁신센터

 
- 현재 적정기술이 우리 실생활에 사용된 예가 있을까요?
​"도시에서는 이미 전기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져 적정기술의 활용도가 아주 높은 편이 아니에요. 반면에, 전기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발도상국이나 농촌 지역에서는 그 쓰임새가 많아요. 나무를 적게 쓰는 적정기술 화덕을 이용하면 불을 피울 때 나무 소비를 줄일 수 있고, 태양전지판과 배터리를 이용하면 특별한 발전 설비 없이도 배터리를 햇빛으로 충전해 밤에 불을 밝히는 용도로 이용할 수 있죠. 저희 제품 중에서도 비슷한 기능을 하는 햇빛저금통이 있어요. 낮에 전기를 모으고 밤에 밝게 빛나죠.

물론, 적정기술은 도시에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어요. 주변 친구나 어른들에게 LED 스탠드를 선물한 적이 있어요. 한 친구가 이 스탠드를 사용하더니 밝기도 밝지만 전기를 적게 쓰는 것 같다고 말해주더라고요. 한 지인분은 태양광 충전기를 자동차 대시보드에 올려놓고 보조배터리를 충전하시죠. 제가 아는 학교에서는 계단에 햇빛 저금통을 설치해서 계단 불을 밝히고 있죠. 이렇듯 적정기술은 도시 생활을 하면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요. 그리고 이렇게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경험이 미니태양광 발전, 가정용 태양광 발전시설과 같은 생활 속 재생에너지 기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밀레니얼 세대인 범준 님이 적정기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대안학교인 볍씨학교를 졸업했어요. 중학교 3학년 교과 과정 중에 농촌에서 생활하는 활동이 있었는데, 직접 만든 화덕을 이용해 가마솥밥도 지어먹곤 했죠.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때 적정기술로 만들었던 화덕이 기억에 남아요. 그때 적정기술과의 첫 만남이 저에겐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화력도 좋고 효율성도 높은 화덕을 어느 정도의 공부만으로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죠. 그때부터 적정기술을 공부하기로 결심했어요."

- 처음에 핸즈를 어떻게 알게 되었고, 어떤 이유로 이곳에서 활동을 시작했나요?
"학교에서 적정기술을 배우겠다고 다짐한 뒤 어디로 갈지 고민을 하고 있었어요. 그때, 학교 선생님께서 '마을기술센터 핸즈'를 추천해 주셨어요.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핸즈로 오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러운 부분도 있었어요. 제가 꿈꾸던 활동은 화덕제작 등을 통해 농촌형 적정기술을 배우는 거였는데, 핸즈는 태양광과 LED 등 도시형 적정기술을 다루거든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태양광 에너지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어요. 빛이 에너지로 바뀐다는 원리가 정말 신기했거든요. 핸즈의 주력 사업인 교육 활동도 사람 만나길 좋아하는 저와 딱 맞았고요. 키트를 제작하는 일도 무척 재밌었어요. 게다가, 대표님이 대안 교육에 몸담았던 분이라 저를 잘 이해해 주셨어요."
 

제작에 몰두 중인 범준 님 ⓒ 서울혁신센터

 
- 2017년도부터 핸즈에 합류해 5년 차로 접어들었는데요. 그동안 활동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핸즈에서 일하면서 굉장히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을 만났어요. 초등학생부터 서울시 50플러스 재단의 어르신들까지, 거의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교육해 왔죠. 잘 몰라서 어리바리 하던 때부터 지금까지 많은 교육을 함께했지만 아무래도 가장 뿌듯하고 행복한 순간은 사람들이 워크숍에 참여하고 만들며 재미있어하고 관심 있어 하시는 모습을 볼 때인 것 같아요. 교육생분들이 이것저것 질문하면서 적정기술에 흥미를 느낀다면, 이보다 보람찬 순간이 없죠!"

-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대면 교육에 많은 차질을 빚었을 거 같아요. 어떠한 어려움들이 있었고,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해요.
​"원래 핸즈는 3월까지는 여유가 있어 재료도 준비하고, 연구도 합니다. 그리고 4, 5월부터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되죠. 그런데 작년에는 코로나 확산으로 그맘 때까지 일이 거의 없더라고요. 그래서 잠시 휴업을 하기도 했죠. 그러다가 6월 정도부터 핸즈와 협업했던 단체들이 하나둘 키트를 주문해 주셨어요. 그리고 그때쯤 온라인 교육을 시작했고, 그 이후로는 예년보다도 바빴던 것 같네요. 키트는 키트대로, 온라인 교육은 교육대로 동시에 진행하느라 손발이 모자랄 정도였어요.

온라인 교육은 뚜렷한 장단점을 지니고 있어요. 먼저 장점은 핸즈가 더 많은 분과 만날 기회가 생겼다는 겁니다. 이전에는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주로 활동했어요. 종종 지방에 내려가 워크숍을 진행하기는 했지만 그리 많지는 않았죠. 하지만 온라인 교육을 진행하면서 원거리에 있는 분들과 만날 기회가 크게 늘었어요. 그래서 더 멀리, 핸즈의 생각과 사례를 나눌 수 있었어요. 물론, 단점도 존재해요. 직접 만났을 때는 디테일한 부분까지 설명이 가능했고, 만들기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도 바로바로 도와줄 수 있거든요. 온라인 교육은 문제가 생겨도 제 손이 닿지 않아 돕기가 힘들어요. 바로 옆에서 학생들을 돕지 못하는 게 정말 아쉽고 답답했어요. 그래도 대부분은 스스로 해결하더군요."
 

정해원 핸즈 대표가 진행하는 비대면 온라인 교육 ⓒ 서울혁신센터

 
- 핸즈는 2014년도에 첫 발걸음을 떼 어느덧 8년 차 기업이 되었어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고 싶나요?
​"핸즈는 궁극적으로 에너지를 적게 쓰고,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삶을 추구해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선 환경 문제와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죠. 그래야만 우리는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핸즈는 지금처럼 사람들에게 에너지 문제와 그 해결책에 관해 이야기할 겁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재생에너지에 대한 오해나 편견이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예를 들면 태양광 패널에 사용된 대부분의 부품은 재활용이 가능한데, 태양광 패널이 오염 물질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떠돌고 있어요. 교육을 통해 이러한 편견들을 없애고 싶어요."

- 서울혁신파크에서 2016년도부터 활동하고 있어요. 파크라는 공간이 핸즈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지리적인 위치가 좋아요. 지하철역도 가까워서 핸즈로 워크숍을 오시는 분들이 어렵지 않게 찾아오실 수 있고, 서대문구나 은평구 소재의 학교들로 교육을 나갈 땐 크게 힘을 들이지 않고 갈 수 있어요. 파크 내에 있는 입주단체들과 협업해 적정기술에 관한 교육을 진행하기도 하고요. 핸즈가 자리 잡은 제작동은 교육과 더불어 여러 제작이나 연구 등의 활동을 진행하기에 좋은 위치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계약이 종료되어 7월부터는 노원으로 이동해서 계속 활동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떠나는 게 아쉽고, 그동안 핸즈가 자리 잡고 성장할 수 있었던 서울혁신파크가 많이 기억날 것 같아요."
 

혁신파크 제작동에 위치한 핸즈 사무실 ⓒ 서울혁신센터

 
- 마지막으로, 교육의 주된 대상인 청소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저는 볍씨학교를 졸업하고 열여덟 살 때부터 이 일을 시작했어요. 적정기술에 관심을 가지면서 시작한 일인데, 설명하고 알려주는 교육 활동에도 보람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앞으로도 이러한 교육을 계속해 나가고 싶어요. 아마 처음에 도전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살고 있지는 않겠죠. 힘들 때도 있지만 재미있게 일하고 있고, 만족하면서 살고 있어요. 그러니 청소년 여러분도 자기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걸 찾아 용기 내어 도전하세요. 실패해도 괜찮아요. 다시 돌아오면 되죠!"
덧붙이는 글 핸즈 홈페이지 : https://handz.or.kr/
서울혁신파크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https://blog.naver.com/s_innopark/222344833470
#마을기술센터핸즈 #대안에너지 #적정기술 #재생에너지 #서울혁신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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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혁신파크는 도시의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국내 최초의 사회혁신 플랫폼입니다. 은평구 녹번동에 위치한 곳으로 250여 혁신 그룹, 1300여 명의 혁신가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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