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
동녘사이언스
마리 루티는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에서 젠더 불평등을 퍼뜨리는 몇몇 진화 심리학자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들이 말하는 성차별 이론은 이념적이요, 편향적이라고 한다. 자기들이 지키고 싶은 사회상을 옹호하기 위해서 과학이라는 이름을 빌려오지만, 그들의 이론은 과학의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고 말한다.
우리는 비전문가인 입장에서 '과학'이라는 말만 들어도 그것을 객관적인 사실로 숭배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누군가 '과학적'이라고 주장하면 반박하기가 어렵다. 비과학적이라는 질타를 받기 때문이다. 하물며 진화 심리학자들이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성 고정관념을 이야기한다면, 대중들은 그대로 믿어버리기 쉬울 것이다.
마리 루티는 지식이 생성되는 과정을 언급하며 과학에 대한 대중들의 과도한 믿음을 깨트린다.
지식 생산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군가가 세운 가설이 해당 주제를 어떤 틀로 바라보고 자신의 연구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조건화됨을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누군가 애초에 연구해볼 만하다고 여기는 '가치 판단' 그 자체가 많은 것을 결정한다. 지식 생산의 다른 영역들과 마찬가지로 진화심리학도 그렇다. - 35쪽
그녀는 객관적이라고 믿는 과학도 연구자의 주관과 해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한다. 이것은 가부장제 권력이 자기들 입맛에 맞는 지식을 생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녀의 주장에 의하면, 진화 심리학자들도 가부장제 사회를 옹호하기 위해 성 고정관념(젠더 프로파일링)을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퍼뜨리고 있다.
지금까지 여자와 남자가 똑같은 인간으로서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거의 듣지 못했다. '여자는 이렇고 남자는 저렇다'는 차이점에 대해서만 귀가 닳도록 들어왔다. 이런 나에게 여남의 차이는 당연한 것이고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때때로 젠더 프로파일링에 부합하지 못한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아주 가끔 찾아오는 가부장제 세계관에 대한 의심도 '뇌과학'이라는 '진리' 앞에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는 나처럼 '과학'이라는 말에 기죽어 할 말을 못하고 살아온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번역서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술술 잘 읽힌다.
저자의 머리말만 읽어도 책 내용에 대해서 충분히 알 수 있다. 하지만 어느새 끝까지 달려간다. 그만큼 흥미로운 책이기 때문이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삶을 지배하고 있던 성 고정 관념이 깨지는 소리를 듣는다.
편안하고 모험적으로 사는 방법
마리 루티는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이 책을 쓴 이유 중 하나는 과학을 가장한 성차별 이론들이 말 그대로 세계를 접수하는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 47쪽
성 고정관념은 위험하다. 성차별을 낳을 뿐 아니라, 지나친 단순화, 일반화는 배타성과 폭력성을 가져온다. 거기에는 타인에 대한 관대함, 그들을 존중하는 태도가 들어설 여지가 없다. 또한 개인 특유의 생동감과 흥미로운 면들을 억누른다.
우리 모두가 좀더 편안하게 숨을 쉴 수 있고, 더 모험적으로 살 수 있기 위해서는 젠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럴 때 모두가 이익을 얻는다.
감히 말하고 싶다. 마리 루티의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는 젠더 불평등과 그것을 옹호하는 진화 심리학자들로부터 우리 모두를 구원한다!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 - 진화심리학이 퍼뜨리는 젠더 불평등
마리 루티 (지은이), 김명주 (옮긴이),
동녘사이언스,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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