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듬직한 제비 남편
정은경
그 모습이 마치 출산을 앞둔 아내 곁을 지키는 남편의 모습처럼 보였다. 참으로 듬직한 남편 제비의 모습에 괜히 뭉클하고 감동을 받는다. 결코 아내 제비를 혼자 두지 않고 꼭 옆에서 든든히 지켜주고 있는 남편 제비는 마치 사람의 모습을 보는 것과 같았다. 이들 제비들의 세계가 너무 궁금하고 신비롭다.
내 짐작으로 아내 제비가 알을 낳은 후 자신이 낳은 알을 지키는 것처럼 보인다. 몰래 제비 둥지를 들여다보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고 있다.
딸아이가 내게 진지하게 말한다.
"엄마, 우리 기도하자."
"무슨 기도?"
"이번에는 꽃순이가 새끼 제비 안 죽이게 해 달라고."
"응, 그래. 그래도 5마리는 살았으니까 다행이야."
사실 지난번에 우리집 강아지 꽃순이가 그만 실수로 비행 연습하며 날고 있는 새끼 제비 한 마리를 물어버리는 바람에 하늘나라로 갔다. 그 사건이 아직 우리 마음에 염려로 남아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기대가 된다. 과연 제비 알은 몇 개가 들어 있으며, 어떤 모습으로 알에서 깨어날지, 얼마나 시끄럽게 노래를 불러댈지 생각만 해도 즐겁다.
그렇게 우리는, 떠나는 이와 다시 찾아오는 새로운 이들을 마주한다. 오늘 현재에 충실하고, 정직하기로 마음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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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인도에서 거주하다가 작년에 한국 시골에 들어와 가족과 자연 속에서 생각하고, 사랑하며, 희망을 담아 힐링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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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마리 제비 식구가 떠나고, 다른 식구가 새 둥지를 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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