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마리 제비 식구가 떠나고, 다른 식구가 새 둥지를 트다

등록 2021.07.13 15:01수정 2021.07.1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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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배배, 지지배배."


일주일 전, 토요일 아침, 귀에 익은 소리가 들렸다. 너무 반가운 소리에 문을 열고 나가보니, 제비 손님이 찾아왔다. 모습은 같아 보였지만, 분명히 다른 제비 부부인 모양이었다.

8마리 제비 식구가 떠난 후, 빈 둥지 그대로 남아있는 텅 빈 집을 요리조리 살피고 있었다. 나는 이제 빈 둥지에 새로운 식구가 입주를 할 거라는 기대를 갖고 두 제비 부부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딸아이가 내게 걱정스레 물었다.

"엄마, 이제 그 제비들은 안 올까?"
"응, 안 올 거 같아."

"왜 안 와? 어디에 갔지?"
"이제 야생에서 살아. 필드(Field)에서..."


"힘들겠다."


우리는 얼마전 6마리 새끼들을 부화시킨 뒤 비행 연습을 마치고는 훌쩍 떠나버린 제비 가족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후 새로 찾아 온 제비 부부는 요리조리 빈 제비 둥지를 살피고 또 살피더니, 끝내 빈 둥지에 입주하지 않았다. 제비와 대화를 할 수만 있다면 정말 물어보고 싶었다.


'왜 아무도 없는 빈 둥지에 입주를 하지 않지?'
 
 빈 둥지를 살피고 또 살피는 제비 부부
빈 둥지를 살피고 또 살피는 제비 부부정은경
 
그리고 며칠 후, 바로 옆에 새로운 둥지를 짓고 있는 제비를 발견했다. 아무래도 다른 주인이 있는 집에는 거주하지 않기로 했나 보다. 녀석들 고집도 세다고 여기며 굳이 고생스럽게 새로운 집을 지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제비들도 남을 존중하고 함부로 다루지 않는 게 참 신기해 보였다.

오늘도 아침부터 계속 한 마리(아마도 아내)는 둥지에 앉아 있고, 나머지 한 마리(아마도 남편)는 현관 등 위에 앉아 지켜보고 있었다. 
 
 듬직한 제비 남편
듬직한 제비 남편정은경
 
그 모습이 마치 출산을 앞둔 아내 곁을 지키는 남편의 모습처럼 보였다. 참으로 듬직한 남편 제비의 모습에 괜히 뭉클하고 감동을 받는다. 결코 아내 제비를 혼자 두지 않고 꼭 옆에서 든든히 지켜주고 있는 남편 제비는 마치 사람의 모습을 보는 것과 같았다. 이들 제비들의 세계가 너무 궁금하고 신비롭다.

내 짐작으로 아내 제비가 알을 낳은 후 자신이 낳은 알을 지키는 것처럼 보인다. 몰래 제비 둥지를 들여다보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고 있다.

딸아이가 내게 진지하게 말한다.

"엄마, 우리 기도하자."
"무슨 기도?"

"이번에는 꽃순이가 새끼 제비 안 죽이게 해 달라고."
"응, 그래. 그래도 5마리는 살았으니까 다행이야."


사실 지난번에 우리집 강아지 꽃순이가 그만 실수로 비행 연습하며 날고 있는 새끼 제비 한 마리를 물어버리는 바람에 하늘나라로 갔다. 그 사건이 아직 우리 마음에 염려로 남아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기대가 된다. 과연 제비 알은 몇 개가 들어 있으며, 어떤 모습으로 알에서 깨어날지, 얼마나 시끄럽게 노래를 불러댈지 생각만 해도 즐겁다.

그렇게 우리는, 떠나는 이와 다시 찾아오는 새로운 이들을 마주한다. 오늘 현재에 충실하고, 정직하기로 마음먹어본다.
덧붙이는 글 브런치에 글을 올렸습니다.
#제비부부 #제비의세계 #제비가족 #제비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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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인도에서 거주하다가 작년에 한국 시골에 들어와 가족과 자연 속에서 생각하고, 사랑하며, 희망을 담아 힐링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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