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12일부터 2주간 오후 6시 이후 3명 이상 모이지 못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되었다. 평소 젊은이들로 가득차는 서울 중구 을지로 노가리 골목이 4단계 적용 첫날인 12일 오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권우성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재택근무를 한 지 1년이 넘어갑니다. <오마이뉴스>는 태생부터 온라인 매체인 데다, 편집기자의 업무 특성상 재택근무에 적응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초기엔 재택근무 만족도가 200%였습니다. 생판 모르는 사람과 몸을 부대낄 수밖에 없는 지옥철에서 벗어나, 헐렁헐렁한 티셔츠에 머리를 대충 질끈 묶고 5분 만에 출근 준비를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말도 안 되게 편했거든요.
늘 출근하자마자 아메리카노를 사러 갈 정도로 만성 피로에 시달렸는데, 재택 근무하고 나서는 모닝 커피 없이도 오전 시간이 버겁지 않았습니다. 퇴근 후 시달리던 어깨 통증도 씻은 듯 나았습니다. 가끔 일이 있어 사무실로 출근하는 날이면, '대체 그동안 어떻게 출근을 하고 살아온 거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기까지 했습니다.
그 만족감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건, 이 재택근무가 기약 없이 길어지면서부터입니다. 하루 종일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원룸에 갇혀 일을 하다 보니, '이게 사는 건가' 싶었습니다. '팀플'보단 '갠플'을 좋아하는 저조차도 가끔은 외로웠습니다. 사무실에 나가 동료들과 함께 수다를 떨며 업무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도시락을 까먹으며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나누던 그때가 그립기까지 하더군요.
물론, 이 마음은 어디까지나 '기간 한정'이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재택근무를 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 안에서만 유효할 겁니다. 지금이야 회식이 그립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다시 편히 회식을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회식이 싫어질 것 같은 것처럼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거리두기 '때문에' 힘들고 아쉽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론 거리두기 '덕분에' 좋은 점도 있을 겁니다.
코로나19로 거리두기가 그야말로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단순히 '좋다'거나 '나쁘다'는 말로 간단히 요약할 수 없는 새로운 나날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오마이뉴스> 청년 시민기자들에게 '거리두기라는 일상'이라는 글감을 제안한 이유입니다.
거리두기 '때문에', 거리두기 '덕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