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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 지지율 1%' 국민의힘, 처참한 성적의 원인

MBC <100분 토론>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 시청기

등록 2021.07.14 17:11수정 2021.07.1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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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방송된 MBC < 100분 토론 >의 한 장면 ⓒ MBC

 
13일 정부는 '보호종료아동 지원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아동복지시설에서 지내다 만 18세 성인이 된 뒤 급작스레 독립을 해야 하는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위해 본인이 원할 시 만 24세까지 시설 생활을 연장할 수 있게 해주는 방안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환영할 만한 개선방안이란 평이 이어지는 중이다. 그렇다면 '보호종료아동'의 지원은 아동복지시설만의 문제일까. 비슷한 처지인 청소년복지시설의 퇴소 '보호종료아동'은 올해부터 여성가족부(여가부)가 매달 30만 원의 자립수당을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부족하나마 보건복지부가 다 돌보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 대한 지원을 여가부가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여가부의 존재 이유는 '성평등' 정책이 전부일 수 없다. 또 예산만 놓고 보면, 여가부는 복지부의 80분의 1 수준이다. 2020년 정부 예산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예산은 82조5000억이었고 여가부는 1조1000억 대였다.

정치권발 여가부 폐지론이 연일 극성이다. 이를 주도하는 것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유승민‧하태경 등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이다. 당 내 일부 여성 의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여가부 폐지'를 당론화하려는 움직임까지 내비치고 있다. 당 안팎의 반발이 이어지자 '통일부 폐지'에 이어 '작은 정부론'까지 끌어오며 정치쟁점화 혹은 무리수를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13일 방영된 MBC <100분토론>이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삼았다. '여가부 폐지론'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맞붙었고, 경제학자인 우석훈 박사와 이선옥 작가가 토론자로 출연했다.

결론적으로, 코로나19 팬더믹 시대에 이런 토론이 진행되고 보수야당 대선 예비주자가 직접 출연, 공약을 홍보하는 상황 자체가 의문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가파르게 상승 중인 코로나19 확진자로 인한 비상시국과는 동떨어진, 정치권발 '여가부 폐지' 논란을 이렇듯 진지하게 논의하는 것이 맞는지 하는 의문 말이다. 그러한 의문은 토론을 지켜 본 이후에도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여가부 폐지, 현실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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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방송된 MBC < 100분 토론 >의 한 장면 ⓒ MBC

 
"부분적인 문제는 부분적으로 해결하면 된다. (...) 예를 들어, 노동부라 친다면 노동부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산재 문제다. 그렇다고 노동부 폐지하자고 하지 않는다. 국토부에서 국민들 주거 안정 문제 중요한데 주거불평등 상승하고 있지만 국토부 폐지하자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여가부엔 이중 잣대를 적용해서 부처의 몇 가지 잘못을 가지고 부처 자체를 폐기하라고 하는가. 이 부분이 전형적인 젠더 갈등을 조장하기 위한 하나의 소재로 여가부의 몇몇 잘못을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장혜영 의원)


이 대표가 처음 폐지론을 들고 나왔을 때부터 제기된 반론이다. 부처의 폐지를 그리 쉽사리 재단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여가부에 대한 꾸준하고도 왜곡된 비판 자체가 젠더 갈등을 부추기고 특정 세대, 특정 성별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 말이다.

흥미로운 것은 하태경 의원의 반론이었다. 그는 과거 여가부 정책 홍보물에 사용했거나 강연자가 사용한 '김치녀는 여혐이지만 김치남은 남혐이 아니다'(2019년 2월)라거나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2020년 2월) 표현을 언급하며 "여가부의 DNA가 페미나치 등 과격한 페미니스트들과 일치한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장 의원은 이를 "음모론"으로 치부했지만 하 의원의 주장은 계속됐다.

"여가부는 장관들 이력을 보더라도 특정 여성단체 대표가 60% 이상 맡아왔다. 여성 문제이기 때문에 여기에 개입하는 이해관계자가 주로 여성단체였다. 카르텔이 이어져왔다. (...) 극단적인 여성단체, 스스로 '페미나치'라고 하는, 워마드라는 단체가 있다. 국방위원회에 있다보니, 한 군인이 죽자 '한남충 잘 죽었다'는 한국 남성을 벌레로 비유하는 글을 올리고 남자 아이에 대해 '태어나서는 안 되는 아이였다'는 글을 쓰는 세력이 존재한다.

모든 여성단체들이 워마드에 대해 비판을 하거나 부정적인 얘기를 한 적이 없다. 심지어 워마드에 대해 여가부의 입장이 무엇이냐 물어도 답을 안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워마드와 비슷한 남혐, 여혐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낸다. 몇 가지 사례를 말씀드렸지만, 심지어 노벨상 수상자에 남성이 많은 이유는 심사위원이 주로 남성들이 많아서다, 는 주장마저 여가부의 도장, 허락을 받고 나온다." (하태경 의원)


이런 질문이 가능할 듯 싶다. 하 의원은 실제 과거 워마드와 같은 일부 극단적인 혐오 세력과 여가부를 동일시하는가. 여성단체 이해관계자들과 실제 그런 일부 혐오 세력을 동일시하는 것도 모자라 '여가부=페미나치' 등식을 호도하고 있진 않은가. 하 의원은 과연 누구와 싸우는가.

특히 워마드의 경우, 과도한 미러링과 혐오 표현 등으로 '여초' 커뮤니티 등에서도 배척된 지 오래다. 트위터 등에 일부 과격한 표현을 일삼는 이들이 존재하지만 그마저도 상식적인 이들은 거리를 두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하 의원은 '페미나치'라는 일부 극단적인 세력을 마치 여성단체 전체가, 여가부가 두둔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서 하 의원은 "여성인권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여성노동은 고용노동부에서, 여성복지는 보건복지부에서 다 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각 부처에 전파하려고 했던 건 다 끝났다"(관련 기사 : "여가부가 여성에 해악, 젠더갈등 해소 위해 폐지해야" http://omn.kr/1udk4)던 평소 지론을 이어나갔다. 설립된 지 20년이 넘은 여가부의 과도적 역할 존재 이유가, 그 수명이 다 했다는 주장이었다. 과연 그럴까.

20대 여성 지지율 1%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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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방송된 MBC < 100분 토론 >의 한 장면 ⓒ MBC

 
관점을 조금 바꿔 볼까. 같은 토론에서 이선옥 작가 또한 (보수적인) 여성단체 관계자들을 통한 여가부 내 회전문 인사를 지적하기도 했다. 아울러 하 의원은 여가부의 대표적인 젠더갈등 정책으로 '게임 셧다운제'를 꼽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장 의원은 게임 셧다운제를 최초 발의한 것은 2005년 한나라당 의원이었고, 여야 의원들의 발의를 거쳐 지금의 정책을 정착시킨 것은 2012년 신지호 의원 대표발의안이었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하 의원은 "의원들도 잘못된 정책을 발의할 수 있다"고 응수했고, 장 의원은 "현직 의원으로서 무책임한 행태"라고 반박했다.

그렇다. 과연 여가부가 작금의 젠더갈등을 증폭시킬 힘이 있을까. 고작 예산 1조 원에 300명도 채 되지 못하는 인원으로 운용되는 여가부가 폐지를 거론해야할 만큼 실제 청년층의 젠더갈등을 부추겨 온 것이 맞는가.

역시나 예산 1조 원대인 통일부처럼 작은 부처인 여가부가 도리어 힘이 없어 공격을 받는 것은 아닌가. 이준석 대표가 여가부와 함께 통일부 폐지를 들고 나오며 이미 용도 폐기됐다는 평가가 자자한 (MB 정부와 닮은) 작은 정부론으로 논의를 넓힌 것이 과연 우연일까.

"정부와 이익 단체들이 결탁한 것은 사례가 여러 가지다. 한때 원전 마피아들을 수사를 통해 밝혀냈고, 모피아도 있고, 과거에는 군 하나회. 지금 여가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고, 여성단체와 여가부가 결탁을 해서 재정적으로 지원금을 주는, 그리고 인사까지도. 그렇기 때문에 인식들이 계속해서 기득권을 옹호하고 한쪽 정치집단을 옹호하고, 약자 여성들에게는 관심이 없고." (하태경 의원)

그러니까 대선후보로 나서겠다는 정치인이 앞서 척결해야 할 것이 여가부의 관행일까, 여전한 원전 마피아나 모피아들의 부패일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보수적인 여성단체 이해관계자들이 얽힌 회전문 인사는 하 의원이나 이 작가도 인정한 것처럼 이전 보수정부에서도 계속돼왔던 관행 혹은 약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 '여가부 폐지'인가.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을 목도한 여성들은 목숨과 안전을 위협하는 한국사회와 남성들에 대한 본격적인 반발과 연대를 이뤄나갔다. 그 중 일부가 미러링 전략을 취했고, 또 일부는 워마드와 같은 과격한 커뮤니티의 출현을 도운 것도 사실이다.

이후 '미투 운동'과 함께 성평등과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려는 시도와 함께 그에 대한 '백래시'가 본격화됐고, 본래 갈등과 반목을 클릭 장사의 수단으로 삼아온 적지 않은 언론이 젠더갈등 구조로 몰아갔다. 이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정치인들이 바로 이준석 대표나 하태경 의원 같은 부류였다.

사회학적인 갈등을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오고 과대표된 '이대남'을 가시화한 이들이 바로 이들 정치인들이었다. 결론적으로 이들의 종착역이 '여가부 폐지'로 귀결된 것은 심히 게으르거나 과격한 정치적 수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장 의원이 괜히 세월호 참사 이후 "해경 해체"를 끌어들인 박근혜 정권의 나태함을 운운한 것이 아니듯이.

우석훈 박사는 토론 말미 하 의원을 향해 "여가부 폐지가 '1번 공약' 맞느냐?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이런 정책을 들고 나온 것은 한국의 보수가 처음이다. 젠더 갈등을 더 큰 문제로 만들었다"는 일침을 놨다.

적극 공감한다. 우리는 지금 여가부를 원전 마피아나 모피아와 동일 선상에 놓는 보수를, 그리하여 20대 여성으로부터 1% 지지(여론조사 기관 글로벌리서치의 지난 6월 30일부터 7월 2일까지 조사, 18세 이상 1000명 대상, 응답률 13.0%, 신뢰 수준 95%에 오차는 ±3.1%p)를 받는 보수(국민의힘)를 목도하는 중이다.
#여가부 #여성가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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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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