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남한 대성동 태극기와 북한 기정동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대륙 국가들이 진영 전체의 안보를 운운하는 모습은 위의 김여정 담화에서도 나타났지만, 중국 정부의 발표에서도 표출되고 있다. 김여정이 한미훈련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지 닷새 뒤인 지난 6일, 왕이 외교부장은 "미한연합군사훈련은 현 정세 아래서 건설적이지 않으며, 미국이 정말로 북한과 대화를 회복하고자 한다면 정세를 긴장하게 만드는 그 어떤 행동도 취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진영 내부의 일체감이 강화되는 모습은 북한에서도 나오고 있다. 일례로, 지난 3일에는 북한 외무성이 최현도 조선-유럽협회 연구사 명의의 글을 통해 영국 항공모함 퀸엘리자베스호의 동아시아 진출을 비판했다.
퀸엘리자베스호의 등장은 일차적으로 중국 견제를 위한 것이지만, 최현도 연구사의 글에서는 이것이 '우리의 문제'로 표현됐다. "머나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군함까지 들이밀면서 정세를 격화시키는 영국이 그 구실을 우리의 위협에서 찾고 있는 것은 적반하장 격으로서 우리에 대한 일종의 도발"이라고 최현도는 언급했다. 어느 정도는 북한 견제의 측면도 있는 일이지만, 이를 '우리'의 문제로 표현함으로써 중국과의 유대감 강화를 의도했다고 볼 수 있다.
동맹을 챙겨주는 모습은 반미국가 쿠바에서 일어난 사태에 대한 동아시아 대륙세력의 태도에서도 발견된다. 북한은 경제난과 코로나로 인한 반정부 시위로 위기를 겪는 쿠바 정부를 응원하고자 지난 7월 16일 외무성 담화를 통해 '쿠바에서 발생한 반정부 시위는 외부 세력의 배후 조종에 의한 산물"이라며 미국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쿠바 시위가 발생한 뒤에 미국이 사태를 부추긴 것은 사실이지만, 시위의 발생 원인은 경제난과 코로나다. '쿠바 대 미국의 문제'이기보다는 '쿠바 민중 대 쿠바 지배권력의 문제'인 것을 '외부세력의 배후 조종에 의한 산물"로 규정했다. 응원보다는 비판을 더 받아야 할 쿠바 정부를 두둔하는 북한의 태도는 동북아 대륙세력뿐 아니라 세계 반미진영에서 점차 고조되는 상호 연대감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쿠바 사태가 북한으로 번지지 않기를 바라는 정서도 반영됐음은 물론이다.
현재 동아시아에서 벌어지는 군사훈련 중에 가장 위협적인 것은 한미훈련이 아니다. 미·중이 벌이는 훈련이 훨씬 위협적이다. 8월 1일 이후의 상황만 열거해도 그렇다.
8월 2일에는 중국 견제를 담당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영국·호주·일본과 함께 육해공군 합동군사훈련을 개시했다. 미국은 한국과의 연합훈련은 축소하면서도 여타 국가들과의 연합훈련은 확대하고 있다.
8월 6일에는 중국 쪽에서 위협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8월 6일부터 10일까지 군사훈련이 벌어지게 되니 외국 선박들은 남중국해 일부 구간을 통항하지 말라는 중국해사국의 발표가 <인민일보>에 보도됐다. 뒤이어 8월 9일에는 중국이 러시아 군대를 자국 땅에 초청해 합동훈련을 개시했다. 러시아와 가끔씩 협조하면서도 항상 경계했던 중국이 러시아 군대를 자국 땅에까지 끌어들인 것이다. 그만큼 중국도 미국을 겁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미국과 중국의 세 대결 양상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북한도 적잖은 위협을 받는 상황은, 중국과 보조를 맞춰 미국의 역내 군사훈련을 견제해야 할 필요성을 북한 지도부가 느끼도록 만들고 있다. 이는 북한이 자체적 필요성뿐 아니라 북중동맹의 필요성을 위해서라도 미국을 더 많이 비판하도록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북한 자신 때문에도 미국을 비판하지만 중국 때문에라도 미국을 비판해야 하는 상황 속으로 북한 지도부가 들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남한을 상대로 보여준 7월 27일의 우호적 태도를 계속 유지하기 힘들게 만드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향후 남북관계가 북미관계·한미동맹뿐 아니라 미중관계·북중동맹·북러동맹은 물론이고 일부 유럽 국가들에 의해서도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으로 인해 세계정세가 격동함에 따라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변수들이 점점 많아지는 현상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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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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