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12월 채명신 장군의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묘비제막식을 열고 있다.
국립서울현충원
2020년 숨진 황규만 예비역 육군 준장도 대전현충원 장군묘역 안장 대상자였지만 70년전 전사한 동료의 묘 옆 장병묘역에 묻혔다. 그의 유언에 따라 국립 현충원에서 유일하게 이름이 없는 묘인 '육군 소위 김의 묘' 옆에 안장됐다.
한국전쟁 발발 당시 육군사관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던 황규만은 소위로 전쟁에 투입됐다. 스무 살의 나이에 경북 안강지구 전투에서 자신의 소대를 도우러 왔다가 전사한 '김 소위'를 나무 밑에 묻고 또다시 전투에 나섰다. 황 장군은 14년 뒤인 1964년 자신이 묻고 표식을 해 두었던 그 자리에서 김 소위의 유해를 발굴해 국립묘지에 안장했고, 수소문한 끝에 26년 만에 '수영'이라는 김 소위의 이름과 그의 가족도 찾았다.
국방부는 황 장군이 생전에 김수영 소위의 곁에 묻히겠다는 뜻을 밝혀 왔고, 김 소위 유가족도 이에 동의했던 것 등을 감안해 그를 서울현충원 장병 묘역에 잠든 김 소위 옆에 안장했다.
채명신·황규만, 이 두 사람은 장군묘역을 포기하고 화장을 거쳐 서울현충원 장병묘역에 안장된 사례이며 묘지의 크기와 죽음의 등급 또한 일반 장병들과 똑같이 '1평'이었고 '사망'으로 기록되어 있다. 장군이든 병사든 국가를 위해 헌신한 것은 마찬가지라는 사례를 남겼다.
지난 8월 8일 대전현충원 제7장병묘역에서는 윤용남 예비역 육군 대장의 안장식이 육군장으로 치러졌다. 국군 최초의 자주국방 전략증강계획 '율곡'에 참여한 윤 전 의장은 1940년 경남 의령 출신으로 제31대 육군참모총장(1994년 12월~1996년 10월), 제27대 합참의장(1996년 10월~1998년 3월)을 거쳐 1998년 예편한 인물이다. 베트남전에도 참전했으며, 육군참모총장 재임 땐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 대응을 지휘하기도 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이날은 또 한명의 장성이 장병묘역에 안장된 날로 기록됐다.
사례는 조금 다르지만 장교묘역을 마다하고 전우들과 함께 묻힌 장교들도 있다. 제2연평해전 전사자 고 윤영하 해군 항해 소령과 천안함 피격사건 전사자 고 이창기 해군 갑판 준위가 그 인물이다. 당시에는 사병묘역과 장교묘역이 구분되어 있었기 때문에 원칙대로면 장교묘역에 따로 안장되어야 하나, 참배를 용이케 하고 전우들과 함께 안장해야 좋겠다는 유족들의 바람에 따라 다른 사병 전사자와 함께 안장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