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욕심 부리지 않으면 속지 않는다

이것이 중국인이다 16

등록 2021.08.17 15:35수정 2021.08.1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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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칠보(七寶)를 비처럼 내려도 욕심은 오히려 배부를 줄 모르나니,
즐거움은 잠깐이요 괴로움이 많다는 것을 어진 이는 깨달아 안다.
- 법구경 法句經
 
  
눈앞의 이익에 현혹되지 마라

조삼모사(朝三暮四). 중국 송(宋)나라에 저공(狙公)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은 원숭이를 여러 마리 사육하고 있었기 때문에 먹이를 구하는 데에 많은 돈이 들어가서 생활이 어려운 지경이었다. 저공은 어느 날, 원숭이들을 불러 모아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부터는 너희들에게 주는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를 주겠다."

원숭이들은 화를 내며 소란을 피웠다.

"그렇다면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를 주기로 하지."

그러자 원숭이들은 아주 좋아했다.

이 우화는 장자와 열자의 책, 두 군데에 나오는데, 장자는 눈앞의 이익에만 눈이 어두워서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비유한 것이라 했고, 열자는 위에 선 사람이 아랫사람을 교묘하게 조종하는 기술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조삼모사라고 하면, 사기를 쳐서 어리석은 자를 우롱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그러나 열자는 세상의 모든 이치가 이와 같아서 지혜를 가지고 세상을 보면 힘들이지 않고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러한 경지를 보지 못하고 어리석은 우에 빠지곤 한다. 한비자에는 눈앞의 이익에 어두워서 나라를 빼앗긴 우매한 왕의 이야기가 나온다.

순망치한(脣亡齒寒). 춘추오패의 한 사람인 진나라 문공의 아버지 헌공(獻公)이 괵, 우 두 나라를 공략할 때의 일이다. 헌공은 진작부터 두 나라를 노리고 있었지만, 형제국인 두 나라가 서로 도울까 두려워 주저하고 있었다. 그때 대부 순식이 한 가지 계책을 내놓았다.

"괵과 우는 입술과 이의 관계이므로 가장 좋은 방책은 우로부터 길을 빌려 우선 괵을 항복시키고 이어 우를 뺏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 나라가 길을 쉽사리 내주겠소?"
"수극(垂棘)의 옥과 굴(屈)에서 나는 명마를 보내면 탐욕스런 우공(虞公)이 듣지 않을 리 없을 것입니다."

당시 수극의 옥과 굴의 명마는 중국 천하에서 가장 훌륭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헌공은 우나라 우공에게 옥과 명마를 선물로 보내고 형제의 우의를 약속하며 길을 빌려달라고 간청했다. 우공은 값진 예물과 감언이설에 솔깃하여 제의를 받아들이려고 했다. 그러나 진나라의 속셈을 알고 있는 재상 궁지기가 이를 극구 말렸다.

"진나라에 길을 열어주어서는 안됩니다. 속담에 수레의 덧방나무와 바퀴가 서로 의존하여 떨어질 수 없고,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고 합니다. 우와 괵은 입술 관계에 있으니 괵이 멸망하면 우도 안전할 수가 없습니다. 길을 빌려 주는 일은 절대로 안 됩니다. 생각을 다시 하십시오."

그러나 우공은 이 말을 듣지 않았다.

"진나라와 우나라는 모두 주나라에서 갈라져 나온 뿌리가 같은 나라가 아니오. 진나라가 우리를 해칠 리는 없소."
"그렇게 말한다면 괵도 또한 우리의 형제국 아닙니까?"

그러나 뇌물에 눈이 어두워진 우공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궁지기는 절망하여 난을 피하기 위해 가족을 이끌고 우나라를 떠났다. 그때 그는 이렇게 예언했다.

"우 나라는 올해를 넘기지 못할 것이다."

과연 그 해 12월 진나라는 괵나라를 정벌하고 돌아오는 길에 우나라도 공격하여 멸망시켜 버렸다. 순식은 옥과 말을 되찾아 와서 헌공에게 바쳤다.

"옥은 그대로이지만 말은 그 동안 많이 자랐구먼."

헌공은 이렇게 말하며 무척 기뻐했다. 사로잡힌 몸이 된 우공은 궁지기의 충고를 듣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그는 헌공의 딸이 진(秦)나라 목공에게 시집갈 때, 노예로 딸려 보내지고 말았다. 한비자는 이렇게 이 사건을 평했다.

"우공이 길을 빌려주고도 나라를 송두리째 빼앗긴 것은 눈앞의 작은 이익에 취해서 그 다음에 올 재난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눈앞에 이익이 보일 때 의리를 생각하라

시골에서 자라난 사람들은 해마다 봄이 오면 도랑물을 자기 논 쪽으로 만 돌려놓고 싸우던 어른들의 모습을 보곤 했을 것이다. 한 사람이 한밤중에 자기 논으로 물고를 돌려놓으면, 다른 논의 주인이 질 새라 새벽 같이 물고를 자기 논으로 돌려놓고... 그러다가 종국에는 소리소리 지르고 욕을 하며 이웃기리 싸우곤 했다.

그것은 치열한 생존 경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러나 그들이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 생각하지 말고 조금만 현명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을 느끼곤 했을 것이다. 나는 그러한 안타까움을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에게서도 느낄 때가 있다.

증시투자의 기본은 눈앞의 이익에 집착하지 말고 장기적인 견지에서 경기의 흐름을 읽고, 그 흐름을 타는 투자를 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결과에 일희일비하곤 한다. 경기변동에 따른 투자를 하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 투자의 기본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갈택이어(竭澤而魚). 진(晋)나라 문공은 성복이라는 곳에서 초나라와 일대 접전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초나라의 병사의 수가 진나라 군사보다 훨씬 많을 뿐만 아니라 병력 또한 막강했으므로 승리할 방법이 없었다. 문공은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다 호언(狐偃)에게 물었다.

"초나라의 병력은 많고 우리 병력은 적으니 걱정이오. 이 싸움에서 승리할 방법이 없겠소?"

호언은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예절을 중시하는 사람은 번거로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싸움에 능한 자는 속임수 쓰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속임수를 써 보십시오."

잠시 후, 문공은 도 다시 이옹(李壅)에게 물었다. 이옹은 호언의 속임수 작전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별다른 방법이 없었으므로 다만 이렇게 말했다.

"연못의 물을 모두 퍼내어 물고기를 잡으면 잡지 못할 리 없지만 그 훗날에는 잡을 물고기가 없게 될 것이고, 산의 나무를 모두 불태워서 짐승들을 잡으면 잡지 못할 리 없지만 뒷날에는 잡을 짐승이 없을 것입니다. 지금 속임수를 써서 위기를 모면한다 해도 영원한 해결책이 아닌 이상 임시방편의 방법일 뿐입니다."

이옹은 눈앞의 이익만을 위하는 것은 화를 초래한다고 본 것이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 장래의 일을 바라보지 못하고. 그 이익만을 추구하다 보면 그 사람은 조그만 이익에 눈이 멀어서 나중에도 큰일을 하지 못하고 만다. 전쟁에서도 미래를 생각하는 갈택이어의 정신을 가지고 살아갈 일이다.

행불유경(行不由徑). 공자의 제자 자유(子游)가 무성(武城)이라는 작은 고을의 책임자로 임명되었다. 그에게 축하도 하고, 또 잘 하고 있는 지도 볼 겸하여 공자가 찾아 왔다. 공자는 자유에게 물었다.

"자유야, 일을 잘하려면 좋은 사람이 필요할 텐데, 너의 수하에 쓸만한 인재이라도 있느냐?"
"예, 있습니다. 성이 담대(澹臺)이고 이름이 멸명(滅明)이라는 자가 있사온데, 그는 언제나 지름길로 다니지 않으며(行不由徑), 공적인 일이 아니면 저의 방에 찾아오는 일이 없습니다. 참으로 존경할만한 인물입니다."

논어 옹야(雍也)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남아 대로행이라는 말도 있지만, 군자는 지름길이나 샛길을 가지 않고 떳떳하게 큰길로 가는 것이 나중에 남들에게 존경을 받을 수 있고,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공자는 가르치고 있다. 눈앞의 이익을 탐하지 않고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 자기 자신의 정신 건강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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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소설가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당선 문학과 창작 소설 당선 2017년 한국시문학상 수상 시집 <아님슈타인의 시>, <모르는 곳으로>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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