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최한진
일 년 동안에도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끊임없이 변화되다 보니 1년 치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평균을 내어 그 해의 농도를 계산합니다. 그래서 2021년 올해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내년에 알 수 있습니다. 작년(2020년) 마우나 로아에서 측정한 이산화탄소 농도는 413.94ppm였습니다. 처음 측정한 1958년의 이산화탄소 농도 315ppm보다 약 100ppm 많은 수치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1958년에 비해 공기 분자 100만 개 중 이산화탄소 분자가 100개 더 많아졌습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한다는 의미는 지구 온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구에 도달한 태양에너지는 다시 지구 밖으로 일부 나가게 되는데 이때 열에너지가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기체에 붙잡혀 나가지 못하고 지구에 머물게 됩니다. 그래서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증가할수록 이전보다 많은 열에너지가 우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지구 대기 온도를 높이게 됩니다. 이렇듯 뜨거워지는 지구의 온도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미래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타임머신
인류 활동으로 인해 대기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을 예측하는 것 자체도 힘든 데다, 자연적으로 해양·육상 생물권(terrestrial biosphere)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소비하기도 하고 반대로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배출할 수 있기 때문에 미래 이산화탄소 농도를 예측하는 일은 어렵습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대기와 해양·육상 생물권의 반응 결과입니다. 그러나 육상과 대기는 빨리 반응하는 데 반해 심해와 대기는 반응하는 데 수천 년이 걸릴 정도로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대기와 다른 탄소 저장소들과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간 스케일로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현존하는 데이터는 60여 년밖에 안되므로 대기와 다른 탄소 저장소들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데이터를 과거로 연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과거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할 순 없지만, 자연이 우리 과학자들을 위해 타임머신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바로 남극 빙하입니다. 빙하를 들여다보면, 하얀 얼음 속에 공기방울들이 보이는데요. 이 공기 방울 속에 우리가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의 대기가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공기방울을 터트리면 과거 이산화탄소 농도를 복원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