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한 택배업체 터미널 인근 도로에 40대 택배대리점주 A씨를 추모하는 현수막을 내건 택배차량들이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 A씨는 노조를 원망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8월 30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연합뉴스
이에 택배 노동자로서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기 위한 제안 하나는 '구체적인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법과 제도, 그리고 이를 운용하기 위한 원칙과 기준'이 있어야 말단 조직의 흐트러짐 없는 집행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정부 입법 발의를 통해 구체적인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해당하는 법의 시행령, 시행규칙 등을 입안하는 것은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게 법적 근거를 마련한 후, 주재 기관을 명확히 하여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 난마처럼 얽힌 듯 보이는 현 상황을 풀어나가는 첫 번째 실마리가 될 것이다.
택배 노동자로서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기 위한 두 번째 제안은 '업무 중 증상 발현 시 긴급 대응 매뉴얼'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택배 산업을 규정하는 여러 표현들이 있지만, '생활 밀착형 서비스로서의 공공성'을 빼놓을 수 없다.
민간 기업이 주관하고 있는 산업에 공공성이라는 표현이 부적절하다는 반문이 있을 수 있겠으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국민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영역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사회 공공재적 성격을 부정할 수 없다. 휴대폰 요금이 그렇고, 금융 서비스가 그렇고, 각종 SNS 서비스 산업도 그러한 측면이 있다.
이 같은 택배 산업의 공공재적 특성과 더불어 택배 노동자의 경우, 엘리베이터 같은 폐쇄된 좁은 공간에서 하루에 200~300명 씩 접촉하게 되는 것이 일상이므로 감염 시 확산의 정도가 여느 일반 직업군에 비할 바 없이 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업무 중 증상 발현 시 긴급 대응 매뉴얼'이 필요한 이유다.
그리고 대응 매뉴얼은 구체적이고 종합적이고 실질적인 대응이 가능한 매뉴얼이어야 한다. 예컨대 택배 노동자와 방역 당국과의 일상적 응급 소통 채널을 유지한다거나, 방역 당국과 응급 구호 기관과의 연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필수 노동자 전반에 해당하는 사항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택배 노동자로서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기 위한 세 번째 제안은 '택배 산업의 공공성 확대'이다. 최근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법, 이른바 택배법)이 발효되었고,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사회적 합의 기구는 정부와 국회, 택배사는 물론, 화주와 소비자 대표, 그리고 택배 노동자를 모두 아우르는 구성이었다.
사회적 합의의 주무부서가 국토교통부였다는 점은 국가가 택배 산업의 공공성에 대한 일정한 인식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 합의는 택배 산업 전반과 택배 노동자 처우와 관련한 다종다양한 내용들이 담겨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내용의 합의일지라도 실행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전 국민적인 관심과 지지 속에 이루어진 사회적 합의에 대한 이행을 점검하고 책임지는 역할은 응당 정부의 몫이라 하겠다.
이러한 공공성의 관점에서 본다면 코로나 국면을 맨몸으로 맞닥뜨리고 있는 택배 노동자의 안전과 보호를 위한 '쉼터 조성 사업'이라거나 '지속적인 공적 마스크 지급 사업'이라거나, '공동 주택 입구 체온계 및 에어 커튼식 소독기 설치 의무화' 등의 구체적인 정부 주도 지원 사업도 고려 가능해질 것이다.
방역은 개인 아닌 사회적 책임
코로나로 인한 고통이 한국 사회의 취약 계층 전반을 흔들고 있다. 그리고 현 상황에서 '위드 코로나'라는 말은 다수의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로 다가올 것이다. 지금까지의 코로나 방역 기조가 '폐쇄'와 '금지' 그리고 '통제'였다면, 위드 코로나의 기조는 '해제'와 '개방' 그리고 '자유'이다.
그러나 해제와 개방 그리고 자유가 방역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대리운전 기사, 영세 자영업자, 택시 기사, 호텔 관광업계 종사자 등 곳곳에서 코로나로 인한 문제들이 양산되고 있고 이는 명백히 사회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회 문제에 대한 해법은 공공적 접근 방식으로 풀어야만 한다.
각자가 개인 방역을 철저히 하는 것을 넘어서서, 국가가 주도적으로 현 상황을 책임진다는 관점이 필요하다. 개인 방역을 기본으로 공공 방역이 일반화되려면 당연히 비용 문제가 생기게 되고, '방만한 국가 재정 운영'이라는 정치적 공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이른바 '대선 정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현 정부의 방역 기조가 '각자도생 방역'인지, '공공이 책임지는 방역'인지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사람이 먼저'라는 기치가 현실화되는 '위드 코로나'를 그려본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택배 노동자입니다. 택배 노동자를 비롯한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소식들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공유하기
택배폭증, 과로사... 우선접종보다 이게 더 절실하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