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아이들이 줍깅을 하며 찾은 보물입니다.
진혜련
아이들은 숲에 갔을 때 쓰레기만 줍지 않았다. "선생님, 이것 보세요!" 하고 큰 소리로 외치며 입 벌린 밤송이, 팬케이크처럼 생긴 넓적한 버섯 등을 집게로 집어와 보여주었고, 토실토실한 알밤과 반질반질한 도토리를 찾기도 했다. 집게를 들고 줍깅을 하다 보니 아이들은 적극적인 탐험가가 되어 숲의 보물들을 찾아왔다. 이 보물들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줍깅을 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줍깅을 하고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아이들은 이제 어딜 가면 쓰레기가 자꾸 눈에 들어온다고 한다. 또한 주말에 아빠와 산에 가서 줍깅을 했다는 아이도 있고, 학교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줍깅을 하며 갔다는 아이도 있다. 아이들의 선한 영향력은 늘 놀랍다. 좋은 것은 금방 흡수하고 빠르게 퍼뜨린다. 아이들은 말했다.
"선생님, 우리 줍깅 계속하면 안 돼요?"
"앞으로 틈틈이 해요!"
줍깅으로 시작된 환경을 위한 행동들
줍깅을 한다고 지구가 금세 깨끗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아이들이 쓰레기 조금 줍는 것이 환경에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회의적으로 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줍깅은 아이들에게 환경에 대한 관심과 봉사활동의 재미를 갖게 하는 데는 충분했다. 이것은 일상 속 환경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환경보호를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환경의식의 씨앗이 될 것이다.
나 또한 아이들과 줍깅을 하며 조금 달라졌다. 쓰레기를 줍는 것에서 나아가 쓰레기 자체를 줄이는 것에 대해 작게나마 노력하게 되었다. 평소 좀 힘들다 싶으면 거리낌 없이 배달앱을 켰던 나는 가능한 배달 음식을 줄이기 위해 배달앱이 핸드폰 홈 화면에 보이지 않도록 설정해 놓았다.
어쩔 수 없이 배달 음식을 시킬 때는 플라스틱 용기가 적게 나오는 음식이나 종이 포장 용기를 쓰는 음식으로 메뉴를 고른다. 주문 시 요청사항에는 먹지 않은 소스나 반찬, 기타 일회용품은 일체 주지 말아 달라고 세세하게 메모를 적는다. 아직 배달앱을 선뜻 지우지는 못하지만 환경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해나가려고 한다. 아이들과 함께 줍깅을 했던 그 발걸음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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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 아이들이 학교 주변에서 '줍깅'으로 모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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