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표현하는 사진
김명신
-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저는 대학교 1학년 재학 중인 김경민이라 합니다. 저는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찾고 있는 사람입니다. 대학에 들어와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있고, 공기업에 취업해야겠다는 생각은 있는데 아직 구체적이지는 않아요."
- 공기업을 선호하는 이유가 있나요?
"행정고시라던가 무슨 시험을 치는 건 무섭고, 안정된 직장을 갖고 싶어서요."
- 가장 최근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취업이에요. 아직 1학년이다 보니 막연한 걱정거리 정도? 두 번째는 인간관계와 관련된 부분인데요. 대학 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는데 아무도 '너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주지 않아요. 그러니까 깊고 진솔한 관계의 사람들보다 얕은 관계의 사람들이 많아지는 게 고민이에요. '팔로워'는 늘어나는데 '친구'가 늘어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또 제 꿈은 안정적인 삶,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는 건데요. 평화로운 가정을 생각하면 아직은 있지도 않은 부성애가 막 생겨요.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가정을 위해서는 제가 위험하면 안 되니까 안정적인 공기업에 취직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요."
- 요즘 고민 중이거나 집중하고 있는 것이 있나요?
"진로를 무엇으로 할지 찾고 있는데 아직은 막연해요. 원래 저는 태권도 선수도 했었고, 운동도 했었기 때문에 직업군인이 꿈이었어요. 경찰행정학과도 가고 싶었고요. 고등학교 때는 취업이 잘 되니까 간호학과를 갈까 생각한 적도 있어요. 어쨌든 취업이 고민인데 지금 경제학과를 복수 전공하는 것도 공기업에 가기 위해 그런 거예요."
- 스트레스가 생겼을 땐 어떻게 해소하나요?
"친한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놔요. 심각한 걱정거리부터 TMI(Too Much Information, 사소한 이야기들)까지, 지금 인터뷰하는 것처럼 누군가와 얘기할 때 기분이 좀 괜찮아져요. 재수하면서 그런 인간관계가 끊기니까 스트레스가 쌓이기도 했어요. 대화할 때 상대방이 뭔가 해결책을 제시해주길 바라는 건 아니고, 제 이야기에 공감을 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심리적으로 괜찮아지는 것 같아요."
- 대화에 공감을 해주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그런 친구들도 두 가지 부류가 있어요. 첫 번째는 진짜 친한 친구들. 그 친구들은 원래 그런 애들인 걸 알고 악의가 없다는 걸 아니까 살짝 속상해도 '그냥 나는 그랬다고~' 하고 말면 되는데, 가끔 제 고민을 비웃는 사람이 있어요. 그럼 저는 상처받고, 상대방에게 뭐라 말하지 못해서 그냥 상처받는 거로 끝나고 말아요."
- 코로나19로 인해 생활이 변한 게 있을까요?
"지난해에 재수할 때 가족 말고는 사람들을 거의 안 만났어요.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스트레스가 풀리는데 그게 안 되니까 우울하기도 했고요. 저뿐만이 아니라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불안감이 커진 것 같아요. 저는 군 면제인데 지난해에 재수하면서 수술을 받았어요. 코로나 때문에 가족들이 병문안도 오지 못해서 엄청 불안해한 적도 있어요. 한 번은 가족이 ATM기 사용을 어려워하시는 할아버지를 도와드렸는데 어머니가 '코로나 걸리면 어쩌려고 그러냐!' 하시면서 화를 내신 적도 있어요."
- 21살 대학생으로서 한국사회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경쟁'이요. 특히 교육 부분에서 수시, 정시 등 등급을 나눈다는 게 어쩔 수 없다고는 생각하지만, 현재 나의 위치를 보고 더 위로 올라가라고 부추기는 것 같아요. 저는 재수를 하면서 모든 게 낯설고 모르는 것 투성이여서 수능이라는 게 안 좋게, 암울하게 다가왔어요.
언젠가 어떤 대학교 과 점퍼를 입은 사람이 재수학원에 있었는데 그때 저는 '나는 성적이 안 되니까 저 학교에 원서도 넣지 못하는데 저 사람은 그 대학 공대도 아쉬워서 더 높은 곳에 가려고 재수학원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우리 사회가 '무한 경쟁 사회'라는 말이 실감이 났던 것 같아요."
- 내가 정치인이 된다면 '이런 것들을 해결하고 싶다', 하는 게 있나요?
"우선은 일자리 정책이요. 많은 청년들이 몰리는 일자리는 그 회사에 취업을 해야 돈을 많이 벌 수 있어서 그런 거 잖아요. 그래서 저는 중견기업을 성장시키는 장기적인 정책을 내고 싶어요.
또 교육과 관련해서는 '교육감 선거는 왜 어른들만 투표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교육감 선거만큼은 청소년들도 투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 꼭 '애들이 뭘 안다고 투표하냐'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렇기에 더욱 학교에서 그런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나마 학교 다닐 때 법과 정치 수업을 들어서 사회에 관심이 있는 편인데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진짜 아무것도 모르고 학교를 졸업해서 투표하잖아요."
- 사회에 관심이 많네요. 어떤 계기가 있나요?
"고등학교 때 법과 정치 과목을 좋아하기도 했고, 제가 성주에 사는데 중학생 때 사드 때문에 집회가 있었고, 부모님을 따라 참여했어요. 고등학교 때는 사드를 반대하는 입장으로 토론도 하고 글도 쓴 적이 있어요."
- 기성정치가 청년들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어떤 생각이 드나요?
"살아왔던 배경이 다르니까 서로 입장이 다른 것 같아요. 지금의 정치인들이 기성세대라서 우리의 실정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저는 '인국공' 같은 이슈가 공정성을 해치는 정책이라 생각하거든요. 특히 '인국공' 얘기가 나올 때 제가 재수를 시작했을 때였어요. 나는 20살이 돼서 열심히 수능 공부를 해서 대학 가고 성공하려고 하는데 고등학교만 졸업한 사람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고 하니까 화가 났어요."
- 공정이라는 게 정말 뭘까요. 저는 모두의 출발선이 이미 다른 상황에서 공정의 의미가 무엇인가 고민이 많이 됩니다.
"저는 지금 사회에서 논란되고 있는 것들이 원래 부당했던 것을 다시 정당하게 바로잡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예를 들면 '여성할당제' 같은 거요. 원래 존재했던 정책들은 아무래도 대부분 남성 정치인에 의해 만들어졌을 테니까 상대적으로 여성들에게는 안 좋은 정책이 많았겠죠. 기성세대들은 그걸 바로잡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그것 때문에 자기가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이 많은 것 같아요."
- 그런 정책들을 청년들과 교감하면서 만들지 않고 기성세대가 마음대로 생각하며 만들어서 더 문제가 되는 것 같기도 해요. 지금의 기성 정치인들에게 한마디를 하자면?
"함께 삽시다. 그만 분열하고, 다 같이 잘 살 수는 없을까요?(웃음)"
- 내년이면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있는데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때 기준이 있나요?
"이기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저는 '나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투표할 것 같아요. 나한테 이득이 되는지 아닌지를 따져보고 투표하려고 노력해요. 또 거대 양당체계에서 다른 정당에 투표하면 사표가 될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그 두 정당 중 하나를 찍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비례대표를 뽑을 때는 소신 있게 투표하려고 노력할 것 같아요."
[인터뷰 후기]
경쟁과 공정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고등학교 기숙사 생활을 하던 시절이 생각났다. 같이 생활하는 친구들이 소위 잘 사는 집 친구들이라 청소도 할 줄 모르는 친구들이었다. 방 청소가 잘 되어있지 않으면 사감선생님은 나만 불러서 혼내곤 했다. 다른 친구들은 사감 선생님에게 몸에 좋고 귀한 것들을 많이 가져다드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친구들은 혼낼 수 없었던 거다. 당시에는 조금 속상한 일이었고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돌이켜보면 나와 친구들은 출발선자체가 다르다는 반증이었다. 공정한 경쟁이라고 아무리 포장해도 게임의 규칙은 이미 불공평했다. 출발선이 다른 무한경쟁의 사회가 얼마나 잔혹한가 깊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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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살 대학생이 정의내린 한국 사회는 "경쟁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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