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학교 민주동문회 회원들이 22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이세종 열사 추모비 추모를 저지하고 있다.
박현광
"윤석열이 온다는 말에 너무 화가 나서 일하다가 나왔다. 전두환을 옹호하던 사람이 여길 추모한다니..."
'다시 살아 하늘을 보고 싶다'라는 피켓을 든 조혜경씨는 목소리에 힘을 줬다. 22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호남 지역 일정 첫날 이세종 열사 추모비를 방문하겠다고 하자 이를 저지하고 나선 전북대학교 민주동문회 중 한 사람이다. 79학번으로 41년 전인 1980년 5월 18일 자정 무렵, 이세종 열사가 사망하던 직전까지 그와 함께 전두환 신군부 계엄군에 대항한 농성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조씨는 "계엄군이 총칼을 메고 와서 학생들을 불법 연행을 하는 사이에 이세종 열사가 죽임을 당하고 옥상에서 떨어졌다"라며 "그때 농성장에 있던 우리 모두가 이세종이었다. 모든 학우가 죽임을 당할 수도 있었다"라며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이어 "오늘 대한민국의 대통령 후보라는 작자가, 전두환을 옹호하고 잘했다고 하면서 이세종 열사 추모비에 추모하러 온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며 "끝까지 추모를 하지 못하게 막겠다"고 말했다.
장태영 전북대 민주동문회 사무국장은 "쇼라고 본다. 선거 때만 되면 마치 호남 민심을 현혹하려 드는 행위를 한두 번 본 게 아니다.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자들의 반성 없이는 이세종 열사의 죽음의 원인을 밝힐 수 없다"라며 "윤석열 후보가 이세종 열사의 죽음에 대해 되새김하며 참배를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윤석열 후보가 도착하기 전 윤 후보의 지지자로 보이는 인물들과 전북대 민주동문회 회원들 사이의 언쟁이 있기도 했다. 윤 후보 지지자로 보이는 한 시민은 "5.18이 너희들 것이냐. 왜 막고 나서냐. 가짜 유공자들 아니냐"고 소리쳤고, 한 민주동문회 회원은 "전두환 학살자를 옹호하는 윤석열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맞섰다. 그러자 윤 후보 지지자로 보이는 이가 "김정은 만세, 김여정 만세"를 외치며 조롱을 보내기도 했다.
이세종 열사는 1980년 5월 17일 전북대 제1학생회관에서 '비상계엄 철폐 및 전두환 퇴진'을 요구하며 농성하던 중 사망했다. 그는 5월 18일 오전 6시께 제1학생회관 옆에서 온몸이 피투성이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단순 추락사로 발표했지만, 이 열사 주검을 검안했던 이동근 전북대병원 교수는 훗날 "두개골 골절과 간장 파열은 추락이라는 한 가지 원인에 의해 동시에 발생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계엄군에 의한 집단폭행이 사망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2002년 학술세미나에서 이민규 순천향대 교수는 "5·18 최초의 희생자는 이세종"이라고 밝혔다.
이세종 열사 추모비는 이 열사가 사망한 채로 발견된 제1학생회관과 20m 정도 떨어진 지점에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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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어떻게 여길...' 이세종 추모 저지 나선 전북대 동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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