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
권우성
- '애프터 유'는 어려운 사정에 있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줘서 해외연수를 보내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선발 기준에서 학교 성적과 어학성적을 고려하지 않았던데, 다른 학교들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다.
"학교 성적, 특히 어학성적은 소득수준과 상당히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진다. 영어 성적으로 뽑으면 어려운 환경에 있는 학생이 뽑힐 확률이 크게 줄어든다. 가정형편이 얼마나 어려운지와 도전하겠다는 의지, 두 가지 기준으로 선발했다. 애프터 유는 어려운 학생에게 기회를 준다는 것도 있지만 우리 학교 학생만 아니라 경기도 내 다른 학교에서도 지원을 받아 해외연수를 보냈다. 빅히트였다. 계층이동과 사회적 이동에 대한 철학이 학교를 넘어 사회로 퍼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한 일이다.
애프터 유와 함께 얘기하고 싶은 것은 SOS, 세이브 아워 스튜던트(SaveOur Student) 프로그램이다. 학생이 SOS를 치면 중간 과정 다 생략하고 3개월 치 생활비를 대주는 것이다. 실제로 해보니 하루에 한 끼만 먹는 학생도 있었다.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학기 중에 부모님이 중증의 질환을 앓으시거나 돌아가시거나 실직하는 경우 학비는 장학금으로 해결하더라도, 생활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 학생들을 구해야 한다.
우리 사회 가장 큰 문제는 계층 이동의 문이 닫혀버렸다는 것이다. 교육이 그전에는 계층 이동의 중요 수단이었는데 이제는 오히려 부와 사회적 지위 대물림 수단이 됐고, 있는 사람들이 인적 투자와 교육 투자 통해 사회적 지위를 세습하고 있다. 이 구조를 깨지 않으면 사회의 역동성이 사라지고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
계속되면 사회가 뒤집어질 것이다. 2008년 국제금융위기의 근원은 양극화다. 대한민국 사회도 지속 가능성을 위협받을 정도로 양극화와 소득 불균형이 심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이 사회가 지속가능하지 않고 발전할 수도 없다."
- '파란학기'란 것은 학생들이 하고 싶은 공부나 활동으로 과목을 만들어 한 학기 동안 잘 수행해내면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것으로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진짜로 하고 싶은 일에 틀에 매이지 않고 도전하고 시도해보라고 만든 것이다.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추격경제를 했는데, 앞으론 안 된다. 따라갈 선진국도 없고 이제는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서 내고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파란학기 같은 게 필요하다. 지금 새로 구상하고 있는 것은 청년기에 '갭 이어'(gap year)를, 쉬어가는 해를 1년 주는 제도다. 1년 정도는 청년들이 자기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자기계발을 해도 되고, 필요하면 취직준비를 해도 되고, 자기 인생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엉둥한 일을 해보고 할 기회를 주고 싶다.
또 청년뿐 아니라 연세 드신 분들에게도 그런 기회를 주면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인생에 두 번 그런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이제 인생 이모작, 삼모작 시대라는데, 장년기에도 그런 시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제도는 정교함이 필요해서 아직 공약으로 발표는 안 했지만 앞으로 하려고 한다."
"반대 극복 비결은 비전, 솔선, 추진력"
- 해외연수를 선발하면서 기준으로 성적을 보지 않은 것이나, 하고싶은 일을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일이나, 학내에서 반대가 컸을 것 같은데 어떻게 실행했나. 그냥 밀어붙였나.
"반대를 극복하는 데에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비전, 솔선, 추진력. 첫째는 확실하게 그것을 왜 해야 하는지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둘째는 솔선, 예를 들면 애프터 유의 경우엔 다른 5개 대학을 참여시키는 데에 제가 다 직접 연락했고 자금 펀딩에 제 봉급 반을 기부하기도 했다. 세 번째는 좋은 건지 아닌지 모르겠는데, 강한 추진력이다. 막무가내로 한 건 아니지만 총장으로서 밀어붙였다."
- 계층이동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은 김 후보가 흙수저라서 그런 것인가. 사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선 흙수저 금수저 얘길 안 좋아하는 흐름도 있다.
"나는 정치인은 '내가 흙수저인데' '흙수저라서'라면서 내세우는 말을 안 했으면 좋겠다. 수저 색깔로 청년들의 인생이 결정되지 않게 만드는 게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인데, 흙수저 금수저 이렇게 나눠 이야기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뒤집어 얘기하면 금수저도 그렇게 좋은 환경은 아니다. 누구나 다 어렵다. 흙수저는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금수저 역시 인생에 깊이와 성숙을 위해서 극복해야 할 점들이 많다."
- 김 후보와 정책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금새 또 다른 정책 얘기로 넘어가고 끝이 없다. 다 얽혀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런가.
"예를 들어 많은 후보들이 부동산 정책을 100만 호 공급, 200만 호 공급 이야기를 한다. 제가 볼 땐 엉터리다. 현실적으로 그 대책이 다음 대통령 임기 내에 작동할 수 없다. 또 그런 한 가지에 중점을 두는 걸로는 해결이 안 된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이 해야 한다. 수많은 요인과 요소들이 있는 걸 종합적으로 전체적으로 보고 지휘해야 한다.
사회적 계층 이동 문제에 대해서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때 교육희망사다리 사업을 해봤지만, 그런 걸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근본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학벌주의가 바뀌어야 하고, 청년들이 공무원시험으로 몰리는 걸 막아야 하고, 국회의원을 저렇게 매력적인 직업으로 놔두면 안 된다. 봉사하는 자리로 만들어야 한다. 이런 것들을 다 전반적으로 개혁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정치개혁, 승자독식 구조 깨기를 제일 먼저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