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
권우성
- 집권하게 되면, 증세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을 것인가.
"아니다. 해야 한다. 다만 세제 개편 문제는 간단히 할 수 없는 문제다. (부총리 때) 청와대에서 법인세를 인상하자고 했는데, 제가 반대했다. 법인세 인상 방향이 틀렸다는 게 아니고, 이런 식으로 해선 안 된다는 거였다.
종부세든, 양도세든 이런 건 부동산 가격 잡으려는 세금이 아니다. 세제 개편은 전체를 놓고 봐야 한다. 종부세를 급격하게 올리자는 말도 나오고, 이재명 후보는 양도세 중과를 유예하자고 하는데, 단편적으로 볼 게 아니다. 또 시장과 소통해야 한다. 지출 구조조정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겠다 솔선해야 하고, 이 모든 게 함께 이뤄지지 않으면 모든 세제개편은 실패한다. 증세 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 정치권에서 재정 확대를 요구할 때 관료들이 완고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제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부터 시작해 나라 살림을 10년 넘게 했는데, 정치인들은 정치적 이해나 선거를 위해 지출 확대를 주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회의원들은 (코로나19) 자영업자 보상을 얘기하면서, 예산 때는 지역구 예산 할당에 혈안이 돼 있다. 나라 살림을 하는 사람으로서 재정건전성에 대해 보수적 입장을 갖는 건 어느 정도 이해가 필요하다. 공무원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쁘게 얘기하면 기능적·기술적이고, 좋게 얘기하면 전문적이다. 기능과 기술을 뛰어넘는 건 가치와 철학이다. 재정에 있어서도 가치와 철학이 필요하다.
공무원들은 왜 이렇게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려 애쓸까? 답은 국가가 위기 시에 쓰기 위해서다. 또는 국가 발전을 위해서 민간에서 할 수 없는 대규모 투자에 쓰기 위해서다. 지금은 돈을 써야 할 때다. 코로나로 경제가 많이 어려워졌다. 재정건정성을 따질 때가 아니다. 기능성, 전문성을 앞세우면 그걸 못 본다. 문제는 돈을 어디 쓰냐다. 50조 원, 100조 원, 이렇게 쓴다? 저는 동의하지 않는다."
- 코로나19 피해 보상에 대해 규모로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것인가.
"그렇다. 용도가 중요하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은 우리 경제의 허리, 중산층인데, (이들에 대한 집중 보상을) 포기하고 전 국민에게 100만 원씩 나눠준다? (그게 옳은지) 따져봐야 한다. 재정건전성이 최근 3년간 급격히 악화했다. 제가 부총리 그만둘 때 국가채무비율이 36%였는데, 지금 52%다.
아직도 절대적인 수준은 나쁘지 않지만, 문제는 증가 속도다. 3년 동안 50% 정도 올랐는데, 대단히 위험한 사인이다. 제가 코로나19 손실보상 대책을 발표하면서 전체 예산이 아니라, 재량지출 300조 원 중에서 구조조정하고, 그것도 모자라면 국채 발행하자고 했다. 단 내년에 발행해, 그 다음 해 상환하자는 거다. 사회간접자본이나 지역구 예산 중에서 증액분이 있다. 증액분이 30조 원이라면, 20조 원만 늘리고 10조 원은 발행한 국채를 상환하면 된다."
"서울대, 똑똑한 학생 뽑아 바보 만들어... 사회 인센티브 구조 바꿔야"
- 교육부를 폐지하겠다고도 했다.
"대학은 자율화해야 하고, 초중등 교육은 시·도 교육청으로 넘겨야 한다. 교육부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국가적 교육 프로그램 정도나, 통계 정도로 국한해야 하는데, 지금은 교육부가 너무 심하게 규제한다. 지금 같은 교육부는 있을 필요가 없다. 대신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지금도 있지만, 완전히 새로운 위원회를 구상 중이다. 대통령 임기보다 임기가 긴 위원들로 꾸리고, 그 안에는 철학자, 역사학자, 산업계 수장도 있어야 한다."
- 수능 2회 실시도 제안했는데.
"한 번의 시험에 의해서 인생이 결정되는 폐해를 없애려는 거다. 어떤 사람은 시험 볼 때 울렁증이 있거나 여러 이유로 한 번의 시험에서 실력을 제대로 발휘 못 할 수 있다. 기회를 한 번 더 주자는 것이다. 비판도 있을 수 있다. 시험을 두 번 보는 거에 대한 부담도 있을 수 있는데, 교육 문제는 많은 사람이 '이러면 좋겠다'는 정답이 없는 것 같다."
- 정시 100%가 공정하다는 얘길 많이 한다.
"어떤 식의 대학입시 개혁 방안을 내더라도 큰 효과는 없을 거다. 제가 대학총장 때 수시 100%로 뽑자고 얘기했다. 공정하게 뽑는 조건이었다. (상위권 대학은) 수능 문제 한두 문제로 대학이 달라지는데, 그런 걸 보고 싶지 않았다.
다양한 학생들이 다양한 대화를 나누고, 다양한 가치를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전라도 학생, 경상도 학생, 여학생, 남학생, 다문화가정 학생, 장애인 학생들이 어울려 다양한 경험을 했으면 했다. 서울대는 그렇게 똑똑한 학생들을 뽑아다 바보 만든다. (학생들이) 굉장히 동질적이지 않나. 특목고, 자사고 출신도 많다."
- 행정고시 폐지 정책도 그런 생각에서 나온 것인지.
"똑같은 시험 과목을 공부해 (합격하면) 행정안전부든, 기획재정부든 같은 조직 문화 안에서 똑같이 사회화된다. 이걸 깨고 싶었다. (기재부 근무 당시) 복지 제도를 다루는 사람들의 배경이 명문대, SKY 중에서도 하나로 집중돼 있었다. '이 사람들은 밥 한 끼 굶어봤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회의 인센티브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과거엔 명문대 나오면 평생 수입을 보장했다. 공무원이 되거나 대기업에 들어가는 게 자기 인생에 보상을 많이 줬다.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차별금지법, 사회적 논의 필요... 제3지대, 거대 정당 행태 따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