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까지 근무...전 직원 사명감으로 버텨"

[최승묵 예산군보건소장 인터뷰] 코로나19 비상근무 2년

등록 2022.01.04 12:07수정 2022.01.0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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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묵 예산군보건소장 ⓒ <무한정보> 김수로


충남 예산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자세한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보건소에 전화를 건다. 한 번에 연결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역학조사와 민원응대로 잠시도 쉴 틈 없이 통화를 하며 자료를 들여다보고, 방역현장을 바쁘게 오가기 때문이리라. 시간차를 두고 2~3차례 걸다 보면 담당직원과 연결된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갈라진 목소리가 고단한 나날을 짐작케 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감염병과의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강한 변이 '델타'에 이어 '오미크론'이 등장하고, 하루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치솟는 걸 보면 '감염병 이전의 삶은 영영 되찾을 수 없는 것일까' 하는 무력감마저 밀려온다.

지난해 12월 15일,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694일째 비상근무 태세를 유지하며 방역 최전선에 서 있는 최승묵 예산군보건소장을 만났다.

그는 아침 7시께 집을 나서 매일 아침 갱신되는 코로나19 관련자료를 검토하고 특이사항이나 쟁점 등을 정리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확진자가 나오지 않는 날은 저녁 9시 반쯤 퇴근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접촉자 진단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직원들과 함께 대기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밤 12시는 기본이고 새벽 2~3시로 넘어갈 때가 많다.

"감염병 대응의 가장 첫 번째는 접촉자를 최대한 빨리 찾아내는 거에요. 확진자가 최초증상일과 접촉자, 다녀온 곳을 정확하게 얘기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제대로 기억을 못하거나 숨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용카드 내역과 CCTV 조회 등 추가적인 조사를 하고, 해당확진자와 접촉해 확진된 사람과 교차확인하다 보면 누락된 접촉자가 특정됩니다. 연결고리를 찾기 위한 조각을 모으는 작업이에요"

보건소 전 구성원의 헌신과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안타까운 마음뿐이라고 했다. 직원들 대부분은 가정과 자녀가 있는 여성공무원으로, 기존 업무에 코로나19 예방·환자관리, 백신접종 등을 함께 맡느라 1인 3~4역을 힘겹게 해내고 있는 실정이다. 일상을 반납하고 휴일도 없이 자정이 넘어 퇴근해 새벽에 출근하길 반복한다.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으니 점점 지쳐가는 데다, 운전할 때는 안전사고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사명감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과중한 업무에 더해 폭언과 욕설 등도 이들을 힘들게 만든다.


"자가격리 통보를 하면 항의하는 분이 많습니다. 최대 10일 동안 밖에 나갈 수 없고 함께 사는 가족들에게도 피해가 가니까요. 영업하는 사람은 경제적 부담까지 져야하니 무척 예민해져요. 또 출입기록이 없을 때 접촉자를 특정하기 위해 안전안내문자를 보내 업소를 공개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 과정에서 공무원에게 심한 폭언과 욕설, 협박을 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저도 한 민원인과 직접 통화한 적이 있는데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을 쏟아내더군요. 다른 직원들에게는 오죽했을까 싶었죠. 육체적 피로에 더해 정신적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가장 어려웠던 건 지난해 9월, 지역사회를 발칵 뒤집었던 덕산지역 다방발 집단감염이 발생한 시기다. 역학조사에서 해당업소들은 티켓영업 등을 해 '감염병예방법'과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고, 이동동선과 접촉자를 정확하게 진술하지 않아 감염전파 차단을 지연시키기도 했다.


최 소장은 "이 같은 영업이 지역에서 정서적으로 용인되고 있어 사라지지 않는 거라고 생각해요. 주민들의 인식개선이 필요한 부분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감염병이 급격히 확산되며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로는 코로나19 대응 의료기관에서 시설과 인력의 한계 때문에 교통사고 부상자나 심혈관계 질환자 등 응급환자를 제때 치료하지 못하는 점, 위중증환자가 빠르게 늘어 병상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을 꼽았다. 응급환자는 신속히 치료하지 않으면 큰 후유증이 남을 수 있고, 증상이 심각한 고령 확진자의 경우 하루차이로 생사를 오가기 때문이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바삐 달려온 최승묵 소장과 직원들이 회의하고 있다. ⓒ 예산군보건소


일상을 되찾고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길은 '예방접종'이다. 

"나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구, 지역사회를 위해 한다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최선의 대응을 위해 조직을 개편해 인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코로나19로부터 언제쯤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는 저 역시도 단언할 수 없습니다. 지금 감염자 대부분은 일찍 2차 접종을 마친 고령층과 미접종한 저연령층이에요. 접종을 하면 코로나19에 걸려도 중증으로 갈 확률이 낮아져요. 백신접종으로 인한 부작용보다는 감염 이후 합병증과 중증으로 인한 피해가 더 크기 때문에 꼭 맞아야 합니다."

2014년부터 조직을 이끌어온 그는 보건업무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이 일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요. 예를 들어 금연사업을 통해 폐암을 얼마나 예방했는지는 수치로 나타낼 수 없어요. 하지만 작고 눈에 잘 띄지 않더라도 주민들에게 정말 필요한 사업을 해야 해요. 목표대비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업을 구상하는 게 아니라 지역 전체 상황을 보고 실제 통계에 따라 필요한 부분에 대해 업무를 추진해야 합니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시책을 발굴한다는 게 사실 어렵고 귀찮은 일이에요. 하지만 이게 쌓여 조직문화를 바꾸는 게 중요합니다. 또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직원들을 대하면 안 돼요. 그때와 지금 세대는 일에 대한 가치관과 살아가는 사회가 달라요. 관리직일수록 더 배우고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기', 그의 확고한 원칙이다.

공공의료 체계의 중요성도 짚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보건소 존재 이유가 다시 정립된 것 같아요. 다행히 정부가 현재 공공의료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정책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어요. 앞으로 지자체 보건소의 역량을 더 키워나가야 합니다."

인터뷰 말미에 새해소망을 물으니 '코로나19가 종식돼 주민들이 불안해하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 날이 오는 것'이란다. 그날을 하루라도 빨리 앞당기기 위해 보건소는 오늘도 밤새 불을 밝힌다. 

밥을 먹고 누군가를 만나는 평범한 우리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밤낮없이 전쟁을 벌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조금이라도 마음 편히 집에 돌아갈 수 있도록, 고된 하루 끝을 눈물로 마무리하지 않도록 따뜻하게 기댈 곳 하나를 건네보자. 그리고 함께 마음을 모으자. 그 어떤 것도 장담할 수 없이 시작된 한 해지만, 우리가 살아 숨 쉬는 이상 희망을 놓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긴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기에.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코로나 #코로나 근무 #예산군보건소 #에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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