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등교수업. 칸막이 급식소.
경남도교육청
학교를 가면 밥걱정이라도 면할 수 있지만 방학은 여러모로 워킹맘들에게 괴로운 시간이다. 회사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TV에서 대선 후보들의 지지율 작대기가 피노키오 코처럼 쭉쭉 늘어났다 줄었다 한다. 한쪽이 늘어나면 또 한쪽이 줄어든다. 내 앞에 앉은 남자 동료가 이번 대선에 생각해 둔 후보가 있냐고 묻는다.
다 됐고, 부모들이 애들 밥걱정 없이 맘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사람, 엄마들의 부엌데기 삶이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 죄책감 가지지 않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사람을 뽑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동료가 "에이, 요즘 여자들 많이 편해지지 않았나? 육아휴직 쓰는 아빠도 많고, 윗 층에 김 주임도 육아휴직 1년 쓰고 왔잖아. 요즘 남자들 대단해"라고 말한다. 김 주임도 맞벌이 부부라고 들었는데... 그의 아내가 육아노동을 할 때도 대단하다고 다들 인정해주었을까? 목이 캑 막히는 것 같아 물을 벌컥 들이켠다. TV 속 앵커가 저출산 문제가 어쩌고 저쩌고를 논한다. 밥 맛이 뚝 떨어졌다.
정책은 멀고, 내 엄마는 가깝다. 쉬는 시간에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요즘 촌에 일 없지? 와서 우리 애들 밥 좀 챙겨줘... 방학 동안만."
"야야~ 우짜노... 코로나 때문에 난리인데 엄마 그 짝으로는 못 간다."
믿었던 엄마마저... 그럼 이게 다 코로나 탓인 건가... 이젠 누굴 탓할 시간도 없다. 빨리 퇴근해서 장을 보고, 식단을 정하고, 요리를 하고, 도시락을 싸서 식탁에 가지런히 올려놓아야 한다. 중간중간 먹을 수 있는 방학 간식을 검색해서 주문해야 한다. 밥의 쳇바퀴를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열심히 열심히 돌려야 한다.
이 놈의 밥 걱정은 언제쯤 끝나나... 아이들이 크면 끝이 날까? 그렇다면 내 후배는, 내 딸은, 내 미래의 손녀는... 이런 동동거림을 겪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을까? 단순히 밥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밥을 둘러싸고 있는 노동의 불균형, 워킹맘들이 처한 현실, 모성을 강요하는 사회인식 등... 이 모든 것을 개인이 떠안고 괴로워하며 고민하고 있는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어쩌면 '밥 행정'이야말로 가장 기본적인 해결의 출발선상인지도 모른다. 학교에 있을 동안만이 아니라 학교에 가지 않는 방학, 갑작스런 휴교에도 아이들의 밥을 책임져 주는 시스템, 예컨대 신청자에 한해 방학동안에도 학교 급식소를 운영한다거나, 여건상 급식을 먹으러 오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밀키트 제공, 이런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부모들의 밥걱정을 덜고, 아이들은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으며, 엄마들은 직장에선 맘편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구조.
이것은 정말 나의 허황된 '꿈'일 뿐인 것일까?
대통령 후보님들, 현 2022년 대한민국에선 무리인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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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밥 밥... 방학 때마다 비명을 지르는 워킹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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