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5일 식목일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년 전 대형 산불로 피해를 본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천남리를 방문해 재조림지에 금강소나무를 심고 있다.
연합뉴스
기후변화로 식목일을 앞당겨야 한다는 현장 의견이 10여 년 전부터 제기돼왔다. 새로 선출될 20대 대통령은 식목일을 과감하게 3월로 앞당겨야 한다. 그리고 국가 공휴일로 재지정하여 온 국민이 아이들 손잡고 자신의 마을과 학교와 숲에 '내 나무'를 심고 가꾸는 범국민적 운동으로 키워갔으면 좋겠다.
식목일은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최고의 실천이자 '생태전환교육'의 장으로 젊은 세대들에게 '백년 숲'을 물려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 국민의 절대다수는 기후변화 대응에 나무심기가 중요하며 나무심기 기간을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왜 식목일은 앞당겨지지 않을까?
지난해 3월 산림청 의뢰로 한국갤럽이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96.6%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나무심기가 중요하다'고 답했고, 79.2%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나무심기 기간을 앞당겨 운영할 필요성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3월로 식목일을 앞당겨야 한다는 구체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렸다. 찬성 56.0%, 반대 37.2%. 수십 년간 4월 5일로 고정된 식목일에 대한 인식을 굳이 바꿀 필요가 있느냐는 게 반대의 주된 이유다.
그런데 이러한 반대 의견도 인간과 나무가 공존하는 '생태전환' 관점에서 약간의 설명만 되면 충분히 바뀔 여지가 있다는 것이 산림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제 때 심지 않으면 나무뿌리가 마릅니다"
홍순용 양평군 산림조합장은 식목일을 앞당겨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겨우내 언 땅이 녹을 때부터 싹트기 전까지가 나무를 심는 적기입니다. 이때 땅 속 수분이 충분해서 나무뿌리의 활착이 빠르니까요. 그래서 현장에서는 언 땅이 풀리는 2월 말부터 준비에 들어가서 묘목(어린 나무)을 3월 초부터 캐고 심을 준비를 합니다. 이때부터 늦어도 3월 20일까지는 심어야 뿌리 활착이 잘 되는데, 거기서 보름이나 더 지난 4월 5일 식목일까지 기다리게 되면 그때는 뿌리도 마르고 잎과 가지도 마르죠. 벌써 10여 년 전부터 겪는 일입니다."
실제로 국립산림과학원이 밝힌 나무 심기에 적합한 온도는 평균 6.5도. 76년 전인 1946년 식목일을 처음 제정할 때는 이 온도(6.5도)에 맞춰 4월 5일을 식목일로 정했다. 그러나 그 사이 지구가 더워졌다. 서울을 기준으로 3월 18일이 76년 전 4월 5일의 기온과 비슷하다. 제주도는 무려 한 달이나 앞당겨져 3월 5일이 과거 식목일 기온이다.
이러다 보니 이미 지역별로 나무심기 행사를 앞당겨 개최하고 있다. 아예 대놓고 '식목일까지 기다리지 말고 나무를 심으라'고 조언하는 사람들도 있다.
"가능하면 온도가 낮을 때 심어라. 늦으면 늦을수록 손해다. 식목일을 기다릴 필요 없이 온도가 낮을 때 심어라." - 한울농원 블로그
하지만 유독 정부만은 식목일 변경에 보수적이다. 4월 5일이 지닌 역사성과 상징성을 강조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야말로 인간만 생각하는 사고방식 아닐까. 나무를 살아있는 생명체, 지속 가능한 삶의 파트너로 본다면 자연스럽게 식목일을 앞당기자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논의와 토론이 바로 '생태전환교육'이다. 올해 들어 모든 학교 개정 교육 과정에 반영하기로 결정된 '생태전환교육'의 기본 취지를 보면 앞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이렇게 가르쳐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생태전환교육이란 기후변화 위기를 맞아 '인간과 자연의 공존과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개인의 생각과 행동 양식뿐만 아니라 조직문화 및 시스템까지 총체적인 전환을 추구하는 교육을 말한다." - 서울시 교육청, 생태전환교육 기본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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