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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정에 대한 저항인들

[김삼웅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연구 3] 인간의 역사는, 곧 저항사다

등록 2022.02.02 09:30수정 2022.02.0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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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4년, 마흔두 살. 박정희 정권 아래 긴급조치1호 위반으로 의형제를 맺고 박정희 타도 싸움을 명세하였던 독립군 출신 장준하(1918-1975)와 군법재판을 받는 장면
1974년, 마흔두 살. 박정희 정권 아래 긴급조치1호 위반으로 의형제를 맺고 박정희 타도 싸움을 명세하였던 독립군 출신 장준하(1918-1975)와 군법재판을 받는 장면 통일문제연구소
 
정의구현사제단이 출범한 1974년 박정희는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 아닌 군주와 같이 행동하였다. 권력중독상태였다고 할 것이다. 이 해 1월 8일 긴급조치 1호ㆍ2호를 발령하여 헌법을 부정ㆍ반대ㆍ왜곡 또는 비방하는 일체의 행위 및 헌법 개폐를 주장ㆍ발의ㆍ제안 또는 청원하는 일제의 행위를 금지시켰다.

이 조치에 따라 1월 13일 장준하ㆍ백기완이 구속되고 함석헌ㆍ천관우ㆍ안병무ㆍ문동환ㆍ법정 등은 연행 당하여 심문을 받았다. 2월 1일에는 비상보통군법회의가 장준하ㆍ백기완에게 징역 15년, 자격정지 15년을 각각 선고했다. 

서울지검 공안부는 2월 25일 이호철ㆍ임헌영 등 5명의 문인을 서울을 거점으로 한 문인간첩단 혐의로 구속했다. 정부는 4월 3일 긴급조치 4호를 선포하고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이 북한의 사주에 의하여 정부 전복을 시도했다고 발표, 7월 13일 열린 비상군법회의 첫 공판에서 이철ㆍ유인태ㆍ여정남ㆍ김병호 등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1974년 4월 25일자 <매일경제신문>에 보도된 민청학련 사건.
1974년 4월 25일자 <매일경제신문>에 보도된 민청학련 사건.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중앙정보부는 4월 25일 민청학련 배후에 인혁당ㆍ조총련ㆍ공산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고 청와대 점거를 획책했다고 발표, 제2차 인혁당사건을 조작했다.

각계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1월 7일 이희승ㆍ이호철 등 61명의 교수와 문인들이 개헌청원을 지지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 1월 8일 전남대생 개헌청원 지지시위, 1월 21일 서울대 의대생 유신반대 시위, 1월 26일 연세대생 유신반대 성토대회, 3월 6일 동아일보 기자들 노조 결성, 3월 21일 경북대생 반독재 민주구국선언, 3월 28일 서강대생 유신헌법 철폐시위, 4월 1일 연세대생 시위, 4월 3일 각 대학 <민중ㆍ민족ㆍ민주선언> 유인물 배포, 같은 날 이화여대생 시위, 7월 7일 명동성당 지학순 주교 석방을 위한 기도회, 9월 18일 목요기도회 시작, 수녀회 대표 600여 명 지학순 주교 석방 기도회, 9월 18일 서울 공대생 구속학생 석방 청원호소 시위, 9월 23일 이화여대생 학문의 자유 등 요구하는 성명 발표, 같은 날 민주수호국민협의회(대표 함석헌ㆍ김재준ㆍ천관우) 유신규탄ㆍ구속인사 석방요구 성명 발표, 9월 24일 감신대생 구속학생 기도회, 같은 날 이화여대 총학생회 구속자 석방 기도회, 9월 25일 한신대생 구속동료 위한 금식기도회 등이 잇따랐다.  
 
인혁당 사건과 긴급조치 7호 발동 
 인혁당 사건을 조작한 세력은 사건관련자들에게 사형등 중형을 선고한 이후 바로 긴급조치 7호를 발동시킨다.
인혁당 사건과 긴급조치 7호 발동 인혁당 사건을 조작한 세력은 사건관련자들에게 사형등 중형을 선고한 이후 바로 긴급조치 7호를 발동시킨다. 공개사진
 
인간은 분노할 줄 아는 생물이다. 분노를 모르는 인간은 노예다. 그리고 인간의 역사는 달리 말하면 곧 저항사다. 저항이 없는 역사는 공동묘지일 뿐이다. 태초에 분노가 있었다. 무화과를 따먹지 말라는 금제(禁制)의 철망을 뚫을 때 분노가 치솟았다. 그때 아담이 분노하지 않았다면 '이성적 인간'은 태어나지 못하고 에덴동산에는 박제된 '유인원'이 남게 되었을 것이다.

나를 가르키는 말의 아(我)는 손수 扌변에 창戈을 들고 있는 상형이다. 손에 창을 들고 자기를 지키는 형상을 '나'로 표기한 옛 사람들의 예지가 가슴을 저미게 한다. 이때의 나(我)는 사적 개인과 더불어 공적 시민, 인류 등을 포함한다.

"만일 노예가 그 앞에 서 있다면 반드시 진심으로 슬퍼하고 분노해야 한다. 진실로 슬퍼함은 그의 불행을 슬퍼하기 때문이며 분노하는 것은 그가 싸우지 않기 때문이다."


근대 중국의 저항작가 루쉰의 말이다. 그는 또 이런 말도 남겼다.

"밝은 빛의 세력이 어둠의 세력과 끝까지 싸우지 않고, 만약 사악한 세력이 제멋대로 날뛰도록 내버려두는 것을 너그럽게 감싸는 것인 줄로 착각하여 덮어두고 내버려두기만 한다면 오늘날과 같은 혼돈의 상태는 영원토록 끝나지 않을 것이다."


마틴루터 킹도 여기에 한 마디 보탠다.

"백인 차별보다 더 무서운 것은 흑인 스스로의 열등감이다. 복수하지 않고도 폭력의 악순환을 깨뜨릴 방법은 혹인 스스로 권리의식을 찾는 길이다."

고대 그리스의 시인 솔로는 "피해를 입지 않는 자가 피해를 입는 자와 똑같이 분노할 때 정의가 실현된다."라 말하고, 미국의 워싱턴은 "사슬에 묶여서 똑바로 걷는 것보다 자유로운 상태에서 비틀거리며 걷는 쪽이 훨씬 더 낫다."고 주장했다.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민주주의 #민주화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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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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