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미테구 지역의회 회의장 앞에서 열린 소녀상 영구 존치를 위한 시민촛불집회
KV
12월 3일, 그제야 행정법원에서 소녀상 철거 명령을 철회한다는 공식적 통보가 왔다. 모두를 들뜨게 했던 소녀상 영구 설치안이 통과됐지만, 그래도 싸움은 끝이 나지 않았다.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테구 실무자들은 정작 꿈쩍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직구조보다 실무자, 담당자가 최고인 독일식 행정문화의 정수를 보는 듯했다.
그해 12월 20일, 일본 자민당 의원 82명이 "소녀상이 일본의 존엄에 상처"를 줬다면서 철거 지지 성명을 냈다. 미테구 의원들이 이 소식을 듣고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까 가슴이 철렁했다. 다행히 일본학과 교수들과 양심적인 일본 교민들의 청원으로 극우의원들의 행동임이 밝혀져 무사히 넘어갔다.
미테구는 사민당, 녹색당, 좌파당, 즉 진보적인 세 당의 연정으로, 이 당의 의원들이 구의회 의석수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소녀상이 철거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과거 메르켈 수상이 속했던 보수당인 기민당과 자민당은 소녀상 존치를 반대하고 있었다. 이 두 당은 지역의회에서 각각 4석과 3석만 차지하고 있었기에 천만다행이었다.
이 소수당 의원들까지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애를 써보기도 했다. 국내 민주화운동과 일본군 '위안부' 운동을 후원해 온 기독교기관 선교부 책임자에게 기민당 의원을 만나보도록 요청했고, 일본 자민당과 친밀한 독일 자민당을 설득하기 위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 전화 통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독일 자민당은 결국 2021년 1월 28일, '괴이하고 수상쩍은' 안건을 냈다. 모든 전시 여성 성폭력 범죄를 상징하는 보편적인 기념비를 위해 예술공모전을 열자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