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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테구청에 소녀상 영구임대 제안했지만, 돌아온 건...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는 사람들 (5)

등록 2022.03.18 11:27수정 2022.03.2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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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미테구청의 평화의 소녀상 철거 명령을 막아내어 이름을 널리 알린 '코리아협의회'는 창립 30년이 지난 독·한 시민단체이다. 소녀상 이외에도 남북한의 정치, 사회, 문화, 분단과 통일, 국제교류, 교육, 이주민 등 광범위한 주제로 활동한다. 베를린에서 'Korea Verband'(코리아협의회)란 이름으로 살아오는 동안 못다한 이야기가 많다. 이 지면을 빌려 좀더 나은 세상을 위해 독일사회 한복판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소박하지만 야심찬 한 시민단체 이야기를 연재한다.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직 목소리를 찾지 못한 이들의 삶에 가 닿기를 희망한다.[편집자말]
지난 기사 <소녀상을 지켜냈다... 그후 독일 자민당의 '수상한' 제안>에서 이어집니다. 

독일 자민당이 낸 보편적 기념비를 위한 예술공모전 안건은 다행히 시간 부족으로 2021년 3월 9일에 열리는 예술분과회의로 넘겨졌다. 구의회에서 달랑 3석뿐인 자민당의 제안이라 채택되지 않겠지 하며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이 다가왔다. 여성의 날 이틀 전인 6일에 열린 집회에는 독일 전국조직 여성단체인 '코라지'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과 함께 소녀상을 출발점으로 행진을 시작, 미테구청 앞 광장에 집결하는 일정이 있었다. KV회원 중 한 명이 시위에 참여한 미테구 예술분과위원회 의장이자 사민당의원인 베레나 노이만씨를 알아보고 한 대표에게 귀띔을 해줬다.

지금까지 소녀상을 지지해온 이 의원은, 원래 본인은 자민당을 지지하지 않지만 이 안건만은 너무 좋다면서 미테구 내 최대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사민당도 이 안을 지지한다는 것이었다. 사민당이 지지한다는 것은 이 안건이 통과될 것이라는 의미였다. 한 대표는 그 길로 부랴부랴 집으로 달려가 밤을 새워 예술분과회의가 열리기 전, 공모전의 한계와 자민당의 숨은 의도를 알리는 이메일을 작성해 각 당에 전달했다.

3월 9일, 원래 모두에게 공개되는 구의회 회의는 줌(ZOOM)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과 일본 언론도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한 대표는 2018년, 일본대사관의 방해로 본에 위치한 개인 여성박물관에서 소녀상을 세우려다 포기하고 대신 여성 성폭력을 주제로 한 예술 공모전을 열어 선발된 조각품 사진을 공유하면서 예술적 표현이 쉽지 않음을 의원들에게 경고했다.

자민당 구의원도 본의 조형물이 별로라고 인정했다. 녹색당과 좌파당은 이 안건에 반대했지만, 결국 사민당의 지지로 이 제안은 통과되고 말았다. 나중에 예술공모를 통해 소녀상이 밀려날 수도 있는 황당한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최영숙

당일 회의에는 바이슬러 의원과 뮐러 티쉴러 의원이 참여해 소녀상 관련한 KV와 미테구의 합의 내용을 보고하는 순서가 있었다. 애초에 소녀상을 세울 수 있도록 도움을 줬던 두 여성 공무원들은 이 날 계속 질문을 회피하며 아무런 대안조차 내놓지 않았다. 미테구의 미온적 태도와 당시 9월 예정이었던 베를린 지역선거 일정으로, 이대로는 소녀상이 위험해질 수도 있겠다고 판단한 좌파당이 3월 18일, 긴급안건으로 '평화의 소녀상 안전보장안'을 발의했다. 결과는 39명 찬성에 13명 반대였다.

소녀상을 영구 설치하는 방안을 마련해 실행할 때까지 소녀상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지금의 장소에 설치 허가를 계속 연장하라는 내용이었다. 이로써 두 차례의 소녀상 영구 존치안은 모두 좌파당이 주관한 것이 됐다. 특히 좌파당의 틸로 우르흐스 의원은 독일 사회에서 먼저 전시 여성 성폭력을 추모하는 기념비를 진작에 세웠어야 했다면서 우리가 먼저 세워준 것에 감사를 표하기까지 했다. 
   
사실 미테구 구의회는 소녀상 영구 존치 결의안이 통과된 후 6주, 즉 2021년 5월 10일까지 미테구청으로 하여금 KV와 함께 영구 존치 방안을 모색하라고 했다. 하지만 미테구에서 도통 연락이 없었다. 왜 연락이 없는지 이유를 알 수 없어 마음만 졸이고 있던 차에, 드디어 4월 23일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매우 친절하고 상냥하게 "소녀상의 위치를 시내 중심으로, 더 많은 인파가 몰리는 데로 옮기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한국대사관 앞이나 한국문화원 앞 등 한국과 연관이 있든가, 여성 인권을 상징하는 기관 앞도 생각해 보라"고 했다. 이게 웬일인가 싶었다. 미테구청은 실제로 브란덴부르크 문을 포함한 베를린 관광 중심지를 관리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적합한 장소를 모색하던 한 대표는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2016년 미테구의 공문을 발견했다. 너무나 많은 기념비나 예술품 기증이 있기 때문에 기증을 받지 않겠지만, 아주 예외적으로 영구 임대는 가능하다는 공문이었다. 전화통화 이후 두 여성 담당관과 1차 온라인 면담을 가졌다. 두 담당관은 "소녀상이 공공 부지에 있어 너무 말썽이 많으니 교회나 성당 같은 명소 앞에 세우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즉, 사유지로 옮기라는 의미였다.


한 대표는 소녀상을 교육용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관리도 해야 하니, 소녀상은 KV의 일본군 위안부 박물관 부근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 대표는 또한 미테구에 소녀상을 영구 임대할 것을 제안했다. 두 사람은 그래도 기한은 적어야 하니 일단 "최소" 2년이라고 적어 연장신청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그 말을 믿고 연장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렇게 말했던 담당관들이 실은 당시에 베를린 전 지역의 개신교 및 가톨릭 교구에 미테구의 소녀상을 이전 설치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는 걸 알았을 때의 배신감이란...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8월 30일 도착한 미테구의 답변에는 다리에 그만 힘이 풀리고 말았다. 소녀상 설치는 또다시 1년만 연장되며, 한술 더 떠 예술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한 조형물은 최대 2년만 전시될 수 있다고 아예 못을 박아버렸기 때문이다.

담당 공무원들은 애초에 일단 소녀상을 세워 놓고 주민들의 반응이 좋으면 계속 연장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소녀상 영구 존치를 막기 위해 새롭게 만든 법안인 모양이었다. 작년에 한 번 1년 신청이 연장된 소녀상은 이로써 공식적으로 2022년 9월 28일까지만 보존이 허락됐다. (계속)
 
 2022년 세계여성의날 집회에서 소녀상 영구 존치를 위해 서명하고 있는 이들
2022년 세계여성의날 집회에서 소녀상 영구 존치를 위해 서명하고 있는 이들 홍남명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재독 한인언론인 <교포신문>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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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소녀상 #일본군 위안부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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