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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을 지켜냈다... 그후 독일 자민당의 '수상한' 제안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는 사람들 (4)

등록 2022.03.07 12:14수정 2022.03.07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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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미테구청의 평화의 소녀상 철거 명령을 막아내어 이름을 널리 알린 '코리아협의회'는 창립 30년이 지난 독·한 시민단체이다. 소녀상 이외에도 남북한의 정치, 사회, 문화, 분단과 통일, 국제교류, 교육, 이주민 등 광범위한 주제로 활동한다. 베를린에서 'Korea Verband'(코리아협의회)란 이름으로 살아오는 동안 못다한 이야기가 많다. 이 지면을 빌려 좀더 나은 세상을 위해 독일사회 한복판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소박하지만 야심찬 한 시민단체 이야기를 연재한다.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직 목소리를 찾지 못한 이들의 삶에 가 닿기를 희망한다.[기자말]
(* 지난 기사 <베를린 소녀상 철거 위기, 먼저 달려온 좌파당의 선택>에서 이어집니다.)

베를린 젠다멘광장은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관광명소로, 클래식과 교회 종소리가 어울리는 고상한 곳이 아닌가. 하지만 이곳은 또한 독일 외교부가 가까워 소녀상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본과 독일, 양국 정치인들의 부당한 압력 행사에 항의하기에도 제격이었다.

뺨에는 붉은 줄을 긋고 머리엔 화관을 쓴 여성들이 집회 사회를 봤고, 광장에는 'X'자 마스크를 낀 시민들이 의자를 채웠다. 소녀상은 사회적·문화적 분위기로 인해 수년간 침묵을 강요당한 피해생존자들이 마침내 침묵을 깨고 세상을 향해 공개 증언을 하고 정의로운 문제 해결을 촉구한 용기를 기리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또한 가부장제 및 남성 위주의 사회구조로 인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일상적 여성성폭력의 사슬을 끊어내자는 의미도 있다. 이러한 소녀상을 철거한다는 것은 다시금 여성들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과 마찬가지라는 인식이 있었다.

이렇듯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가리고 반인권적, 제국주의적 역사를 지우려는 양국의 시도는, 다시금 살아있는 패권주의적 권력이 어떻게 피해생존자들과 현재의 피해자들을 침묵하게 하는지 실감나게 복습시키고 있었다. 마스크 위의 'X'자는 이 강요된 침묵에 다 함께 저항하자는 의미였다.
 
 젠다멘 광장에서 열린 <내가 소녀상이다> 집회
젠다멘 광장에서 열린 <내가 소녀상이다> 집회Dongha Choe
 
광장은 들고 온 차로 추위를 녹여가며 구호를 외치는 시민들과 무대 위 연사들의 발언으로 한껏 달아올라 있었다. IS에 의한 전시 여성 성폭력 피해에 대해 싸우고 있는 이라크 소수민족, '야지디족여성위원회' 대표 알키 누례가 무대에 올라 소녀상 영구 존치 지지 발언을 했다. 알리스 살로몬 대학 교수 니베티타 프라사드는 베를린 시 한가운데 소녀상을 하나 더 세우자고 말해 시민들의 박수 갈채를 받았다.

독일 외교부, 베를린시, 미테구청장을 풍자한 연극 공연에 이어, 중요한 집회 때마다 힘을 돋우어 주는 2세 풍물패 '두들소리'의 악기 소리가 한밤의 광장을 가득 메웠다.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풍물패를 앞세우고, 2020년 11월 25일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 시위 무리와 만나 함께 대로를 활보했다. 외교부를 향한 가두행진이었다.

2020년 12월 1일, 좌파당과 녹색당이 제출한 소녀상 영구 설치안이 통과됐다. 찬성 24표에 반대는 5표에 불과했다. 해적당의 지난 결의안 통과 후 소녀상 철거 명령을 공식화하지 않고 미적대던 구청장은 이날 지역의회 회의장에서 의원들로부터 야단을 맞았다. 코리아협의회에 철거 명령을 직접 알리지 않고 신문기사를 통해 소식을 알게 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구청장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이미 철거 명령을 철회했으니 곧 통보가 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베를린 미테구 지역의회 회의장 앞에서 열린 소녀상 영구 존치를 위한 시민촛불집회
베를린 미테구 지역의회 회의장 앞에서 열린 소녀상 영구 존치를 위한 시민촛불집회KV
 
12월 3일, 그제야 행정법원에서 소녀상 철거 명령을 철회한다는 공식적 통보가 왔다. 모두를 들뜨게 했던 소녀상 영구 설치안이 통과됐지만, 그래도 싸움은 끝이 나지 않았다.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테구 실무자들은 정작 꿈쩍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직구조보다 실무자, 담당자가 최고인 독일식 행정문화의 정수를 보는 듯했다.

그해 12월 20일, 일본 자민당 의원 82명이 "소녀상이 일본의 존엄에 상처"를 줬다면서 철거 지지 성명을 냈다. 미테구 의원들이 이 소식을 듣고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까 가슴이 철렁했다. 다행히 일본학과 교수들과 양심적인 일본 교민들의 청원으로 극우의원들의 행동임이 밝혀져 무사히 넘어갔다.

미테구는 사민당, 녹색당, 좌파당, 즉 진보적인 세 당의 연정으로, 이 당의 의원들이 구의회 의석수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소녀상이 철거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과거 메르켈 수상이 속했던 보수당인 기민당과 자민당은 소녀상 존치를 반대하고 있었다. 이 두 당은 지역의회에서 각각 4석과 3석만 차지하고 있었기에 천만다행이었다.

이 소수당 의원들까지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애를 써보기도 했다. 국내 민주화운동과 일본군 '위안부' 운동을 후원해 온 기독교기관 선교부 책임자에게 기민당 의원을 만나보도록 요청했고, 일본 자민당과 친밀한 독일 자민당을 설득하기 위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 전화 통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독일 자민당은 결국 2021년 1월 28일, '괴이하고 수상쩍은' 안건을 냈다. 모든 전시 여성 성폭력 범죄를 상징하는 보편적인 기념비를 위해 예술공모전을 열자는 것이었다.
 
 베를린 소녀상 앞에 시민이 놓고 간 어린이책, <행운을 빌게!>가 놓여 있다.
베를린 소녀상 앞에 시민이 놓고 간 어린이책, <행운을 빌게!>가 놓여 있다. 한정화
 
여성성폭력 관련 전문단체인 코리아협의회(KV)를 예술공모전 심사위원으로 위촉한다는, 얼핏 보기엔 긍정적으로 들리는 내용까지 담겨 있었다.

그런데 예술 공모 관계자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안건은 실은 아주 '야비한 제안'이라는 것이다. 즉, KV가 심사를 하게 되면 자동적으로 KV의 이름으로는 작품을 출품할 수 없게 되므로, 소녀상을 공모전에 낼 수 없게 만드는 술수라는 것. 또한 소녀상은 '보편적'이지 않으니 다른 기념물로 소녀상을 대신하자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계속)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재독 한인언론인 <교포신문>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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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베를린 소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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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에 있는 독/한 시민단체, Korea Verband <코리아협의회>에서 함께 사용하는 아이디입니다. '다름과 존중이 만들어내는 제3의 공간' 코리아협의회의 활동 소식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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