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김대중과 인연, 응암동성당 신부로

[김삼웅의 인물열전 / 정의의 구도자 함세웅 신부 평전 8] 함세웅은 동교동 집을 방문, 김대중과 기도를 함께 드리고

등록 2022.04.14 15:50수정 2022.04.14 15:50
1
원고료로 응원
a

함세웅신부가 2009년 8월 22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 마련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상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연희동성당 보좌신부로 발령받아 첫 사제직을 수행하는 얼마 후 신민당 전 대통령후보 김대중이 중앙정보부 요원들에 의해 납치되어 수장당하는 위기 끝에 서울 동교동 자택에 연금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동교동은 연희동성당과는 가까운 거리였다.

납치사건 전부터 김대중의 장남 김홍일, 그의 측근인 김상현의 부인 등이 성당에 늘 미사를 나왔기 때문에 안면이 있었다. 김대중은 천주교 신자였다. 

큰 사건이 벌어졌는데 일체 외부와 차단되니까 그 아들이 제게 와서 집을 방문하여 기도해달라고 해요. 한 달에 한두 번씩은 성당에 못 오시는 분들이나 환자들을 방문하는 봉성체 기도란 게 있어요. 본당 주임신부님이 저보고 방문해서 봉성체 의식을 하라고 해요. 그런데 그것도 안 돼요. 만나려면 경찰이나 정보기관에서 무슨 증명서를 떼오라고 하고, 하루 종일 끌려다녀도 결국 만나게 해주지를 않아요. 

제 마음이 아프잖아요. 제가 책임자한테 항의를 좀 했어요. 난 성당 신부인데 가족들이 원해서 가정방문을 하려는데, 안 되면 처음부터 안 된다고 하지 왜 하루 종일 끌고 다니면서 방해만 하느냐. 이건 종교 침해라고 항의했어요. 그런데 뭐, 그게 전달이 되나요. 그래도 어린 신부의 마음에는 이런 정권과 체제는 참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그 경험을 마음속에 간직하게 되죠. (주석 5)

얼마 후 정치 상황이 달라지면서 출입이 허용되자 함세웅은 동교동 집을 방문, 김대중과 기도를 함께 드리고 집안 가족들과도 관계를 맺었다. 연희동성당을 떠나 응암동성당에 부임했을 때는 김대중의 신변이 다소 자유로워지면서 그가 간혹 성당에 와서 미사도 참여하였고 세례식이 있을 때는 대부를 서는 등 관계가 유지되었다.

"그분이 유능한 정치인이고 가톨릭 신자이고 또 좋은 뜻을 가지신 분이니까, 그분이 잘 되길 바라면서 집안 가족들과 쭉 관계를 맺으면서 지냈어요." (주석 6)

6개월 가량 지난 후 함세웅은 응암동성당 주임신부로 자리를 옮겼다. 처음으로 보좌에서 주임신부가 된 것이다. 그때만 해도 응암동은 서울의 외곽이었다. 30대 초반이라 산동네를 두루 다니면서 열심히 가정방문을 하며 응암동 신자들과 끈끈하게 정이 트였다. 사제로서 사실상 첫 부임으로, 그에게 응암동성당은 남다른 애정과 관심이 담겼다. 


저희 사제들은 통속적으로 이야기할 때, 첫 본당을 첫사랑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응암동은 나의 첫사랑"이라고 이야기하지요. 저도 물론 좋은 느낌이 있었고 응암동 신자들도 순수했어요. 다른 한편으로는 응암동과 저와의 끈끈한 관계가 시국과 관련되기 전에 만났기 때문인지 저와 신자들 사이에 순수한 모습으로 형성되었어요.

그 뒤에 만난 신자 중 일부는 저에 대한 어떤 선입견이 있잖아요.

'이러저러한 사제다', '감옥에 갔다 왔다', '유신체제에 반대했다' 등 이런 게 있었기 때문에 이전에 비하면 정말 두세 배는 관계 맺기가 어려웠어요. 응암동은 그렇게 만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주 끈끈하고 좋았어요. 그때 당시 고등학생, 대학생 청년들은 지금까지도 모입니다. 참 끈끈해요. 응암(鷹岩)을 한글로 푼 '매바위 모임'입니다. (주석 7) 


주석
5> <함세웅 신부의 시대증언>, 59~60쪽.
6> 앞의 책, 58쪽.
7> 앞의 책, 66쪽.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 정의의 구도자 함세웅 신부 평전]는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함세웅 #함세웅신부 #정의의구도자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이 기자의 최신기사 동학에서 '구원의 길' 찾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7년 만에 만났는데 "애를 봐주겠다"는 친구
  2. 2 아름답게 끝나지 못한 '우묵배미'에서 나눈 불륜
  3. 3 '검사 탄핵' 막은 헌법재판소 결정, 분노 넘어 환멸
  4. 4 스타벅스에 텀블러 세척기? 이게 급한 게 아닙니다
  5. 5 윤 대통령 최저 지지율... 조중동도 돌아서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