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불의의 시대에 '정의'를 찾아

[김삼웅의 인물열전 / 정의의 구도자 함세웅 신부 평전 9] 함세웅의 '정의관'을 들어본다

등록 2022.04.15 15:53수정 2022.04.15 15:53
0
원고료로 응원
a

2010년 4월 11일 마산 중앙부두에서 열린 김주열 열사 범국민장에 참석한 함세웅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이 조사를 하고 있다. ⓒ 윤성효

 
1974년은 한국정치사나 함세웅 개인사에서 큰 변곡점이 되는 해이다. 

1월 8일 - 긴급조치 1호(유신헌법 반대와 개헌논의 금지) 선포
            긴급조치 2호(비상군법회의 설치) 선포
1월 14일 - 긴급조치 3호(국민생활 안전을 위한 조치) 선포
4월 3일 - 민청학련사건 발표, 긴급조치 4호 선포
8월 15일 -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대통령 부인 육영수 피살
8월 23일 - 신민당 전당대회에서 김영삼 총재 선출
9월 24일 - 천주교 신부들 정의구현전국사제단 결성
10월 24일 - 동아일보 기자 200여 명 자유언론실천 선언
11월 27일 - 민주회복국민회의 발족

그의 개인사도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3월에 가난한 사람을 위해 헌신한 마더 테레사 수녀에 관한 책 <인도의 마더 테레사>(맬컴 마그렛츠 지음)를 번역하여 성바오로출판사에서 출간하고, 4월에 가톨릭대학 신학과 교수로 부임하여 교부학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함세웅 등 천주교의 젊은 사제들이 주도하여 설립한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폭주하는 박정희의 유신체제에 브레이크를 건 종교계의 조직적인 저항운동이었다. 박정희는 5.16 군부반란을 일으키고 유신쿠데타로 1인 장기 독재체제를 구축, 긴급조치를 남발하면서 민간인들을 군사재판에 회부하는 등 야만의 통치를 자행했다. 

함세웅은 정의감이 남달랐다. 천성적이었는지, 천주교라는 종교의 분위기였는지 그는 성장기나 군 복무 시기 그리고 해외 유학과 초임 신부 시절에 불의와 부정을 보면 분개하였다. 일선 부대 선임자나 사회에 나와 겪은 헌병과 경찰의 비리가 생계형이라면, 유신체제의 반민주ㆍ반공화주의 조치는 그야말로 거대한 구조악이고 불의 그 자체였다. 

성서는 곳곳에서 정의에 대해 언급한다.


"정의는 평화를 가져오고 법은 영원히 태평성대를 이루리라."(이사야), "정의를 굳게 지키면 생명에 이르지만 악한 길을 좇으면 죽음을 불러들인다."(잠언), "어느 민족이나 정의를 받들면 높아지고 어느 나라나 죄를 지으면 수치를 당한다."(잠언)

철학자 칸트는 "세상이 무너져도 정의는 세워져야 하는 것."이다 말하고, 단테는 "정의는 인간이 갖춰야 할 최고의 덕성이다."라고 하였다. 여기에 마틴 루터 킹은 "너무 오래된 정의는 정의에 대해 거부하는 것과 같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며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함세웅의 '정의관'을 들어본다. 

정의는 말 그대로 바르다는 거예요. 바르다는 것은 종합적 관점에서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 설정, 인간과 올바른 관계 설정, 자연과 올바른 관계 설정을 말해요. 이는 하늘을 향해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삶을 사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눈에 보이는 형제자매, 이웃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 생명을 가진 자연을 잘 보살피고 가꾸는 것으로 귀결될 수 있어요. 올바른 관계 설정이 중요한 이유는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바른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해요.

정의가 실현되면 모든 것이 이뤄지기 때문이죠. 사랑, 평화, 정의 등 하느님은 여러 가지로 표현될 수 있지만, 그중 하느님의 대표적 속성은 정의예요. 사랑보다 더 큰 개념이고 기본이 되는 것이라 할 수 있어요. 정의가 있기에 심판도 가능한 것이죠. 민주화나 인권도 정의라는 개념에 내포되는 거예요. (주석 1)


주석
1> <부대신문>, 2013년 5월 27일.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 정의의 구도자 함세웅 신부 평전]는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함세웅 #함세웅신부 #정의의구도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AD

AD

AD

인기기사

  1. 1 종영 '수사반장 1958'... 청년층이 호평한 이유
  2. 2 '초보 노인'이 실버아파트에서 경험한 신세계
  3. 3 '동원된' 아이들 데리고 5.18기념식 참가... 인솔 교사의 분노
  4. 4 "개도 만 원짜리 물고 다닌다"던 동네... 충격적인 현재
  5. 5 "4월부터 압록강을 타고 흐르는 것... 장관이에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