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절반 이상 폐사... 17년 만에 처음입니다"

화성시 거주 양봉인 최은명 대표 "양봉의 위기는 과수농가의 위기로"

등록 2022.04.18 18:28수정 2022.04.1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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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명 자연꿀 대표가 주정으로 소비(벌이 벌집을 짓는 나무틀)를 소독하고 있다.  ⓒ 화성시민신문


올해 초 전국 양봉농가의 꿀벌이 집단적으로 자취를 감추며 기후와 환경변화에 따른 꿀벌 개체수 이상징후가 발견됐다. 특히 영남 지역 친환경 양봉 농가 80~90%에서 꿀벌이 사라지는 등 타격이 극심하다.

<화성시민신문>은 경기 화성시 봉담에서 17년 동안 양봉을 해온 최은명(최은명 자연꿀 대표)를 지난 2일 만나 위기에 봉착한 친환경 양봉을 취재했다.

지난해 11월 옥상에 가득했던 꿀벌 120군이 이제는 58군 남아있다고 낙담하는 최 대표의 얼굴. 특유의 밝은 미소가 사라졌다.

"친환경 먹거리,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꿀벌에게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고 훈증 요법으로 꿀벌응애를 관리했는데 꿀벌의 집단 폐사를 잡지 못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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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폐사를 당한 꿀벌의 모습 ⓒ 화성시민신문


평소 같으면 꿀로 가득했을 채집통이 텅 비었다. 4월이면 벌들이 꿀을 따러 다니느라 한창 바쁜 시기. 최 대표는 평소보다 소독과 관리에 더 세심하게 힘을 쏟는데도 거둬들일 꿀이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이런 적이 없었어요. 3년 전부터 꿀 채밀량이 점점 하락세를 보이더니 이제는 벌까지 사라졌으니,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꿀벌에게 가장 중요한 영양 공급원은 꿀이다. 양질의 꿀을 따기 위해서는 꽃이 제때 피고 제때 져야 한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에서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거나 심하게 오르는 등 안정적인 기상요건이 갖춰지지 않아 꿀벌의 건강상태가 악화되고 있어요."


꿀을 먹지 못해 몸이 약해진 벌은 면역력이 약해지면서 병해충의 공격에 살아남을 수 없다. 결국 꿀벌의 집단 실종은 이상기후가 초래한 재해로 귀결된다. 

"꿀벌은 세계 100대 농작물의 70%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유익한 곤충이에요. 꿀벌이 사라지면 농산물 생산이 줄며 식량 위기에 처하게 돼요. 아인슈타인은 '지구상에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가 4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고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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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명 자연꿀 한켠에 빈 벌통이 둥기둥기 쌓여있다. ⓒ 화성시민신문


최 대표는 친환경 먹거리를 위해 노력하며 치유농업과 공정무역으로 사회적 기업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해가 갈수록 심각한 위기상황에 봉착하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느낀다고 말한다.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배달음식이 익숙해지면서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했죠. 지구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 과제들, 플라스틱 일회용품 줄이기, 장바구니 사용 등 제로웨이스트를 제대로 실천하길 바라요."

최은명 대표는 "양봉의 위기는 과수 농가 등 다른 농가도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결국엔 인간 식량 체계까지도 위협하는 기후위기에 대해 다 함께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꿀벌 집단폐사 원인으로 이상기상, 응애 피해, 2차 병원체 감염 등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의 복합적 작용으로 판단된다"며 "친환경 꿀벌 양봉의 대처로는 응애의 구제대책으로 저항벌 육종, 수벌집, 친환경제제 등 자연친화적 통합적 구제를 실시할 것"을 당부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꿀벌 #양봉 #화성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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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 주변에 피는 꽃, 화성시민신문 http://www.hspublic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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