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냥이에게도, 여긴 '우리 동네'입니다

동네 길냥이들의 하루하루가 평안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등록 2022.04.22 12:49수정 2022.04.22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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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냥이 ⓒ 정경아

 
동네 공원, 한 노란둥이에게 밥이랑 물을 먹이고 있는 캣맘을 본다. "날마다 오후 5시에 와요. 날씨가 궂으면 하루 빼먹을까 하다가도, 나를 기다릴 아이를 생각하면 벌떡 일어나게 돼요."


노란둥이는 어느 치킨 가게의 아들이 키우다가 그만 가게를 접는 바람에 '방생'한 녀석이란다. 순한 눈빛에 도무지 사람을 피하지 않는다.

"겨울 저녁엔 핫팩을 넣어줘야, 저도 안심하고 돌아와 잠을 자게 되더라고요." 지난  가을, 다른 이웃이 덤불 속에 낡은 이동장을 넣어줬더란다. "우리 집에 이미 두 마리를 키우고 있어서 더 이상은 여력이 안 돼요. 그냥 하루 한 번씩 보러 오는 게 전부에요."

지구가 인간의 전유물일까 

집 떠난 첫 겨울을 잘 버텨낸 노란둥이, 하지만 추위보다 더 무서운 건 길냥이를 향한 불편한 시선일 것이다. 길냥이에게 욕설을 하고 두 주먹으로 위협하는 사람을 본 적 있다. 길냥이에게 밥을 주는 캣맘들에게 시비를 거는 이들도 간혹 있다.

아직도 동화 속 생선을 훔쳐 가는 도둑으로 고양이를 바라보는 걸까? 아님 앙갚음이나 해코지를 하는 짐승으로 고양이를 묘사했던 '전설의 고향'식 인식이 남아 있는 걸까. 고양이에게 피해를 입은 적도 없으면서 혐오를 거리낌 없이 표현하는 이들. 길냥이들의 존재 자체를 견딜 수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지구가 인간들의 전유물이기만 할까? 우리 동네도 주민들만의 서식 공간일 리는 없다. 꽃들과 나무들, 고양이들과 벌레들도 이번 생을 제대로 살다 갈 권리를 누려 마땅하지 않겠나. 길냥이를 함부로 대할 권리가 우리에게 있을 리 없다.

밥그릇에 코를 박고 있던 노란둥이가 고개를 들어 우리를 본다. 이미 '버려짐'을 겪어낸 그다. 덤덤하게 우리를 바라본다. 사람들에게 이쁨을 받는 구박을 받든 별거 아니라는 듯한 눈빛. 왠지 미안하다.


그래, 산다는 것은 애쓰는 것이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너나없이 많이 애쓰고 견디는 것이다. 이 작은 생명체의 고투를 생각하는 내 코끝이 찌르르해진다.

어느 통계에 의하면 길냥이의 평균 수명은 3년이란다. 길 위의 삶이 어찌 녹록할까 마는 내 이웃들의 선의가 모여 노란둥이와 동네 냥이들이 하루하루 평안하기를 빈다. 작고 약한 존재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기,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기가 늘어날수록 가능할 일이다. 많이 어렵지는 않다. 낮은 목소리로 "안녕!"을 말하는 것이 시작이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될 일이다.
덧붙이는 글 https://brunch.co.kr/@chungkyunga
첨부파일 공원냥이.jpg
#길냥이 #캣맘 #공원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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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세울 것 하나 없는 직장생활 30여년 후 베이비부머 여성 노년기 탐사에 나선 1인. 별로 친하지 않은 남편이 사는 대구 산골 집과 서울 집을 오가며 반반살이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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