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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기밀' 연이어 유출했던 외교부장관 후보자

박진, 2004년 국회의원 시절 '탄약 비축량' 등 누설... "과도한 비밀주의 지적한 것" 해명

등록 2022.04.28 11:31수정 2022.04.2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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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무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필립 르포르 주한 프랑스 대사 접견에 배석하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무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필립 르포르 주한 프랑스 대사 접견에 배석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정부가 가지고 있는 안보 불감증과 비밀주의 때문에 오히려 국민의 안보 불안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 본 위원의 견해다."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국회의원이었던 박진 외교부장관 후보자가 2004년 10월 5일 '2급 기밀'을 유출한 뒤 국회 국방위원회 국방부 국정감사 자리에서 한 항변이다.

그해 국정감사 전날인 10월 4일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KIDA) 보고서를 입수한 박 후보자는 이를 언론에 제공했다. 보고서는 '미군의 지원이 없다는 가정 하에 북한이 기습 남침을 했을 경우 16일 만에 서울이 함락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박진 한나라당 의원은 2004년 10월 4일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KIDA) 보고서를 입수해 언론에 제공했다. 위 이미지는 이 사안을 다룬 2004년 10월 5일 동아일보 '미군 없으면 16일만에 서울함락' 기사.
박진 한나라당 의원은 2004년 10월 4일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KIDA) 보고서를 입수해 언론에 제공했다. 위 이미지는 이 사안을 다룬 2004년 10월 5일 동아일보 '미군 없으면 16일만에 서울함락' 기사. 동아일보 PDF
 
당시 언론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미군의 한반도 주둔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에 의한 유출로 풀이되지만, 해당 보고서는 언론 공개가 금지된 '2급 기밀'이었다. 

곧바로 기밀 유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안영근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은 "군사 기밀을 정략적 차원에서 이용하여 국민의 안보 불안을 가중시키고, 개인의 명성을 높이기 위해 언론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정감사 자리에 참석한 박 후보자는 당시 기밀이더라도 필요할 경우 공개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여당위원님 여러분들 '이것이 비(밀)문(서)이다, 아니다' 또 '만약 이것이 공개됐을 경우 국민 안보에 엄청난 불안을 초래한다' 이런 생각은 제발 접어두시기 바란다"라며 "국민적 경각심을 깨우치고 또 우리가 처한 안보 현실을 그대로 알려주는 것이 우리 국방위원회의 의무라고 생각을 한다"라고 강조했다.

일주일 뒤 또 3급 기밀 유출 
 
 2004년 국정감사 당시 국가기밀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국회 윤리위로부터 '경고' 결정을 받은 박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2005년 1월 7일 국회 기자실에서 "(윤리위 징계가) 정상적인 의정 활동을 저해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유감스런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2004년 국정감사 당시 국가기밀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국회 윤리위로부터 '경고' 결정을 받은 박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2005년 1월 7일 국회 기자실에서 "(윤리위 징계가) 정상적인 의정 활동을 저해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유감스런 결정"이라고 주장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당시엔 원활한 국정감사 진행을 위해 국방위원장이 박 후보자에게 주의를 주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하지만 며칠 뒤 똑같은 논란이 벌어졌다. 박 후보자가 2004년 10월 11일 육군본부 국정감사를 앞두고 이번엔 3급 기밀 사항인 '전시 대비 탄약 비축량'을 보도자료로 만들어 배포한 것이다.


그는 보도자료에서 "현재 한미 연합군의 전시대비 비축 탄약의 총 보유량은 군사 작전상 목표(60일 기준)의 59%에 불과하며 미군 탄약을 제외하면 한국군의 비축량은 10일치에 불과하다"라고 전했다.

또 북한의 포병 및 기갑전력에 대응할 육군의 포병탄 탄약 비축량은 상대적으로 부족해 ▲K1A1 전차 10일 미만 ▲K-9 자주포 5일 미만 ▲MLRS(다연장로켓포) 1일 미만 등 핵심장비일수록 탄약확보가 저조했다고 밝혔다. 국방위 위원이 한국군이 전시 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이에 육군본부와 여권은 곧장 반발했다. 국방위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비공개 회의에서 박 의원 측이 공개한 자료가 3급 군사기밀 사항이라며 즉각적인 수정을 요구했다.

육군본부는 입장을 내고 "일부 국방위원이 배포한 보도자료 중 '탄약 비축량과 화기별 비축일자'와 관련한 내용은 군사기밀 사항이므로 보도를 자제해 달라"라고 요청했다.

군사 기밀 유출 논란이 커지자 박 후보자는 기자실에 들러 보도자료에 제시된 수치는 '군이 작성한 비밀자료가 아니라 개별 국방예산 규모와 군의 일반 보고자료 등을 근거로 자체적으로 추산한 것이기 때문에 기밀과 관련이 없다'라고 해명하면서도 배포했던 보도자료를 모두 회수했다.

하지만 이날 저녁 박 후보자는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다시 "질의서 준비절차가 적법했고 질의 내용 중 국가기밀이라고 볼 수 있는 사안이 단 한 건도 없었다"라고 A4용지 8쪽 분량 장문의 반박 입장을 냈다.

박 후보자는 이듬해 1월 국회 윤리특위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았다. 1991년 윤리특위가 생긴 후 첫 징계 사례였다.  

박 후보자 측은 28일 당시 발언에 대한 현재 입장을 묻는 <오마이뉴스> 질의에 "후보자의 당시 발언은 정부의 과도한 비밀주의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국가안보를 저해할 수도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며, 군 당국과의 사전 협의를 거쳤던 바 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국가기밀은 당연히 그 내용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엄격한 보호를 받아야 하나,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라는 차원에서 과도한 비밀분류는 지양돼야 한다는 일관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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