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노동자회가 제안하는 연대단체인 <2022 페미니스트 주권자 행동>가 3/11(금) 오전 11시에 '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은 두려워하라. 여성들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 차별과 배제의 대선에 부쳐'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이효진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시기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를 자신의 SNS에 올려 공약화했다. 2022년 5월 6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여성가족부의 법적 근거와 기능과 역할을 담은 조항을 삭제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 국가의 성평등 추진체계의 유무는 그 국가가 성평등을 의제로 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성평등 정책 발전을 위해서는 이를 전문적으로 연구, 집행할 성평등 추진 기구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2018년 한국 정부가 제출한 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에서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한 국가 기구와 관련하여 (1)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와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 배치, (2) 지방정부의 성별 영향분석평가 제도 강화와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 배치, (3) 성인지 예·결산협의체의 법적 근거 마련과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 배치를 권고했다. 이와 함께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효과적인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 확립, 젠더폭력 예방체계 강화 대책, 낙태 비범죄화(재생산권 보장) 등도 주요하게 권고하였다.
여성가족부는 성평등 업무와 성주류화 업무, 젠더 기반 폭력 및 피해자보호, 보육, 청소년, 가족, 경력단절여성 지원 정책 등을 주 업무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별영향평가, 성인지예산 등 성 주류화를 위한 정책 도구의 제도화, 여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와 권익 증진 등이 여성가족부의 주요 성과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제한적 권한과 예산의 부족으로 여성가족부의 주목적이 되어야 하는 성차별 시정 기능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여성가족부 장관직의 부총리급 격상 및 소관 업무 범위 확대,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 등의 논의가 나오고 있는 이유이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과 체감도를 높이고 효율적인 집행을 위해 어떤 형태의 추진 기구가 필요한지 논의해야 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주장하는 '여성가족부 폐지'는 더 나은 성평등 추진체계에 대한 논의를 막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우리 공동체에서 쌓아온 성평등에 대한 합의와 신뢰마저 퇴행시킨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모든 청년에게 윤석열표 공정을 약속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공정한 법 집행'에는 권력형 성범죄 완전 퇴출을 위한 법·제도 강화를, '공정한 양성평등' 항목으로는 성폭력특별법에 무고 조항을 신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재하는 성차별구조를 무시한 채 '젠더 갈등'만을 앞세워 남발하는 공약들로 차별로 신음하는 모든 사람의 삶의 질을 더 나쁜 방향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
남성 중심의 정치는 차별을 심화시킨다
정치권에서 성평등 담론이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는 이유 중에, 정치가 기득권 남성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미투운동 이후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 2022년 대통령 선거까지 세 번의 선거를 치렀다.
하지만 미투운동 이후 처음 치러진 선거인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광역자치단체장 여성 후보 비율은 8.4%, 기초자치단체장은 4.6%, 광역의회 지역구는 14.5%, 기초의회 지역구는 18.6%에 불과했다. 그 결과, 광역자치단체장 여성 비율은 0%, 기초자치단체장은 3.5%, 광역의회 지역구 의원은 13.3% 기초의회 지역구 의원은 20.7%에 그치고 있다.
'협치와 통합'을 외친 윤석열 정부는 어떤가. 윤 대통령이 지명한 1기 내각 주요 인사 114명(낙마자 포함) 가운데 여성은 10명에 그쳤다. 2022년 5월 19일 기준 윤 대통령이 지명한 여성 인사는 장관 3명, 차관급 3명, 대통령실 비서관급 4명이다. 비율로 따지면 약 9%이다.
정치인들 각각의 낮은 성인지감수성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 5월 2일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과 온라인 화상회의 도중 성적 비속어 사용 논란이 일자, 본인의 성희롱 발언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성찰하기보다 변명부터 늘어놓았다.
윤 대통령이 지명한 윤재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은 1996년 검찰주사보 시절 여성에 대한 추행, 2012년 검찰 사무관 시절 여성 직원에 대한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사처분을 받은 바 있다. 그는 2002년 펴낸 시집 <가야 할 길이라면>에서 대중교통에서의 성추행 범죄를 '사내아이들의 자유'로 묘사했다.
이는 한국 정치의 남성 중심성과 편향성을 확인시켜 주며 나이가 많다는 것이, 정치경력이 오래됐다는 것이, 대학교 때까지 공부를 잘했다는 것이, 상층계급에 있다는 것이 한 개인의 정치적 자질을 평가할 기준이 못 된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준다. 성평등이 전 세계적으로 정치의 규범으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임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그러한 흐름을 전혀 인식하지도 못하고, 배우려고 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성평등에 역행하는 행태를 보인다.
다가오는 지방선거, 정치는 성평등을 공약하라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 2022년 대통령 선거까지 세 번의 선거 동안 어느 정당도 여성들이 제기했던 차별과 폭력의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고, 선거 시기마다 성평등 의제와 여성 유권자의 존재는 지워졌다.
성평등/페미니즘과 거리를 두고, 관련 법안과 논의를 차일피일 미루는 현실은 남성이 과대대표된 한국 정치의 현실을 보여주며, 그 속에서 여성/젠더의제는 최후순위로 밀린다는 것을 확인해준다. 그 과정에서 여성가족부의 존폐는 정부 조직 개편의 문제가 아닌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backlash)의 문제, 이를 통해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남성 중심 정치의 구호가 되어버렸다.
다가오는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중앙정부의 주도하에 성평등 정책이 추진된 우리나라의 행정 특성으로 볼 때, 지방선거에서 성평등 추진체계에 대한 기조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지방선거는 정치가 성평등에 대한 우리 사회의 합의와 신뢰를 다시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기구의 방향과 위상을 논의할 기회이다.
정치에 고한다. 페미니스트 주권자들은 성평등을 원한다. 모두의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성평등 정책 전담 기구 강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라. 여성가족부가 성평등 정책 추진 기구로서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그 위상과 역할을 논의하라. 국회에 쌓여있는 산적한 인권 과제와 개혁 의제들을 책임지고 처리하라.
*참고자료
장윤선,김경희,박수범,김수지,and 정혜선. "지방분권과 성평등정책기반 조성방안."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보고서 2020.
박선영,박복순,김복태,고현승,김은희. "성평등정책 추진체계 강화를 위한 법제 정비 방안".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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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정치적 역량과 연대를 강화하고 사회 전반에서의 성평등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일조하고자 하는 여세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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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인사 지명 고작 '9%'... 이 숫자가 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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