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민섭 정의당 춘천시의원 당선인
이희훈
- 지방선거 결과 '민주당은 참패했지만 정의당은 몰락했다'는 말이 나온다.
"없어졌다. 정의당은 없어졌다(씁쓸한 웃음). 역대 최고로 심각하고 최악이다. 양당 구조가 강해진 것도 있지만, 정의당은 진보정당으로서 존재감을 나타내는 데에 실패했다. 심상정 이후 차세대 정치인을 키우는 데에도 실패했다. 당내 사건사고가 많았는데, 선거 일정에 떠밀려서 혁신이든 개혁이든 시기를 놓친 채 근근이 버텼다.
정당에는 국회의원이 많은 게 중요하다. 그런데 기초의원이 있는 선거와 아닌 선거는 정말 다르다. 지금 그런 밑바닥이 다 무너지다시피 했다. 너무 큰 위기다. 저는 특히 수도권에서 비례조차 당선 안 된 게 너무 충격이었다. '5% 봉쇄조항(광역의회 비례대표 선출은 득표율 5%를 넘겨야 가능)까진 안 무너지겠지' 했는데... 진짜 너무 심각하다."
- 일각에선 '정의당 후보들은 중앙정치 때문에 손해봤다'고 평가한다.
"많이 손해봤다. 지지율 2~3%짜리 정당 후보가 16%까지 가기는 진짜 어렵다. 그런데 낙선한 엄재철 후보(춘천시 마선거구, 16.50% 득표)도 저와 비슷하게 나왔다. 처음 나온 후보들은 10%의 벽을 넘기가 정말 힘들지만 몇 번 선거에 나온 사람들은 가능하다.
여기서 당이 조금만 뒤를 받쳐주면 당선권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당이 뒷받침해주긴커녕... 정치적 포지션이 잘못됐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저도 반대하니까 중앙 가서 얘기 많이 할게요'라면서 풀어낼 수 있다. 하지만 당내 사건사고는… '죄송합니다' 이후에 대화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 원내 3당인 정의당의 초라한 성적표와 달리 원외정당인 진보당은 울산 동구청장 등 21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다. 두 정당의 상반된 결과는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꼭 진보당과 비교해서 정의당이 이건 못했다, 저건 잘했다기보다는... 일단 정의당이 쇄신 타이밍을 놓친 부분이 가장 결정적이었다. 지역 밀착 활동도 많이 부족했다. 좀 거칠게 표현하면 '국회 마이크 정치'만 많이 하지 않았나. 진보정당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은 아무리 잘해봤자 한계가 있다. 오히려 길거리나 현장에서의 노출빈도가 높아야 한다."
- 중앙당은 언론 노출이 어려운 상황을 '마이크 정치'로 돌파하려고 했던 게 아닐까.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저는 진보정당이 국회 마이크 정치로 현실을 극복하기란 많이 어렵다고 본다. 일단 중앙언론 환경이 썩 좋지 않다. 차라리 지역언론을 개척하는 게 더 낫다."
- 선거 후 중앙언론에서 민주당은 '혼란스럽다'는 기사라도 나오는데 정의당은 언급조차 안 된다.
"없어졌다니까요. 저도 솔직히 막막하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활동했던 친구들 나이도 점점 많아지고... 제가 마흔두 살인데 사실 적지 않은 나이다. 그런데 선거 때 '그나마 젊은 사람'이라며 다녔다. 당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제일 안타까운 점이 이기중 전 서울 관악구의원, 이호영 후보(서울 동작 사선거구), 왕복근 후보(서울 관악 마선거구)의 낙선이다. 저희 또래가 지역에서 자리를 잡고 쭉 정치할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진짜 열심히 하는 분들인데..."
"솔직히 막막...'정의당이 필요하다'고 설득할 수 있어야"
- 정의당의 지역정치가 점점 약해지는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당대표 선거에 나오는 모든 분들은 지역이 중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당대표가 되고 중앙당에 들어가는 순간 '지역 DNA'가 없어지는 것 같다. 중앙당이 여러 가지 다 해야겠지만, 제 욕심 같아선 지역조직실부터 강화해야 한다. 또 하방이랄까, 지역순회 등을 정기적으로 자주 했으면 좋겠다. 중앙당도 이해는 간다. 심상정 대표 말처럼 '없는 집 제사 돌아오듯이' 선거를 하니까 물리적 부담이 컸다. 그래도 저희가 다시 시작하려면 지역조직을 더 강화시켜야 하지 않을까."
- 노선이 흐릿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젠더이슈 집중이냐, 노동이슈 집중이냐' 같은 논쟁도 있었고.
"논쟁은 충분히 있어야 한다. 다만 그것을 모아내는 과정이 많이 부족했는데, 코로나19 영향도 컸다. 지역위원장 시절 페미니즘 논쟁 등이 싫어서 탈당한 분들이 있었다. 예전 같으면 만나서 푸는데 모임 자체가 안 되니까 설득도 안 되고. 우리 당원도 설득이 안 되면 일반 유권자 설득은 더 어렵다. 너무 안타까웠다."
- 정의당은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까.
"진짜 모르겠는데(난감한 웃음)... 그런 생각은 많이 했다. 정의당이 사람들에게 '우리가 왜 필요하다'를 얘기해줘야 하는데 너무 백화점식으로 대응해왔던 게 아닐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역량이 이만큼이면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 기후위기, 젠더이슈 중요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먹고사는 문제를 먼저 해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했지만 아직 부족하고 사람들은 계속 죽어나가고 있다. 그런 근본적인 부분이 좀 더 중심에 서야 하지 않을까.
다양한 의제를 선점하는 것도 좋지만, 정의당이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이 어디에 있는지 기준과 기본을 잡아야 한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유권자들은 그런 얘기도 한다. '정의당은 굶어 죽어도 소신을 지켜야 한다'고. 당이 정치적으로 왔다갔다 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뭔가 결정했을 때 가령 민주당 극성 지지층 댓글이 3000개씩 달리더라도 굶어 죽을 정신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당장은 그게 어렵겠지만 쌓이고 쌓이면 가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정의당은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해서도 기후위기, 젠더이슈 등을 강조해왔는데 대학이 많은 춘천은 어떤가. 청년들이 정의당에 관심이 있나.
"별 관심 없다. 대학교가 많다고 젊은층이 입당하지는 않는다. 그들에게는 진짜 본인 먹고사는 문제, 취업 같은 부분을 긁어주는 게 필요한데 정의당이 해줬나? 저도 솔직히 그들을 설득하기 힘들다. 그들도 기후위기, 젠더이슈에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정의당이 과연 그걸 할 수 있어?'라는 질문을 한다. 그래서 '같이 노력해야죠'라고 하면 '우리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줄 건데?'라고 묻는다."
- 대선 때 나름 그 답변으로 주4일제, 전국민 일자리보장제를 내놨던 것일 텐데.
"이슈는 만들었지만, '어떻게 끌고 갈 것이냐'란 질문에 대한 답은 잘 안 나왔다. 주4일제만 해도 지역과 수도권의 정서가 다르다. '공무원만 좋은 것 아니냐'는 분들도 있고. 설명을 해도 결국 '정의당이 그걸 어떻게 끌고 갈 거냐' 했을 때, 해법 같은 것들을 구체적으로 전달하기 어려웠다."
- 진보정당의 가치는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그 실행력을 만들어 내는데서 나오는데 20년, 30년째 '방향'만 던지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저희가 다 못한다. 그러니까 하나의 이슈를 우리가 만들어내고, 그걸로 '정의당이 하니까 바뀌네'란 부분을 보여줘야 했는데, 잘 안 됐다. 결국 '얘네는 주장만 하고, 반대만 하는데 당선된 사람도 없네?'가 됐고. '얘네는 주장만 하고, 반대만 하는 줄 알았는데 당선도 되네? 정의당이 있으니까 바뀌네?'를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이번 지방선거였는데..."
"진짜 지금도 죽겠다... 시의원 하나라도 잘 하겠다"

▲ 윤민섭 정의당 춘천시의원 당선인
이희훈
- '윤민섭 시의원'의 목표는 무엇인가.
"첫째는 의정활동 잘하는 거다. 시 집행부가 예산 허투루 쓰거나 엉뚱한 일 하는지 잘 감시하고 견제해야 한다. 또 제가 정의당 첫 강원도 선출직 당선자니까 이후에도 많이 당선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 아직 먼 일이겠지만,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아휴, 저는 진짜 지금도 죽겠다. 솔직히 안 될 줄 알았다. '그래도 다 걸어보자' 했는데 어떻게 됐다. 또 정의당에서 호남, 인천 빼고는 저뿐이고, 강원도 최초다 보니까 기대가 높다. 어떤 분은 '우리 애들한테 저 사람처럼 열심히 하면 당선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서 너무 고맙다'더라. 공무원들도 '정의당이 들어왔으니까 긴장해야겠다'고 하는데, 솔직히 부담감이 크다.
'다음'을 생각할 겨를도 없고, 저는 중앙정치에 관심도 덜하다. 오히려 지역에서 주민들하고 어울리고, 마을잔치 가서 설거지하는 걸 좋아한다. 시의원 하나 잘하기도 벅차고, 이거 하나라도 잘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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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최초 당선' 나왔지만... "정의당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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